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주년 기획 '6ㆍ25 순교자 믿음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성당' - ⑦춘천 소양로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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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풍의 고전적 성당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기능적 내부 공간을 확보한 춘천 소양로성당은 초대 주임 콜리어 신부의 '살신성인'순교 정신을 현양하고자 지어진 성당이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
춘천 소양로본당은 1950년 1월 설립된 춘천교구 두 번째 본당이다. 본당 건축물인 소양로 성파트리치오성당은 '살신성인의 기념성당'으로도 불린다. 본당 설립 직후 6ㆍ25전쟁으로 초대 주임인 아일랜드 출신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안토니오 콜리어 신부가 인민군 손에 순교했기 때문이다.
소양로성당은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신앙으로 치유하고 화해로 꽃피운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이 성당을 건립한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제임스 버클리 신부는 인민군에게 총살된 본당 주임 콜리어 신부를 현양할 목적으로 설계했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첫 한국 순교자인 콜리어 신부는 지금의 소양로본당 교육관 자리에 있던 한옥 3채를 임시 성당과 사제관 삼아 신자 250여 명을 사목했다.
6ㆍ25전쟁 발발 당일 저녁 콜리어 신부는 죽림동주교좌성당을 찾아가 춘천교구장인 퀸란 몬시뇰에게 인민군이 소양강 다리를 건너 곧 시내로 진입할 것임을 알리고 자신은 남아 신자와 부상당한 시민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퀸란 몬시뇰은 콜리어 신부에게 닥칠 위험한 상황을 예견, 주교관에 머물 것을 청했지만 콜리어 신부는 "양 떼를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며 몬시뇰의 호의를 사양했다.
1950년 6월 27일 콜리어 신부는 복사 김 가브리엘과 함께 춘천 시내 우체국으로 가던 중 인민군에게 체포돼 포박된 채 소양강 강가로 끌려가다 인민군이 쏜 총탄을 맞고 순교했다. 이때 콜리어 신부는 김 가브리엘의 몸을 끌어안고 쓰러졌고 그 덕분에 김 가브리엘은 기적적으로 살아나 양을 위해 제 목숨을 바친 착한 목자의 장엄한 순교 장면을 이렇게 생생히 증언했다.
"콜리어 신부님께서 '가브리엘, 자네는 처자식이 있으니 꼭 살아야 하네. 저들이 총을 쏘기 시작하면 재빨리 쓰러지게 내가 쓰러지면서 자네를 덮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민군이 경고 한마디 없이 총을 난사했고 저는 목과 어깨에 총상을 입었지만 콜리어 신부님께서 저를 덮쳐 총알받이가 됐기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콜리어 신부 유해는 1951년 10월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 뒤뜰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콜리어 신부 순교 이후 6ㆍ25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소양로본당에 사제가 파견되지 못해 신앙공동체가 와해 직전이었다. 휴전이 되면서 1954년 8월 제2대 주임으로 부임한 선종완 신부가 신앙공동체를 회복했고, 1955년 제3대 주임 제임스 버클리 신부가 부임하면서 본당이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버클리 신부는 6년간 사목하면서 부임 당시 250여 명에 불과하던 본당 신자를 10배가 넘는 2600여 명으로 성장시켰다.
전쟁의 광풍 한가운데 있었던 춘천 소양로본당은 설립 6년이 되서야 성당을 마련할 수 있었다. 소양로본당은 1956년 4월 국내외 은인들 도움으로 공사를 시작, 9월 3일 298㎡(90평) 규모의 성당을 지어 봉헌했다.
국내 처음으로 근대 양식을 도입한 소양로성당은 당시 보기 드문 반원형 평면 양식을 택해 제대를 중심으로 신자석이 부채꼴로 퍼져 나가도록 꾸며져 있다. 원주면 중앙에 현관과 고해소, 좌우 끝단에 제의실과 유아실을 덧붙인 형태다. 아치창, 버팀벽 등은 교회건축에서 흔히 쓰는 고전 기법이지만 일체 장식을 배제한 단순한 형태와 밝고 기능적인 내부 공간은 근대 건축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중세풍의 양식적 교회 건축에서 벗어난 선진적 형태로 평가받아 소양로성당은 2005년 4월 15일 등록문화재 제161호로 지정됐고, 춘천교구 사적으로 원형 보존되고 있다. 춘천교구는 문화재청과 강원도, 춘천시 지원으로 함석지붕과 창호를 보수하고, 성가대와 벽제대를 복원했다. 또 제단을 원래 모습대로 나무 널판으로 바꾸고 지성소를 상징하는 목조 난간을 둥글게 설치했다.
아름다운 성당으로 전국에 알려져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많이 찾고 있는 춘천 소양로성당에서는 예쁜 성당에 감동을 받고, 순교자 콜리어 신부의 숭고한 삶에 또 한 번 감동을 받고 돌아간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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