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성탄 자정 미사 강론(전문)
예수님은 역사를 조명하는 사람이 된 사랑이십니다.
번역: 홍 기 선 신부
2013년 12월 25일 바티칸 라디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첫 성탄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미사 강론에서, 교황님은 “예수님은 인간의 육신이 된 사랑이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단순히 지혜의 스승으로 오신 분이 아니셨습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이상(꿈)도 아니셨고, 그것(이상)으로부터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던, 그런 분도 아니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천막을 우리들 가운데 치신 분으로, 우리들 삶과 역사의 의미이신 분입니다.” 계속해서 강론 전문의 내용을 옮깁니다.
1. <어둠 속을 걷고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습니다>(이사야 9,1)
이사야의 예언의 말씀은, 특별히 우리가 성탄 밤 미사의 전례 가운데 그 말씀을 들을 때, 우리에게 끝없는 감동을 줍니다. 이것은 정서적이며 감상적인 단순한 감동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심오한 실재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우리는 여정 가운데 있는 백성입니다. 우리 주변과 우리 내부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 어둠의 영이 세상을 감싸고 있는 동안에, 언제나 우리가 예상치 못한, 언제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사건이 재현됩니다. 여정 속에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우리가 이 신비에 대해 묵상하도록 이끄는 빛입니다. 걷는 것과 보는 것의 신비입니다.
걷는다, 이 동사는 우리로 하여금 역사의 여정을 생각하게 합니다. 구세사의 그 긴 여정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들의 신앙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느 날 주님께서는 그를 부르시어 조국을 떠나 당신께서 일러주시는 땅으로 가게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신앙인의 신분은 약속의 땅을 향해 순례하는 백성의 신분으로 바뀝니다. 이 역사는 항상 주님께서 동반해주시는 역사입니다! 그분께서는 항상 당신 계약과 약속에 충실하십니다. <하느님은 빛이십니다. 그분 안에는 그 어떤 어둠도 없습니다>(요한 1서 1,5). 그러나 백성들에게서는 빛과 어둠이, 충실과 불충실이, 순종과 반역이 교차되어 나타납니다. 순례하는 백성과 길을 잃은 백성의 순간들이 교차되어 나타납니다.
우리들 개인의 역사 안에서도, 빛나는 순간들과 어두운 순간들이, 빛과 그림자가 교차되어 나타납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형제를 사랑한다면 빛 속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닫히면, 우리 안의 교만과 거짓, 자신의 이익만의 추구가 득세한다면, 어둠이 우리 내부와 주변을 덮을 것입니다. <자기의 형제를 증오하는 사람은 – 사도 요한이 이렇게 썼습니다 – 어둠 속에 있는 것입니다. 어둠 속을 걷는 것이고, 어디로 가는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어둠이 그들의 눈을 멀게 했기 때문입니다>(요한 1서 2,11)
2. 오늘 밤, 가장 밝은 빛줄기로 묘사한 사도의 선포가 다시 울려 퍼집니다. <모든 이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 세상에 나타난 은총은 예수님입니다. 동정 마리아님에게서 나신 분이고, 참 사람이며 참 하느님이신 분입니다. 그분께서 우리 인간의 역사 속에 오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여정을 함께 하셨습니다. 어둠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기 위해 오셨고, 빛을 선물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분 안에서 은총과 자비와 아버지의 여림(부드러움)이 드러났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육신이 된 사랑이십니다. 단순히 지혜의 스승으로 오신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이상(꿈)도 아니셨고, 그것(이상)으로부터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던, 그런 분도 아니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천막을 우리들 가운데 치신 분으로, 우리들 삶과 역사의 의미이신 분입니다.
3. 목자들은 이 “천막”을 최초로 본 사람들이고, 예수님의 탄생을 최초로 선포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꼴찌였던 사람들이었기에, 소외된 사람들이었기에 첫째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양떼를 돌보면서, 밤에 깨어있었던 사람들이기에 첫째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들과 함께 아기 앞에, 침묵 가운데 우리도 멈추어 봅시다. 그들과 함께 우리에게 예수님을 선물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그들과 함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주님의 충실하심(약속에 대한 충실)을 찬미하는 기도를 올립시다.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낮추신 가장 높으신 주 하느님, 저희가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측량할 길 없는 당신이 작은 이가 되었나이다. 한 없이 부유한 당신이 가난한 자가 되었나이다. 전능한 당신이 유약한 자가 되었나이다.”
오늘 밤, 복음의 기쁨을 함께 나눕시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당신의 아들을 우리의 형제로, 우리의 어둠 속에서 빛으로 선물해주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반복하여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2,10). 저도 여러분에게 반복합니다. “두려워 마십시오! 우리의 아버지는 인내로우신 분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우리를 인도하기 위해 예수님을 우리에게 선물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어둠을 걷어내는 빛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