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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3700명 모두 천사가 되는 그날까지

작성자 : 문화홍보국2 작성일 : 2012-11-29 조회수 : 2667
3700명 모두 천사가 되는 그날까지

천사 기다리는 춘천교구 스무숲본당 신자들

▲ "우리는 스무숲본당 천사들!" 고봉연 신부(가운데)와 천사로 선정된 신자들이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활짝 웃고 있다.



"유방암 수술을 앞둔 힘든 시기에 유스티나 자매님이 소고깃국을 끓여서 갖다 주셨습니다. 또 저희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 맛있는 음식을 사 주시고 드라이브도 시켜주셨습니다. 냉담 중인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며 하느님 곁으로 이끌어주십니다."

 지난 5월 춘천교구 스무숲본당(주임 고봉연 신부) 소식지 '천사의 나팔'에 홍표원(유스티나)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 신자의 글이 실렸다. 홍씨는 스무숲본당 세 번째 천사가 됐다.

 스무숲본당에서는 매주 천사가 탄생한다. 지난 봄 시작된 천사찾기를 통해 탄생한 천사가 30명에 이른다. '항상 말없이 겸손하게 봉사하는' 1호 천사 곽상호(요한 세례자)씨부터 '성모님과 같은 따뜻하고 고운 마음을 가진' 25호 천사 황해옥(안나)씨 등 천사가 된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신자들 추천으로 천사에 선정된 신자는 소식지에 소개된다. 추천 사유만 적혀 있을 뿐 추천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성당에 비치된 천사 추천서에 사유를 적어 제출하면 소식지에 실리고 고봉연 신부가 미사시간에 소개한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아 본당 역사를 정리하던 고 신부는 성전 건립을 위해 애쓴 신자들 이야기를 듣고 천사찾기에 나섰다. 고 신부는 "폐지를 모은 어르신부터 쪼들리는 형편에도 건축기금을 봉헌한 가장까지 신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천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신자들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격려하고 싶어 천사찾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천사들은 대부분 묵묵히 봉사하는 이들이다. 천사들은 주일미사에 참례해 주보를 보고서야 자신이 천사로 선정된 사실을 알게 된다. 천사로 선정된 신자들은 하나같이 "나는 자격 없는 사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4호 천사 전명구(미카엘)씨는 수년째 성당 전기시설을 점검하고 수리한다. 전씨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주님 말씀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려 한 것뿐"이라며 "자격이 없는 사람이 천사가 된 것 같아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매일미사를 봉헌하며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이분술(아가타) 할머니, 가난한 이웃을 남몰래 돕는 신미영(아녜스)씨, 성당 마당에 꽃을 심어 신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여미자(가브리엘라)씨도 천사로 선정됐다.

 5년 넘게 성인복사로 활동하는 5호 천사 이근창(바실리오)씨는 하루 세 번 복사를 선 적도 있지만 불평 한 마디도 없었다. 이씨는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천사가 돼 얼떨떨하다"며 "성실하게 활동하며 본당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천사찾기가 9개월째 진행되면서 신자들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주일미사에 나온 신자들은 가장 먼저 소식지에 소개된 천사부터 확인하고 천사로 선정된 신자에게 축하인사를 전한다. 평소 얼굴만 알고 지내던 신자가 '천사표'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천사찾기가 가져다 준 효과다.

 고 신부는 "신자 3700명이 모두 천사가 되는 날까지 천사찾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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