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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모녀의 끈 36년 만에 닿아"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0-07-22 조회수 : 2589
"모녀의 끈 36년 만에 닿아"

김택신 신부, 입양아와 친모 연결해줘


   어머니와 딸은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부둥켜 안았다. 얼굴을 만지고 팔을 쓰다듬으며 서로를 보고 또 바라봤다.
 "옛날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네. 똑같아요, 똑같아."
 어머니 이선자(가명, 63)씨가 딸 얼굴을 감싸쥐면서 먼저 입을 뗐다. 애써 참으려했지만 눈가는 이미 촉촉해졌다. 어느새 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탈리아로 입양됐던 딸과 한국에서 살아온 친어머니는 9일 서울 한 성당에서 36년 만에 가슴 뭉클한 만남을 가졌다.
 이씨는 결혼에 실패한 뒤 1974년 4살된 딸을 입양기관에 맡겼다. 딸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기에 가슴을 움켜쥐며 입양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후 딸 김미영(마리아, 40)씨는 이탈리아로 보내졌고 친어머니 바람대로 좋은 양부모를 만났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딴 그는 현재 로마에서 건축 관련 일을 하며 어린 두 딸과 살고 있다. 김씨는 행복하게 자랐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친어머니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김씨는 이탈리아로 유학 온 김택신(춘천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를 통해 한국 친어머니를 찾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김 신부는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평화신문 2002년 3월 17일자에 김씨 사연을 소개했지만 친모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초 김씨는 입양기관을 통해 어머니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가 입양기관에 친어머니를 찾고 싶다고 신청을 했는데, 어머니 이씨 역시 입양기관에 딸을 찾고 싶다고 한 것이다.
 김씨는 김 신부에게 제일 먼저 소식을 알리고 한국땅을 밟았다. 김 신부는 통역을 맡아줄 봉사자까지 구해 모녀의 상봉을 도왔다.
 딸 김씨는 "어머니를 만나러 오는 시간이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면서 "이렇게 아름답고 건강하게 계서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이탈리아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어머니 이씨는 "딸이 온다는 소식을 받고부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아이를 보내놓고나서 한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했는데 언젠가는 딸을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지금껏 버텨왔다"고 말했다.
 모녀를 지켜보던 김 신부는 "두 사람이 서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니 내 가족을 찾은 것처럼 기쁘다"면서 "이제 내 할일은 끝난 것 같으니 모녀가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 이탈리아로 입양된 딸 김미영(가운데)씨와 어머니 이씨(왼쪽)가 36년 만에 가슴뭉클한 만남을 가졌다. 사진 오른쪽은 김택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