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조문행렬… 하늘도 울었다
세월호 희생자 애도 도청 합동분향소 첫날
도민·각계각층 인사·종교계 등 발길 이어져
2014.04.29 [사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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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히 잠드소서” 28일 도청 별관대회의실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최문순 도지사, 민병희 도교육감과 공무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잔인한 4월의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 28일 하루 종일 강원도가 울었다.
하늘마저 굵은 눈물을 흘린 오전, 세월호 대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강원도청 별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40대 부부가 들어섰다.
홍천에서 생업을 제쳐두고 달려 온 원진희(48)·장해영(45)씨 부부는 희생자들을 대신하고 있는 수백송이의 국화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6살 난 아들을 둔 원씨 부부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 (단원고) 아이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찾아왔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라고 울먹였다.
손을 맞잡고 분향소를 찾은 노부부 김근수(73)·윤인자(72)씨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아직 펴보지도 못한 젊음이어서 너무 안타깝고 한스럽다”며 국화송이를 어루만졌다.
대학생 김달원(한림대 사회학과)씨는 “만나보진 못했지만 모두다 동생들 같다. 그래서 더 가슴이 미어진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청소년지도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씨는 “이번 사고가 우리 사회의 청소년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분향소에는 최문순 지사와 민병희 도교육감, 성기문 춘천지법원장, 공상훈 춘천지검장,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 박민수 안전문화운동추진 강원도협의회 공동위원장, 원영환 강원도문화도민운동협의회장, 이광준·최흥집·정창수 새누리당 도지사 예비후보를 비롯, 각계 각층에서 조문을 했다.
이와 함께 이철수 한국은행 강원본부장과 이윤배 농협 강원본부장, 조완규 농협은행 강원영업본부장, 신연식 신한은행 강원본부장, 권혁빈 농협 춘천시지부장 등 경제계 인사도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최 지사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후 노란리본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종교계도 추모행사를 이어갔다. 불교는 종단과 사찰을 망라해 추모법회와 성금모금을 펼치며 아픔을 함께 하고 있고, 천주교도 각 성당마다 미사를 통해 희생자 가족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김운회 춘천교구장은 “이번 부활절은 신앙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기독교는 각 교회마다 기도와 함께 유가족 돕기 헌금 모금을 하고 있으며, 원불교는 봉공회를 팽목항으로 긴급 파견해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길거리에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글귀가 담긴 노란리본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춘천 명동거리와 원주 단계동, 강릉 신영극장 앞 등 도심 곳곳에는 도민들의 염원이 담긴 노란리본이 계속 늘고 있다. 강원대, 강릉원주대, 상지대 등 대학 캠퍼스에도 노란리본이 확산되고 있다.
한림성심대 학생들도 캠퍼스 가로수길에 3000개의 노란리본과 ‘미안합니다.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랍니다’ 등의 메시지를 매달며 노란리본 달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한편 안산시 자매도시인 춘천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29일 시청 주차장 시민의 종각 옆에 분향소를 설치한다.
안은복·이동명·김정호·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