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38선 티모테오 길 도보순례' 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중대본 협조 요청에 따라 취소되었으나, 행사 당일인 2021년 10월 9일(토)에 소수의 사제와 교우들이 순례의 명맥을 잇기 위해 함께 미사하고, 길을 걷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참가자들은 마스크 의무착용, 안전거리를 위해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하였다.
이 행사는 춘천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임용순 그레고리오)가 주최하고 춘천교구 사목국(국장: 조영수 마태오 신부)이 후원한다.
<38선 티모테오 순례길>
순례길은 1945년 8월 15일 해방부터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신앙과 자유를 찾아 38선을 넘어 남하한 북한 동포들의 도보길입니다. 그들은 이념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시 공산치하의 박해를 피해 월남했습니다. 그야말로 <죽음의 38선길>이었습니다. 당시 양양성당(양양읍 성내리 소재)은 38선에서 북으로 약12km정도에 위치하여, 38선에 가장 가까운 성당이었습니다. 그래서 박해를 피해 남하하는 성직자, 수도자들이 그곳을 찾아 도움을 받았습니다. 해방 후, 북한에는 1946년에 소련군이 진주하였습니다. 그들은 양양성당을 무전실로 쓰다가 1948년엔 인민군이 성당을 완전히 장악합니다. 이때부터 북쪽지역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양양성당에 찾아와 당시 주임사제였던 이광재(티모테오) 신부님께 38선을 무사히 넘을 수 있게 부탁해오면, 38선 인근 마을 신자를 불러 그네들을 무사히 38선 남쪽까지 넘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셨습니다. 이때 남하한 경로는 여러 곳이지만, 주로 많이 이용한 코스는 고노골(월리), 한구령(용천), 부소치고개(남양리), 한천산 부근, 명지리 안골이었습니다. 양양본당의 제3대 주임사제이던 이광재(티모테오) 신부는 공산당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이들을 안전하게 숨겨주었다가 본당 교우들을 통해 무사히 38선 이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많은 위험과 어려움이 따랐지만,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월남시킬 수 있었습니다. 달도 없는 칠흑 같은 그믐밤에 그물처럼 짜여진 38선 보위대 경비초소의 인민군 총부리를 피해서 목숨을 걸고 그들의 등불이 되어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며 이광재 티모테오 신부님의 삶을 묵상할 수 있도록, 춘천교구에서는 2009년부터 38선 티모테오 순례길 걷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매년 행사일은 티모테오 신부님이 돌아가신10월 9일입니다.
# 사진 제공: 춘천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