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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일보“퇴임은 중요치 않아, 목자는 양 떼 속에 함께 있어야”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0-12-21 조회수 : 825

“퇴임은 중요치 않아, 목자는 양 떼 속에 함께 있어야”


2020.12.21

인터뷰 - 김운회 루카 주교
28일 춘천교구장 은퇴 미사
전국 최대 면적 교구 매년 순회
고성 산불 현장 잊을 수 없어
재난발생시 성당 매뉴얼 마련
“코로나 이후 관계형성 중요
생명·인간존중 사상 늘 품어야”

▲ 김운회 주교는 천주교 춘천교구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춘천교구장으로서 지난 10년은 참 행복했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이어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진 후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가 남겨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영

▲ 김운회 주교는 천주교 춘천교구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춘천교구장으로서 지난 10년은 참 행복했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이어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진 후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가 남겨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영


오는 28일 은퇴 감사미사를 끝으로 10년간의 천주교 춘천교구장직에서 물러나는 김운회 주교의 얼굴은 평온했다.“10년간 참 행복했다”고 첫 마디를 뗀 김 주교는 “코로나19를 통해 하느님이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2010년 1월 춘천교구장에 임명된 김 주교는 교구 내 성당 61곳을 매년 빠짐없이 다니며 신자들의 안부를 챙겼다.‘사랑으로 하나되어’를 사목표어로 삼아 가톨릭회관 2곳을 짓고,고성 대형산불 이후 성당별 재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지역밀착형 사목에 힘 쏟았다.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과 함흥교구장 서리를 맡아 북한 사목에도 관심이 많았다.올해 코로나19로 미사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사제 급여 감축 등으로 아픔을 함께 하고,방역에 선제적으로 동참했다.김 주교는 지난 8월 선종한 고 장익 주교가 머물던 실레공소에서 춘천에서의 2막을 준비중이다.서울 출신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춘천살이를 권유하는 ‘춘천 사람’이 됐다.은퇴 후에도 지역에서 주교로서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소탈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안정 속에서 교구를 성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내내 웃으며 10년간의 소회를 풀어 낸 김 주교는 코로나에 따른 은퇴미사 축소에 대해 “퇴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새로운 분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지”라며 웃었다.특히 김주영 신임 교구장에게는 “더 당부할 것도 없다.나 보다 몇배는 잘 할 사람”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은퇴를 앞둔 소회는.
=“실레마을 공소에 머물고 있다.교구장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늘 컸는데 내려 놓으니 편안한 마음이다.춘천에 온 후 10년간 즐겁게 잘 지냈다.(직전 교구장) 고 장익 주교님이 조직의 틀을 잘 잡아놓으신 덕도 있다.춘천에 처음 왔을 때 장 주교님이 저보고 ‘땡’ 잡았다고 하시더라.그만큼 강원도는 사목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실제로 와 보니 신자들도,신부님들이 잘 따라줬다.나로서는 정말 행복하게 보냈다.”

-교구장으로서 10년은 어떤 삶이었나.
=“목자는 양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양떼 속에 함께 있어야 한다.그래서 늘 신자들을 만나러 다녔다.춘천교구는 한국 교구 중 가장 넓다.아무리 신자가 적은 곳이라도 성당마다의 역할이 있다.규모와 상관없이 본당과 똑같이 하도록 신경썼다.매년 최대한 많은 신자들을 만났고,교구내 118명의 사제들과도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일은.
=“교구에 온 후 신자가 1만명 정도 늘었다(춘천교구 신자는 2010년 8만488명에서 2019년 9만1281명으로 늘었다).강원도 인구 감소세에 비하면 큰 수확이다.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앙인 답게 사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교구 설정 80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춘천 거두리와 강릉 주문진에 카톨릭회관을 지어 신자들이 기도하고 공부할 수 있는 있도록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외형적 건물의 존재만큼 그 공간을 통한 교육의 장이 열렸다는데 의미가 있다.”

