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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하느님 백성의 다양한 목소리 듣고 나누는 춘천교구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2-02-10 조회수 : 644

하느님 백성의 다양한 목소리 듣고 나누는 춘천교구

시노드 현장을 가다 / 4개월째 순항 중인 춘천교구 시노드


2022.02.13 발행 [1649호]



▲ 춘천교구의 교구 대의원 회의에서 교구장 김주영 주교와 대의원으로 위촉된 사제, 신자들이 본당에서 올라온 목소리를 다시금 나누며 종합하고 식별하고 있다. 춘천교구 제공


춘천교구의 교구 단계 시노드가 벌써 4개월째 접어들었다. 전국 교구 가운데 가장 빠른 지난해 11월 시작해 현재까지 60여 곳 본당의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가 교구로 수렴되고 있다. 신앙생활 성찰, 교회를 위한 제언 등 다양한 대화와 의견들이 시노드 바람을 타고 활발히 교류되고 있다. 매달 교구 대의원 회의를 통해 교구민의 목소리를 듣고 나누고 있는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는 “이번 시노드 여정을 시작으로 우리 교구의 환경과 실정에 맞춘 방식들이 자리 잡도록 끊임없이 모색하자”며 이른바 ‘시노드 정신의 토착화’를 강조했다.



매달 본당 → 지구 → 교구 차원 시노드 모임


춘천교구는 교구 시노드 단계의 구성을 3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이번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의 주제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에 따라 △친교(11월) △참여(12월) △사명(1월)을 대주제로 삼았다. 시노드 모임은 매달 열흘 간격으로 본당(1~10일)→지구(10~20)→교구(20~30) 차원으로 이뤄졌다.

본당과 지구 차원에 이어, 30일을 전후해선 교구장 김주영 주교가 함께하는 교구 차원의 시노드인 ‘교구 대의원회의’가 열린다. 시노드 정신의 구현을 위해 3박자를 이루는 구조 속에 모든 생각이 교구로 가감 없이 전달되고 있다. 지난해 시노드 개막 전부터 신자 800여 명이 교구 재교육 강좌인 ‘명도학당’을 통해 시노달리타스의 이해를 도모한 덕에 참여도 활발히 이뤄졌다. 어르신이 많은 본당 사목자들은 대화하듯 다가가 의견을 모았고, 교리교사들은 주일학교 학생들을 인도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11~1월 ‘제1회기 경청 단계’ 기간 중 본당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은 사실상 마무리됐고, 현재 청소년과 청년, 수도회, 사회사목 분야 시노드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3월 말까지 모인 의견을 최종 종합하는 ‘제2회기 식별 단계’를 보낸다. 이후 교구 의견서를 작성해 주교회의에 제출하는 ‘제3회기 종합 단계’를 거쳐 마무리한다. 교구는 향후 이를 교구 사목에 반영하는 후속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모든 하느님 백성의 다양한 목소리

신자들은 대화와 경청으로 친교를 이루고, 쇄신을 향한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남성들의 조기 퇴직이 많아지는 만큼 본당에서 남성 인력을 더욱 활용하면 좋겠다”, “본당에 상설 의견수렴함을 설치하자”, “본당 사목평의회 위원들을 임명이 아닌, 투표로 선출하는 것은 어떨까” 등이다.

그러면서도 “사목위원들이 의견을 제안해도 사제의 뜻대로 방향을 정할 때가 있다”, “사목자가 바뀔 때마다 본당 방침이 너무 달라진다”, “본당이 더 많은 의견을 들어주면 좋겠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지만, 시노드가 끝나면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쓴소리도 나왔다.

첫 달엔 성직자 중심주의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문제 등 비판의 소리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둘째 달인 ‘참여’ 주제 모임에서 신자들은 “성직자가 낮아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평신도 스스로도 책임과 사명을 다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쇄신의 대상을 구분 짓지 않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함께 찾는 시노드 정신을 느끼게 된 것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생각도 청소년국으로 모이고 있다. 고사리손으로 의견을 낸 아이들은 “헌금하고, 봉사할 때 성당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 “성당 홍보를 해서 친구들을 더 데려오자”, “가끔 오는 친구들에게도 편하게 대해주면 좋겠다” 등 기특한 발언을 내고 있다. 청년들도 “청년끼리 친교를 나눌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어른들의 목소리만 집중된다”며 학업과 취업의 어려움 속에도 진솔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120명에 이르는 교구 사제들끼리도 시노드 모임을 하면서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의견을 내고 있다. 교구청 사제단은 김주영 주교와 시노드 모임을 하고, 본당 사목자들끼리도 시노드를 하면서 신자와 교구에 바라는 점을 두루 피력하고 있다. 소임과 연차에 따라 달랐던 시각과 애로사항을 공유하면서 사제들의 시노드도 고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구 대의원회의

