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제8대 천주교 춘천교구장(시몬 주교)의 서품 기념선물은 ‘손수건(왼쪽 사진)’이다. 지난 8일 천주교 춘천교구청에서 만난 김주영 주교는 인터뷰에 앞서 이 선물부터 건넸다.힘들고 어려운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의미다.

춘천교구 최초의 교구 출신 주교 및 교구장으로 지역사회와 신자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은 김 주교는 소탈하고,유쾌했다.신앙철학과 사목방향에 있어서는 부드럽지만 힘있게 평등과 일치,나눔의 정신을 강조했다.스스로 ‘코로나 주교’가 됐다고 한 김 주교는 “바이러스가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했다.잠시 멈춰 생각해 보라는 것.그리고 삶과 자기 내면 속에서 이루는 진정한 신앙의 실천.인류가 한 형제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는 점도 덧붙였다.

‘항상 기뻐하십시오.늘 기도하십시오.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테살로니카 5장 16∼18절 성경구절이자 김 주교의 서품 성구다.51세의 젊은 교구장의 겸손한 모습은 전임 장익·김운회 주교와도 닮아있다.보여주기식 행사 보다는 교구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그는 “사제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권위 보다는 신자와 함께 하겠다는 사목의지를 밝혔다.어린시절부터 사제를 꿈꾼 그는 “각자 내면에서 다듬는 평화가 가족과 이웃,지역사회,북한 동포와 세계인들에게 닿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왼쪽 그림은 김주영 주교의 문장.
-축하드린다.코로나19 시국에 교구를 이끌게 되어서 소감도 남다르시겠다.
=“규모가 큰 행사 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그런 저의 지향을 하느님께서 아셨는지 ‘코로나 주교’가 됐다(웃음).코로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그간 소비,발전,성장만 생각해 왔는데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길인지,무엇을 위한 성장인지,카톨릭 본연의 진리를 생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잠시 멈춰 생각해 보라는 것 아닐까.이 시대에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돌아보게 된다.모여서 하는 전례도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못하게 될 때 더 중요한 것은 삶 안에서 자기 신앙,믿음의 실천이다.”
-임명 소식을 처음 듣고 고민이 많으셨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나이로 따지면 교구 사제 중에서 허리쯤(올해 만51세)이 된다.어떻게 교구를 일치시켜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전임 교구장 김운회 주교님께서 설득하셨다.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주교가 됐다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제다.다만 조금 더 무거운 책임을 갖고 직분을 다하는 것이다.”
-학창시절과 사제생활을 모두 춘천에서 보낸만큼 교구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다.
=“그야말로 춘천교구 신부다.1997년 사제 서품 후 강릉 주문진,임당동, 춘천 죽림동에 있었고 로마에 유학을 다녀온 후 교구청과 본당을 오가며 춘천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신앙은 5대째다.어린시절 학교는 빠져도 성당은 빠질 수 없었다.효자동 성당 출신인데 어렸을 때부터 보아 온 친구들,신자들이 많다.어린시절 함께 체조하던 말괄량이 수녀친구들의 모습도 선하다.교구 설정 80년을 맞았던 2019년 문화홍보국장 신부님과 함께 교구 내 성당과 공소를 모두 다니면서 그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당시 그 마을과 공동체의 모습이 어땠는지 드론으로 촬영해서 모두 보관해 뒀다.나중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신자,신부들과는 어떻게 만나실 예정인가.
=“코로나19로 사목방문이 멈춰 있는데 다시 시작되면 형식을 달리할 생각이다.본당에 한 두시간 머물기 보다는 긴 시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어딜가나 보석 같은 신자들이 있다.그 분들 덕분에 그 신앙공동체가 운영될 수 있다.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분들이다.수도자가 아니지만 수도자처럼 사시는 분들이 많다.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 귀감이 되는 분들 중에 자랑스러운 평신도를 정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신앙의 깊이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사목표어가 ‘하나됨·평화’다.
=“전임 주교님들이 어떤 지향을 가지셨는지 살펴봤다.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신앙인으로서 마음을 함께 하는 지향은 같았다.성경을 통해 알려주신 진리를 살아내는 것인데,그 진리 중 요즘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더니 역시 ‘평화’였다.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의견이 나뉠 수 있지만 얼마든지 대화,소통할 수 있다.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겠는가.대화하면서 서로 일치점을 찾는 것이다.전례 답사 때 ‘공동합의성’을 이야기했다.성직자의 직무는 이제 앞에서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하느님 백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교구의 사제는 117명,신자는 9만1000명이다.누군가 원한다고 해서 진리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도 들어야 한다.”
-북한 사목에도 열정을 쏟으셨다.북한도 여러 번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이념이 달라도 동포들의 배고픔은 외면할 수 없다.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연탄나눔을 10여차례 이상 했다.북 주민들과 연탄 하역작업을 같이한 적도 있고,약품 운반 차량을 직접 공수하기도 했다.최북단 연탄공장이 있는 주문진에서 연탄을 찍어서 육로로 이동했다.춘천교구는 61개 본당이라고 하지만 북강원 이천과 평강에도 성당이 1곳씩 있었다.고 장익주교님의 교구장이던 1996년도 사제 연수 때 사제들이 먼저 기금을 조성했는데 여기에 신자들이 보태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북한삶위원회가 만들어졌다.신자들은 외출비용을 줄여 봉헌하고 밥먹을 때마다 기도문을 올리며 북녘 동포를 생각했다.이 ‘한솥밥 한식구’ 운동으로 매월 25일 모든 본당에서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미사하고 봉헌해 왔다.교구에 통일사목을 공부하는 신부님도 계시고 최근 학계 등에서도 북한 지원 관련 관심들이 이어지고 있다.이처럼 사회 각계각층과 정부,강원도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하면 그 힘이 모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려운 시기 전하고 싶은 성경 말씀이 있으시다면.
=“서품 성구가 ‘항상 기뻐하십시오’라는 테살로니카전서 5장 18절 말씀이다.나 혼자가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자는 것이며,내가 잘되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최근 교황님이 내신 책 내용에 참 많이 공감했다.더 이상 우리는 너와 나가 아니고 한 형제라는 것이다.인류가 한 형제라는 것을 팬데믹이 다시 알려주고 있다.강원도도 마찬가지다.지역별로 특색이 다르지만 아름다운 이 곳에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문명의 발전과 서양화로 우리의 좋은 전통을 너무 많이 잊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그 중 하나가 ‘공경’이다.공경은 수직적인 것만이 아니다.가정에서부터 화목하고 평화스럽길 바란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집에서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나중에 함께 모일 수 있게 됐을 때도 개인적으로도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최근에는 성경을 필사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 고무적이다.좋은 방법이다.성경은 똑같은 문구를 읽어봐도 매일 다르게 다가온다.각자 울림을 주는 말씀을 가정에서 실천하면 된다.꼭 신앙이 없어도 훌륭하신 분들도 많다.무엇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나로부터 벗어나서 옆을 봤으면 좋겠다.사회는 성장했지만 빈부 격차,계층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내가 가진 단돈 100원 중에 10원을 쓸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진행 및 정리/김여진·김진형
◇김주영 교구장 프로필
△1970년생△경기 화성△춘천 소양중·성수고△수원 가톨릭대△1997년 사제수품△교황청립 그레고리대 유학△소양로·스무숲 본당 등 주임△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총무△춘천교구 사목국장·교회사연구소장 등 역임△2020년 주교 서품 및 춘천 교구장 임명
강원도민일보 원문보기: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55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