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속초 동명동본당, 바다와 20m 떨어진 곳에 성모동산 조성
 | ▲ 속초 동명동본당 수호성인인 파티마 성모상 뒤로 보이는 일출. 하얀 성모상을 배경으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남동광(요한) |
성당 마당 한편에 고이 모신 성모상 뒤로 해가 솟는다. 붉은빛이 어둠을 뚫고 나와 사방으로 조금씩 퍼진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자 파도치는 속초바다와 저 멀리 눈 덮인 설악산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춘천교구 속초 동명동본당(주임 엄기영 신부) 성모동산에서 보는 일출은 눈부시다. 나지막한 소나무를 병풍삼아 바다를 등지고 있는 성모상, 그 뒤로 해가 떠오르는 장관은 몇 마디 수식어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아름다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듯하다.
성모동산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신자들의 기도 덕이다. 본당은 성전 앞 낡은 주택을 구입해 성모동산을 꾸몄다. 터를 마련했지만, 바로 앞이 절벽이라 붕괴 위험이 컸다. 절벽을 따라 옹벽을 쌓는 공사가 시급했지만, 가난한 바닷가 성당에 공사비가 있을 리 없었다. 동사무소에 '재해위험지구' 선정을 문의했지만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본당 수호성인인 파티마 성모의 응답이었을까. 성모동산 예정지를 둘러본 시 관계자들은 재해위험지구 선정을 결정했다. 더 나아가 바다와 불과 20m 떨어진 이곳을 또 하나의 '속초 명소'로 조성키로 하고 예산을 지원했다.
본당은 며칠 전 성모동산 조경공사를 마쳤다. 2012년은 본당 설립 6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더 뜻깊었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성모동산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성당"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모동산 조성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박영철(유스티노)씨는 "국고 지원이 결정됐다는 소식에 모든 신자들이 얼싸안고 기뻐했다"며 "며칠 새 지역주민과 타지 관광객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본당 신자들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인 1일 새벽 6시 기쁜 마음을 모아 새해미사를 봉헌한다. 미사 후 바다가 보이는 성모동산에서 차와 다과를 나누며 신앙을 다지는 2013년 새해를 설계한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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