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후평동본당, 주님수난 성지주일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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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평동본당 신자들이 측백나무 가지를 들고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호하며 거리를 걷고 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
"호산나! 높은 곳에 호산나!"
주님수난 성지주일(16일) 오전, 춘천 시내에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 환호 행렬이 물결쳤다.
춘천교구 후평동본당(주임 홍기선 신부) 신자들이 한림대 정문에서부터 성당까지 1.5㎞ 구간을 행렬하며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한 것. 본당들은 대부분 성전 앞에서 성지(聖枝)를 들고 입장하는 것으로 이 날을 기념하지만, 후평동본당은 2000여년 전 예루살렘 백성들처럼 거리에 나와 측백나무(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 그리스도를 환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10시, 파란 측백나무 가지를 들고 모인 신자들은 십자가와 어린이 복사단을 앞세우고 행렬을 시작했다. 양복과 한복을 말쑥이 차려 입은 신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행인들에게 성지를 흔들며 화사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또 행렬 중간 중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후평동성당' '언제나 사랑하고 행복하소서' 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배치해 천주교 행사임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특히 27인조 강원경찰악대(악대장 김남섭 경사)가 행렬 중간에서 '수난 기약 다다르니' 등 사순시기 성가를 웅장하게 연주해 경축 분위기를 더했다. 행렬이 4차선 신흥로에 진입하자 차량 운전자, 버스 정류장 시민들, 시장 상인들이 300m에 달하는 긴 행렬을 관심 있게 쳐다봤다.
홍기선 주임신부는 행렬 출발에 앞서 "우리는 창문을 열고 행렬을 지켜보는 춘천 시민들 가정에 주님 축복이 깃들길 기원하고, 시민들이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저분이 누구냐?'고 물으면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자"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매년 부처님 오신 날 직전에 대도시 곳곳에서 성대한 봉축 행렬을 한다. 한국교회에도 성체대회 및 성지주일 행렬 전통이 있지만 교통불편 초래 등을 이유로 자제하다보니 전통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홍 신부는 "성지주일 행렬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표현이자 신자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나아가 지역사회 간접선교에도 도움이 된다"며 아름다운 전통이 부활하길 기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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