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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문[나의 사목 모토] 20.김학배 신부(춘천교구 솔올본당 주임, 1994년 서품)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7-11-07 조회수 : 4482









[나의 사목 모토] 20.김학배 신부(춘천교구 솔올본당 주임, 1994년 서품)    

“너는 내가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하고 내가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말해야 한다.”(예레미아 1, 7)

예언자 예레미아는 참으로 고난이 많은 예언자였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순간 그 고난의 길을 벗어나고 싶어 하였다.

그러나 주님 부르심의 손길을 벗어 날 수 없었고 오히려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전하는 가장 큰 예언자가 되셨다.

사실 나 역시도 처음 사제직으로 부르심을 받아 신학교에 지원하고 나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내 자신의 부족함이 보여서 였다. 어찌 나 같은 미미한 존재가 그분의 부르심의 길을 간다고…. 그 두려움은 나의 신학교 생활을 위축되게 하였고 신학교에서는 결국 1학년 한 학기만 마친 채 권고 휴학을 당해야 했었다.

갑자기 방향을 잃은 나는 한동안 방황을 하다가 성경 읽기를 시작했었다. 성경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자신의 부족함을 보았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저는 아이라서 말을 못합니다”하고 핑계를 대는 예레미아에게 하셨던 “너는 내가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 하고, 내가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말해야 한다”하시며 “이제 내가 너의 입에 내 말을 담아 준다”하신 말씀은 나를 놀라게 하였다.

그때서야 비로소 나에게 주신 소명은 내 자신의 능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분께 맡기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 분이 담아 주시는 말씀과 소명만이 나를 살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은인들의 도움으로 신학교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사제품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 삶의 모토를 정하는데 주저함 없이 예레미아 예언서를 찾았고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상본에 새기었다.

이제 사제 생활 14년 차가 되어 내가 맡은 소임은 강릉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신자들과 새 성전을 짓는 것이다. 성전을 짓는 것이 내가 바라던 삶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곳으로 나를 부르셨을 때 기꺼이 “예!”하고 응답 하였다. 왜냐면 주님이 나를 필요로 하시고, 그 분을 내 안에 담고 살기 때문이다.

 

기사입력일 : 2007-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