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수), 교구청 경당에서는 총대리 겸 사무처장 신호철 토마스 신부의 주례로, 하느님의 종 7위의 순교 75주기를 기리며 태피스트리 축복식을 거행했다. 축복식에는 작품을 직접 한국으로 가져온 재클린 니 크리븐 도위(Jacqueline ne Creaven d''Towey)씨가 함께했다. 도위씨는 순교 사제 중 한 명인 손 프란치스코(Canavan Francis) 신부의 후손이다. 그는 연금으로 목돈이 생기자 이를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순교 사제들의 삶과 신앙을 알리는 데 쓰기로 마음먹고 태피스트리 작가 프란시스 크로우(Frances Crowe)씨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했다.
[* 태피스트리(Tapestry)란? 전통적으로 직조기로 손으로 짠 직물 예술의 한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무늬보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태피스트리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역사적 작품은 벽에 수직으로 걸거나(때로는 텐트에도), 때로는 테이블이나 침대와 같은 가구 위에 수평으로 걸도록 의도되었다. 일부 시대에는 더 작은 조각을 만들었는데, 이는 종종 길고 좁았으며 다른 직물의 테두리로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직조공은 모섬유, 아마포 또는 면섬유와 같은 천연 날실을 사용한다.]
작품 제목은 ‘기억으로 엮인(Wooven into Memory)’이며 크기는 115x170㎝다. 아일랜드와 한국의 아름다움과 순교 사제들의 신앙과 사랑을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작품 오른쪽 아래에는 순교 사제 7위의 초상이 있고, 왼쪽에는 흙을 담고 있는 두 손이 표현돼 있다. 이는 그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이 이 땅에 뿌리내렸음을 드러낸다. 왼쪽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무궁화와 대나무가 오른쪽에는 아일랜드 교회를 나타내는 켈트 십자가상이 있다. 가운데 녹색 짜임은 아일랜드의 초원을 상징한다. 로마숫자로 표기된 ‘ⅠⅤⅨ’(159)는 한국전쟁 중 희생당한 아일랜드인 수를 나타낸다. 이밖에도 죽음의 행진, 동생을 업은 아이, 부활의 희망 등 다양한 상징들이 섬세하게 엮여 있다.
도위씨는 “처음 본 작품 초안은 전쟁과 순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어둡게 느껴졌다”면서 “전쟁 속에서 피어난 희망과 사랑을 알리고 싶었기에, 자료를 더 찾다가 케빈 오록 신부의 시를 발견하고 이를 작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록 신부의 시 ‘네 핏속에’의 한 구절 ‘변치 않고 늘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를 보라 / 겨울 눈 속에 피어나는 매화꽃을 보라’ 덕분에 작품은 전보다 훨씬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완성됐다.
이후 도위씨는 8월부터 두 달가량 손 프란치스코 신부의 고향 아일랜드 헤드포드를 시작으로 순교 사제의 고향 본당과 후손들이 있는 지역을 순례하며 순교 사제의 삶과 영성을 알렸다. 춘천교구에는 주교좌 죽림동 예수성심성당과 성직자 묘역을 방문하고, 이어 춘천교구청을 찾았다.
원본은 2026년 3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상시 전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