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대표 언론기관으로 80년 동안 헌신해 주신 강원일보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창간 80주년을 경축합니다. 지역 언론으로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 강원도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마음을 담아 축하의 말씀과 더불어 도민 모든 분에게 을사년을 맞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는 강원도민 모두가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고, 한 해 이웃에게 복을 지어 나누시길 바라며, 강원일보가 이 희망의 여정에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침 2025년에 가톨릭교회는 정기 희년을 맞아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주제로 은총의 해, 성년(聖年)을 지냅니다. 교회가 전하는 희망은 단순한 세속적 바람이나 미래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증진하고, 하느님의 선물인 피조물을 더욱 존중해야 하는 책무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우리에게 필요한 확신과 신뢰를 회복하여, 꺼지지 않는 희망을 품는 것입니다.
희년을 지낼 교회는 우리가 진정 세상에서 평화의 길을 닦으려 한다면 갚을 수 없는 빚을 탕감해 주고,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줌으로써 불의의 모든 요인을 제거하는 데에 다 함께 헌신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우리 모두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절대 도둑맞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서로에게 경청하고 받아들여 줍시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 오직 자신의 편리와 권리만을 찾고,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는 무관심한 삶의 태도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소외되고, 고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희망은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는 나약한 우리가 더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사랑을 나눌 때, 비로소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덕목입니다.
그렇습니다.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군대와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섰던 소시민들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인권을 유린하는 총부리 앞에 당당히 섰던 우리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나’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서, 두려움에도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선 모든 이들에게서 쉽게 무너질 것만 같던 희망은 ‘꺼지지 않는 희망’으로 모두의 마음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분명 하느님의 은총은 특별한 지위에 있는 이들만이 아니라, 바로 이처럼 정의와 평화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모든 이들에게 내립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아프고 여러 일로 고통받는 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며, 무너져가는 자연환경이 바로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입니다. 2025년 새해에 우리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인간의 존엄함을 일깨우고, 또 지구 환경을 우리 집으로 사랑하고, 함께 돌보고자 힘쓴다면, ‘꺼지지 않는 희망’ 속에서 다가올 미래를 아름답게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금 강원일보의 창간 8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몸을 일으키는 도민들과 함께해주길 바라며, 상처받았음에도 더 작고 더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모든 이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80년의 역사를 주춧돌로 삼아, 강원도민의 인권을 수호하고, 공동의 집인 자연을 지키는 언론, 분단된 강원도인 만큼 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사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언론의 참된 가치를 실현해 갈 강원일보와 새해를 맞는 강원도민의 여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빕니다. 우리 모두 ‘꺼지지 않는 희망’으로 을사년에 기쁘고 활기차며 떳떳하게 살아갑시다.
입력 : 2025-01-02 00:00:00
지면 : 2025-01-02(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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