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이후 시노드 이행 단계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6월 10일 오후 1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제2차 "시노드 교회를 위한 교구 시노드 팀 연수"를 열었다. 이번 연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의 “최종 문서”가 제시한 이행 과제를 한국 교회 안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살피는 자리다. 주제는 120-123항의 ‘선물들의 교환’으로, 각 교구가 시노드 이행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질문을 서로 나누며 함께 식별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세계주교시노드)

이날 연수에는 정순택 대주교(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시노드 팀 대표 주교)를 비롯해 13개 교구에서 주교, 신부, 수도자, 평신도 등 44명이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제1차 연수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열린 자리다.
사회자인 송영민 신부(주교회의 사무국장)는 시작에 앞서 “그때 마치면서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며 참가자들을 맞았다. 그는 이번 연수가 “교육받기 위해서 온 자리”가 아니라, 각 교구가 “그동안 체험했던 것”을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발표와 사례를 들으며 마음에 남는 단어나 문장을 낱말 카드에 적었다. 조별 모임에서는 이 낱말 카드를 바탕으로 경험을 나누고, 전체 모임에서는 그 가운데 하나를 다른 참석자에게 ‘선물’로 내놓았다. 이날 연수 주제인 ‘선물들의 교환’을 상징적으로 체험하는 방식이었다.
교회 자체의 존재 방식을 묻는 이행 단계
인사말을 한 이철수 신부(주교회의 사무총장,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소장)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가 교회의 특정 사업이 아니라 “교회 자체의 존재 방식과 활동 방식인 시노달리타스”를 다뤘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신부는 시노드의 준비와 거행뿐 아니라 이행 과정에도 긴 시간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이번 연수의 목적을 각 교구의 시노드 이행 상황을 공유하고, 내년 상반기 교구 평가 회의를 앞두고 필요한 준비를 함께 식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엄재중 연구원, 시노드 이행의 본당 확산 과제 짚어
첫 발표는 엄재중 연구원(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이 맡았다. 엄 연구원은 ‘한국 교회 시노드 이행 단계의 분석과 전망’을 주제로, 교구들이 제출한 사전 질문 답변서와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의 제2차 이행 단계 길잡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의 현재 위치를 짚었다.

그는 2024년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제2회기 이후 지역 교회가 “최종 문서”를 실천하는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의 제2차 이행 단계 길잡이는 2027년 교구와 주교회의 평가 회의, 2028년 대륙 회의와 바티칸 교회 회의로 이어지는 일정을 제시하고, 각 교구의 적극적 준비를 요청한다.
엄 연구원은 한국 교회가 2021년 시노드 과정 초기와 비교해 “이행 단계에 들어오면서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교구가 이행 단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단계까지 아직 간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자기 진단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으로는 교구 시노드 팀의 지도력과 방향성 문제, 전담 인력 부족, 잦은 인사이동과 겸임 업무, 본당과의 단절, ‘성령 안에서 대화’ 방법론의 일상화 어려움 등을 들었다. 그는 “최종 문서”가 여러 차원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본당 차원의 체계적 교육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교구의 시노드 이행 계획이 본당까지 전달되고 실제 사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 사례, 서로 다른 길을 ‘선물’로 나누다
두 번째 발표는 교구 사례 공유로 진행됐다. 광주대교구, 대구대교구, 전주교구, 춘천교구가 각자의 이행 경험을 나눴다. 이번 사례 발표는 각 교구가 실제로 무엇을 시도했고, 무엇이 어려웠으며, 무엇을 배웠는지 나누는 시간이었다.

광주대교구 사례를 발표한 김영수 신부(광주대교구 사목국장)는 담당자 교체가 시노드 이행 과정의 실제 어려움이 될 수 있음을 먼저 털어놓았다. 광주대교구는 6월 6일 104명이 참석하고 봉사자 포함 130여 명이 함께한 ‘하느님 백성과의 대화’를 열었다. 김 신부는 노대동 본당 사례도 소개했다. 노대동 본당은 주일 미사에 참석한 700여 명의 신자에게 ‘우리가 바라는 신자상’과 ‘우리가 바라는 교회의 모습’을 물은 뒤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했다. 김 신부는 올해 대화에서 “내가 만일 본당 신자라면 봉사자를 그만두겠다”는 답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봉사자의 고단함을 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른 질문을 던져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대교구 사례를 발표한 박용욱 신부(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 소장)는 교구장 사목 교서 작성 과정에 ‘성령 안에서 대화’를 함께하고, 시노드 시범 본당을 운영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대구대교구는 5개 대리구별로 본당 촉진자와 서기 교육을 진행해, 164개 본당 가운데 70개 본당이 교육을 이수했다. 박 신부는 “신부님들은 신자들이 싫어할 것이다, 어려워할 것이다, 힘들어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교우들은 오히려 ‘해 봅시다’, ‘괜찮겠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함께 만나는 것이다. 인격적으로 주고받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주교구 사례를 발표한 박상운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는 한정된 인력과 예산 안에서 시노드 팀을 구성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밝혔다. 전주교구는 여성연합회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시작했고, 3분짜리 모래시계를 사용하자 평소 조용하던 이들이 “모래시계를 한 번 더 뒤집어 달라”며 열정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후 주교와 꾸리아 신부, 성소국, 청소년성소국, 세계청년대회 준비 모임으로 이를 확산했고, 본당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진행 지침서와 준비 지침서도 만들었다.
춘천교구 사례를 발표한 김도형 신부(춘천교구 교구장 비서 겸 사무국장)는 교구장 사목 방문 시에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한 사례를 소개했다. 춘천교구장 주교는 본당 현황을 보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2박 3일 동안 본당을 방문해 교우들과 만나며, 사목 방문 중 하루 전체를 사목평의회, 구역회, 제 단체장 등과 ‘성령 안에서 대화’를 하는 데 쓴다. 대화 뒤에는 본당 현안과 개선점, 권장 사항을 담은 후속 조치 문서를 본당에 보내고, 본당 신부가 실행 계획을 답변한다. 춘천교구는 2026년 말까지 60개 모든 본당의 사목 방문 1차 순환을 마칠 예정이다.
함께 걸은 뒤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번 제2차 교구 시노드 팀 연수는 시노드 이행 단계가 선언이나 설명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 시노드는 끝난 행사가 아니라, 본당의 회의 방식, 사목 계획, 참여 기구, 교구장 사목 방문 안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져야 할 과제다.

광주대교구는 질문을 바꾸며 ‘하느님 백성과의 대화’를 이어 왔다. 대구대교구는 사목 교서와 시범 본당으로 교구의 방향과 본당 실천을 잇고 있다. 전주교구는 지침서와 모래시계로 조용한 이들의 목소리를 끌어냈다. 춘천교구는 교구장 사목 방문에 ‘성령 안에서 대화’ 시간을 포함했다.
방식은 달랐지만, 네 교구가 향한 방향은 같았다. 시노드는 문서에 머물지 않고, 본당과 교구의 일상에서 하느님 백성이 듣고 말하고 결정하는 체험으로 이어져야 한다.
2027년 상반기 교구 평가 회의를 앞두고 한국 교회 앞에 놓인 질문은 분명하다. 함께 걸었다면, 무엇이 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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