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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언중언]디모테오 순례길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0-09-07 조회수 : 860

[언중언]디모테오 순례길


                                         2020-9-4 (금) 19면





38선 이북에 자리 잡은 양양성당은 천주교 춘천교구가 지정한 성지다. 영동지방 신앙의 모태와도 같은 믿음의 고향인 양양성당은 혹독한 병인박해(1866년) 당시 더 숨을 곳이 없던 경기와 충청지방 신자들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형성된 범뱅이골(양양), 싸리재(속초) 등의 교우촌에 뿌리를 두고 1921년 건립됐다. ▼1939년 7월25일 양양성당 이광재 디모테오 신부가 3대 주임신부로 부임한다. 이광재 신부는 1909년 6월9일 강원도 이천군 냉골에서 태어나 1936년 3월28일 사제 서품을 받았다. 광복과 더불어 38선이 그어지면서 38선 이북에 위치한 양양에는 소련군이 주둔했다. 양양성당은 38선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이므로 38선을 넘는 가장 중요한 장소였다. 이 신부의 사목활동 범위는 평강, 원산까지 이르렀다. 함흥교구와 연길에 있던 수녀원의 폐쇄로 피난하는 수녀들과 덕원신학교의 신학생, 신부들과 많은 신자가 38선을 넘도록 도왔다. ▼1950년 5월 초순경 평강과 이천지역 신부들이 체포되자 그 지역을 오가며 사목활동을 했고, 전쟁이 일어난 후에도 끝까지 남아 신자들을 돌보며 미사를 집전했다. 평강에서 공산당에게 체포돼 원산형무소에 3개월간 수감됐다. 수감 4개월 만인 그해 10월, 공산당은 유엔군의 진격으로 후퇴하면서 이 신부 등 200여명을 끌어내 수용소 뒷산 참호에 집어넣고 무참하게 학살했다. 이광재 신부는 마지막 순교 길에도 주변 사람이 물을 달라고 하자 “제가 도와 드릴게요.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라고 외치며 남을 위해 자기를 내려놓았다. '디모테오 순례길'은 이광재 디모테오 신부가 피난민들이 안전하게 38선 이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와주다가 순교한 것을 기리기 위해 2011년 만들었다. 총 길이 18㎞의 디모테오 순례길은 38선을 가로지르는 트레킹 명소다. 이 가을,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맞선 디모테오 순례길을 걸으며 이 신부가 꿈꾼 “착하게 살다, 복되게 끝맺자”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nview.asp?s=301&aid=220090300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