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찬미 예수님!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성탄은 참으로 놀라운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이 되신 강생의 신비뿐만 아니라, 하와의 불 순명으로 시작된 원죄의 악순환의 고리가 동정녀의 순명과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로 풀리었다는 신비 또한 놀랍습니다. 그러나 더 더욱 놀라운 것은, 영원하신 분이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을 찾아오셨는데, 그 구원의 장소가 바로 나자렛 지방의 가난하고 겸손한 요셉과 마리아 부부의 가정이었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며, 가정의 존재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가정은 하느님께서 계시는 성전이고, 하느님을 배우는 학교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고,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 희생과 헌신, 성실과 신의를 바탕으로 형성된 작은 교회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참 인간으로 성장하고, 훈육되며, 구원받습니다. 

  성탄절을 맞아, 힘든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 이웃들, 힘들지만 기쁘게 연말을 보내고 있는 그들을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 가정, 집 없는 가정, 편부모 가정, 생활고 속의 노인 가정 등, 많이 있습니다. 삶의 양태는 다르나 지향하는 바는 같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법률과 제도가 가정의 권리를 온전히 보호하고 지원하지 못하여,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더 없이 필요합니다. 모든 가정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행복할 수 있도록, 그들과 연대하고, 기도하며, 사랑으로 하나 됩시다!

   성탄절에 너무도 쉽게 잊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 가족들입니다. 훈훈한 입김으로 넉넉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길 빕니다. 가족 가운데 신앙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성탄의 기쁨을 선물합시다!

  성탄축제와 함께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 가운데 2014년을 힘들게 보낸 분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의 고통과 시련은 내일의 기쁨을 위한 희망의 씨앗입니다. 주님께서는 인내하며 역경을 견디어 내신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주실 것이고, 축복으로 화답하실 것입니다. 주님의 헤아릴 길 없는 풍요로운 자비가 여러분에게 머물 것입니다. 힘을 내십시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탄(聖誕) 축하드립니다.  

예수 성탄 대축일(2014년)

천주교 춘천교구장 김운회 루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