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 소양강변에 위치한 겟세마니 피정의 집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조선희(Philip J. Crosbie, 필립보) 신부가 건립한 평화·회개와 보속을 위한 순례 장소이다.
조선희 신부는 1915년에 호주에서 태어나 1939년에 수품 후, 1940년 춘천교구에서 사목을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구금과 추방을 경험했던 조선희 신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공산군에서 체포되어 서울을 거쳐 이북으로 끌려가는 ‘죽음의 행진’을 경험했다. 죽음의 행진을 견딘 조선희 신부는 3년간 전쟁포로로 압록강변의 수용소에서 생활하며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포로기간의 상처와 아픔을 기록으로 남겼다.
포로생활을 끝내고 1953년 5월 석방되어 본국으로 귀환한 조선희 신부는 1954년 8월 다시 입국하여 홍천본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하였는데, 이는 그의 세번째 한국 입국이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변함없이 선교사로 신앙을 전하며 자신의 일생을 온전히 헌신하였다.
1989년 은퇴한 조선희 신부는 오랫동안 계획하고 준비했던 ‘평화와 보속을 위한 기도의 집’을 건립하였다. 1991년 지금의 자리에 건립된 ‘평화와 보속을 위한 기도의 집’은 1996년 ‘겟세마니 피정의 집’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이곳은 38선상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조선희 신부가 세상의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은 제2의 고향입이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을 사랑한 조선희 신부는, 노령으로 더 이상 활동이 어렵게 되자 “제 영혼의 반은 한국에 놔두고 갑니다”라는 말을을 남기고 1998년 11월 본국으로 돌아갔고, 2005년 3월 24일 주님의 품에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