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교회소식
교회소식

교회소식

주교회의한반도 분단 80년 특별 사목 서한(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5-08-08 조회수 : 14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한반도 분단 80년 특별 사목 서한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찾고 또 추구하여라”

(시편 34[33],15)



우리 민족은 35년 동안 일제 강점기라는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낸 끝에 하느님의 섭리와 성모님의 보호로 마침내 해방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해방의 기쁨은 그리 길지 않았으며 바로 분단되어 그 고통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분단과 우리의 갈라진 마음

1945년 8월,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반도는 강대국의 편의에 따라 분할되었고, 1948년에는 남한과 북한에 각각 단독 정부가 수립되면서 분단되었습니다. 그 뒤 3년 동안 벌어진 한국 전쟁으로 한반도의 분단은 물리적으로 고착되었습니다. 한 민족으로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죽고 죽인 이 역사적 경험은 우리 민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후 남북 관계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1990년대부터 시도한 남북 사이의 대화와 협력은 진전을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성경에서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 2,4)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북이 함께 만든 ‘보습과 낫’으로 제대로 곡식을 일구기도 전에 한반도는 또다시 대치 상황에 놓였습니다.


분단 80년의 역사에서 남과 북은 서로 적대감을 품기도 하였고, 평화를 염원하며 분단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속되는 분단 현실로 말미암아 우리 안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고착화에서 교회가 걸어온 평화의 길

해방 이후 교회도 분단의 슬픔과 전쟁의 아픔을 함께 겪었고, 그 상처를 이겨 내려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65년부터 6월 25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제정하여 우리 민족의 아픔을 하느님께서 치유해 주시기를 청하고 북녘 교회를 위하여 기도해 왔습니다. 이 기도의 날은 1992년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구마다 ‘민족화해위원회’를 설립하였습니다. 이로써 한국 교회는 경제난과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을 여러 방면으로 지원하고, 대화를 통한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99년에 ‘북한선교위원회’를 ‘민족화해위원회’로 명칭을 바꾸어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평화를 위한 더욱 폭넓은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2000년 이후에는 여러 수도회와 교구를 중심으로 남한 사회에 정착한 북향민을 돌보는 활동을 활발히 하였고,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교회 안팎으로 평화의 목소리를 키워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불편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교회는 이를 해소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불신과 미움 속에서 무기와 군사력을 방패 삼아 상대를 굴복시켜 얻은 평화는 참평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의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 2,14).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는 교회는 당신 자신을 바치시어 참된 평화를 이룩하신 그리스도를 닮아 다음 세대에게 평화의 나라를 물려주고자 지금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공동의 집’을 향한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위기에 놓인 지구를 인류 ‘공동의 집’이라고 일컬으시고 이 ‘공동의 집’을 함께 지켜 나가자고 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한반도도 남북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의 집’입니다. 그러나 80년 전에도 그러하였듯이 한반도 분단이 불러온 증오와 적대감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5년 희년에 분단 80년을 맞이한 것은 한국 교회에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희년은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하듯이(신명 15,1.12 참조), 불의를 바로잡고 공동체의 정의와 화해를 이루는 해를 뜻합니다.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2025년 희년의 주제도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희망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라는 말씀은 세상의 이해관계와 논리에서 가능하지 않을 일들이 하느님의 뜻 아래에서는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80년 동안 이어진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절망도 하지만, 희망의 순례자로서 다시 희망을 품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다음과 같은 희망을 선포하고 그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첫째, 서로 다른 문화와 사상을 가진 이들도 형제자매로 서로 존중하듯이 우리도 북한 동포들을 한 형제자매로 존중하겠습니다. 둘째, 북한과 호혜적인 협력에 기반을 둔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지지하며 함께하겠습니다. 셋째, 교회는 남북이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이와 더욱 연대하고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세상에는 평화를 외치는 이도 많고, 자신의 방법만이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키고 바라는 평화는 세상의 것과 같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전하는 평화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넘어서고 무기와 돈의 힘도 뛰어넘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분단 80년을 맞아 ‘공동의 집’인 지구에서, 특히 한반도에서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찾고 또 추구”(시편 34[33],15)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분단의 고통이 하느님의 은총과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치유되고 참평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5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김 주 영 주교

위원 조 환 길 대주교

옥 현 진 대주교

정 순 택 대주교

손 희 송 주교

박 현 동 아빠스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50378?gb=K1200 ]

[해당 부분을 어문 저작물, 음향·영상물, 컴퓨터 데이터, 기타 저작물 등에 인용할 때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저작권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