“신자들이 미사엔 열심히 참여 중이지만, 판공성사 참여율이 코로나 이전과 차이가 큽니다.”(사목국장 신부)

“사목자들도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내적 갈등을 겪는데, 각 본당에서 ‘이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주면 사제들이 공유할 지침서를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지구장 신부)

1월 12일 제2차 교구 대의원회의가 열렸다. 신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교구가 더 크고 넓은 안목으로 식별하는 시간이다. 김주영 주교를 비롯해 지구장 사제들, 수도자 및 평신도 대표, 심리학·법률·언론 등 전문 분야 평신도 자문위원, 장애인 신자까지 40여 명이 참여한다. 시노달리타스가 교구에 잘 정착하고, 사목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누는 대화의 무게감도 다르다.

“선교 등 큰 활동이 필요할 때엔 본당들이 협력하는 구조를 이루면 좋겠습니다.”(교구 평협 회장)

“시노드의 좋은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사목자들의 고충과 평신도들의 고민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시노드 정신을 사는 첫걸음 아닐까요?”(언론 전문 평신도 대의원)

“교회의 변화는 모두 함께 쇄신할 때 가능합니다. 이번 시노드가 춘천교구가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심리학 전문 평신도 대의원)

12월 1차 교구 대의원 회의는 1박 2일로 진행될 정도로 사제와 평신도가 머리를 맞대며 더 나은 교구를 향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달 16일 열릴 3차 교구 대의원 회의는 평신도 주관으로 진행된다.

김주영 주교는 “교구는 그간 이미 교회 유산으로 지녔지만 잊고 있었던 시노드 정신을 다시 회복하고, 이를 교구 현실에 맞는 ‘시노드의 토착화’를 이뤄내야 한다”며 “모두의 삶에 시노드 정신이 깃들도록 함께 자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희망을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춘천교구 시노드 책임자 김도형 신부 인터뷰]

“소외된 의견 없도록 살피며 시노드 정신 토착화에 힘써”



“춘천교구는 시노드 기간 동안 그야말로 함께 가는 여정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춘천교구 시노드 책임자인 김도형(만천본당 주임) 신부는 1월 19일 만난 자리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목소리가 없도록 많은 이의 생각을 경청하며 발언의 행간까지 놓치지 않고자 녹취록까지 취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시노드를 통해 벌써 변화된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성직자들의 쇄신, 상처받은 경험들도 꽤 나왔는데, 신자들은 이내 ‘모두가 쇄신을 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부터 7년간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한 김 신부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교구 시노드 안에서 평신도 참여와 협력’이었다. 교회법 규정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연구하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시노달리타스에 주목하게 됐고, 학교에서 한국인 사제 가운데 처음으로 교회 내 시노드적 공론장 마련의 필요성을 피력한 박사 논문을 내 주목받았다.

김 신부는 “지도 교수 신부님께서 ‘논문에 밝힌 시노드 정신을 한국에 가서 뿌리내리게 하려면 70년을 노력해야 할 것’이라 조언하셨는데, 지난해 귀국하자마자 시노드 책임자로서 이론을 적용해 체험해보니 더 큰 책임감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시노드는 모두가 지닌 소리를 경청하고, 결정 과정에서도 소외된 의견은 없었는지 살피며 쇄신해 나아가는 걸음”이라며 “우리는 신속성과 효율성에 익숙해 있지만, 시노드는 빨리 답을 찾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며 듣고 세심히 관찰하는 마음이며 신앙생활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성령께서는 시노드를 통해 사제와 신자 모두에게 성찰의 기회와 공동의 사명을 다시금 바라보게 해주셨다”면서 “교회는 우리 모두이며, 시노드는 삶이 돼야 한다. 서로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가운데 교구에 맞는 시노드 토착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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