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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눈의 마을' 춘천교구 횡계본당 신자들

작성자 : 문화홍보국3 작성일 : 2012-01-19 조회수 : 4329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며 한마음ㆍ한가족으로 살지요"

 

 

 

 

 

 

 

 

 

 

 

 

 

 

 

횡계성당은 겨울이 되면 늘 눈에 덮여 있다. 눈 덮인 횡계성당 모습.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으로 겨울이면 온 동네가 흰 눈으로 덮여 '눈의 마을'로 불린다. 해발 750에 있어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도 불린다. 이 마을 한가운데 신자 200여 명이 공동체를 이루는 춘천교구 횡계본당(주임 서성민 신부)이 자리 잡고 있다.

 

#'눈의 마을' 한가운데 있는 성당 

    

6일 아침 횡계성당을 찾았다. 눈의 마을에 있는 성당답게 마당 구석과 성당 지붕에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야외 십자가의 길이 있는 작은 화단은 눈에 덮여 흙이 보이지 않았다  

 미사에 참례하러 온 한 어르신에게 "눈이 정말 많이 왔네요"하고 말을 건네자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이게? 이건 눈도 아니래요"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마을에서는 50가 넘게 쌓이는 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마을 아이들은 따로 눈썰매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썰매나 잘 미끄러지는 비료 부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썰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성민 주임신부는 눈이 더 오면 트랙터가 있는 신자에게 부탁해 아이들에게 그럴듯한 눈썰매장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  

 눈이 한참 많이올 때는 허벅지 높이만큼 눈이 쌓인다. 어르신들이 성당을 오기가 힘들 정도다. 그럴 때면 또 트랙터가 등장한다. 트랙터를 가진 신자가 성당 오는 길에 쌓인 눈을 즉시 치워주기에 아무리 눈이 와도 신자들이 미사를 참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대관령 한 가운데 있는 횡계리는 겨울이 되면 참 춥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에 있는 성당이지만, 신자들 마음은 그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만큼 따뜻하다. 이날 평일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은 "우리 본당은 정말 가족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횡계본당 달력에는 모든 신자들 결혼 기념일과 축일이 적혀 있다.

 

횡계본당 주보에는 다른 본당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공지가 실려있다. 먼저 그 주에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 신자가 있으면 '결혼기념일을 축하합니다'하는 메시지와 함께 기념일 날짜와 이름이 실린다. 또 축일을 맞은 신자 이름도 함께 실린다.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는 주일 교중미사 때 제대 앞으로 나와 신자들에게 큰 박수로 축하를 받고 서 신부에게 적포도주를 선물 받는다. '포도주 색깔처럼 불같은 사랑을 계속 이어나가라'는 의미다. 축일을 맞은 신자는 미사 중에 축하를 받고 자신의 이름과 세례명이 적힌 초를 선물로 받는다.  

 

 본당 달력에도 결혼기념일과 축일을 맞은 신자 이름이 적혀 있다. 신자들은 달력을 보고 기쁜날을 맞은 신자에게 축하전화를 하고, 구역에서는 소박한 잔치를 열어주기도 한다  

또 교중미사 후에는 4개 구역이 번갈아가며 점심식사를 준비해 많은 신자들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점심식사는 외지인 신자, 인근 부대 사병들도 함께한다. 교중미사 후 점심식사는 1996년 본당 설립 이래로 17년째 이어지는 전통이다.  

이렇게 알콩달콩 가족처럼 살다 보니 신자들끼리 모르는 사람이 없다. 신자들 간에도 끈끈한 정이 이어져 장례미사가 봉헌될 때면 성전이 눈물바다를 이룬다. 이용운(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목회장은 "우리 본당 신자들은 정말 한 가족같이 지내 신자들이 편을 가르는 일이 전혀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횡계성당 주변에는 스키장, 리조트 등 휴가지가 많다. 그래서 주일미사에 외지 신자들이 많이 참례한다. 외지 신자들은 미사시간에 결혼기념일, 축일 축하를 받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서 신부는 "가끔 '교적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횡계본당 신자들이 부럽다'고 말하는 신자들도 있다"면서 웃었다.

 

  서울에 오래 살다가 1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이순자(크리스티나, 73)씨는 "서울 본당에는 신자가 워낙 많아 주임 신부님이랑 이야기를 한 번 나누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 성당 다니는 게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성민 신부와 6일 평일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횡계본당 평일미사에는 보통 예닐곱 명이 참례한다.

 

#나눔과 선교냉담교우 회두에도 적극적

  

횡계본당 신자들은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늘 관심을 갖고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불우이웃 돕기 바자'를 열었는데 수익금이 무려 800만 원이나 됐다. 본당은 대관령면에 사는 가난한 이웃 40명에게 수익금을 골고루 나눠줬다.

  

 지난달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 신자의 수술비 마련을 도와달라고 주보에 공지를 냈는데, 불과 2주 만에 200만 원이 넘는 성금이 모금됐다. 구역장 4명과 반장들이 모든 가정을 방문해 도움을 호소했고, 신자들은 적극적으로 모금에 참여했다. 심지어 냉담교우들까지 힘을 보탰다. 본당은 보조금을 보태 250만 원을 그 신자에게 전달했다.

 

 횡계본당 신자들은 선교에도 적극적이다. 본당은 2011년 선교 대상자 봉헌 100, 예비신자 교리반 인도 40명을 목표로 전 신자가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선교운동을 했다. 분기에 한 번씩 거리선교도 펼쳤다.

 

 지속적 선교운동 결과, 현재 40여 명이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있다. 신자가 200명이니 지금 교리를 받고 있는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는다면 신자 수가 무려 20%나 늘어나는 것이다. 본당은 올해 선교 목표도 지난해와 똑같이 잡았다.

  

 서 신부는 냉담교우 회두에도 열심이다. 냉담교우 가정을 틈틈이 방문해 회두를 권유하고, 지난해에는 냉담 청소년만을 특별히 방문해 신앙생활을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성탄절을 앞두고 '쉬는교우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든 냉담교우에게 보냈다. 서 신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교우님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주님을 대신해 이렇게 편지를 드린다"면서 "이 편지를 받는 교우님과 가족들이 새롭게 신앙생활을 시작해 하느님 안에서 진정 기쁘고 평화롭게 살아가길 기원한다"고 편지에 적었다.

  

 서 신부는 "신자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족이 몇 명인지 다 알고 있다"면서 "누가 신앙생활을 쉬고 있는지도 알고, 그들이 왜 성당에 나오기 힘든지까지 다 알고 있으니까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횡계본당에는 전교수녀도 사무장도 없다. 모든 일을 서 신부 혼자 처리한다. 종종 차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는 것도 서 신부 몫이다. 그러나 서 신부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저 본당 신자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