-매년 교구 내 모든 성당을 다니셨는데,마음에 가는 성당이 있으시다면.
=“내륙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김 주교의 고향은 서울) 바닷가 성당들이 생각난다.속초 동명동 성당에서는 정초에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해돋이를 보러 온 방문객들에게 성당이 떡국을 대접하고 있는데 이것이 좋은 사례가 되어서 신자 아닌 분들도 얼마든지 오실 수 있도록 교회를 개방했으면 좋겠다.모든 방문객들에게 성당이 다양한 서비스를 드리는 것도 기쁜 일이다.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다니지 못했다.미술에 조예가 깊었던 장 주교님이 계실 때 지은 성당들은 참 예쁘다.내가 와서도 속초의 청호동 성당 등을 새로 지었다.포천에는 인도 출신 신부가 있는데 한글로 전국에 편지를 돌려서 모금활동을 해서 성당을 짓기도 했다.교구 곳곳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도 많다.”
 
▲ 김운회 주교는 천주교 춘천교구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춘천교구장으로서 지난 10년은 참 행복했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이어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진 후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가 남겨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영

▲ 김운회 주교는 천주교 춘천교구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춘천교구장으로서 지난 10년은 참 행복했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이어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진 후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가 남겨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영



-강원도는 최근 유독 힘든 일도 많았다.
=“지난 해 고성 산불을 잊을 수 없다.소식을 듣자마자 피해 현장에 갔는데 집이 모두 다 타버린 주민이 털썩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뭐라 위로하기조차 어려웠다.감사하게도 전국에서 우리 교구로 많은 성금을 보내주셔서 적재적소에 나눠드렸다.성당들이 각 지역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복잡한 행정절차 없이 좀 더 빠르게,필요한 곳을 도울 수 있었다.고성산불 이후 재난발생시 성당별 매뉴얼도 생겼다.”

-올해 코로나19로 미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교구 사제 급여도 반납하실만큼 아픔이 크다.코로나 사태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박해시대에도 했던 미사가 중단됐다.방역당국의 철저한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서다.소규모 본당들은 경제적으로 어렵다.신부님들이 스스로 결의를 해서 봉급의 30%를 삭감했다.참담한 상황 속에 나는 신앙인으로서 “이 안에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됐다.팬데믹이나 기후재난은 인간·생명 존중사상,환경에 대한 감사함 등을 늘 마음에 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자연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결국 우리 인간이 만든 일이다.환경과 생명존중 문제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한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으로도 활동하신만큼 대북지원에도 관심이 깊으신 것으로 안다.
=“춘천교구장은 함흥교구장 서리를 겸한다.2015년 평양 방문 때 함흥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결국 가지는 못했다.고 장익 주교님 계실때만 해도 북강원도로 연탄을 보냈는데 관계 냉각 후에는 이어지지 못했다.대북지원이 어려워진 후에는 지역 새터민이나 이주 노동자 가정을 돌보는 사목센터를 세웠다.이들을 위한 유치원도 계획했지만 설립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북한 동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지금 생각해 두지 않으면 통일 이후에는 더욱 힘들어진다.”

-제일 많이 인용하시는 성경구절이나 위로받는 문구가 있다면.
=“사제가 될 때 “어느 처지에 있든 감사하십시오”라는 문구를 마음에 새겼다.어느 순간에나 감사한 마음이면 극복할 수 있다.감사와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요즘 가장 걱정은 코로나 이후다.만남이 자꾸만 줄어든다.관계가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수업도,일도 비대면으로 집에서 하면 점차 사람과의 만남이 필요없어 진다.관계의 중요성을 계속 교육해야한다.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가 과제다.사람과 사람이 서로 부딪치면서 깨지고 아픈 것이 인간 삶의 기본이다.하지만 관계형성이 위축되고 개인 편의주의만 확대될까봐 걱정이다.”

-앞으로의 일상은
=“유화 물감의 냄새가 좋아서 그림을 그려보려고 1년 정도 배웠다.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몸이 좀 괜찮아지면(김 주교는 최근 허리 수술을 받았다) 전국 성지를 순례해 볼까 생각한다.교회에 도움될 수 있는 일들도 생각중이다.춘천살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다.서울에서 나서 자랐는데도 동서울터미널에서 길을 건너는 수많은 사람들의 보면 머리가 아프다.보는 사람마다 춘천에 오라고 권유한다.텃밭을 가꾸면서 여유로운 이곳 생활이 좋다.내가 생각해도 잘 왔다는 생각이다.사는동안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김주영 신임 교구장(시몬 주교)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당부할 것이 없다.나보다 몇배는 잘할 것이다.기대가 크고 든든하다.젊고 교회사를 전공해서 교회의 많은 부분을 책임져 줄 수 있다.지역 출신인데다 사제들과의 관계도 좋다.80년 역사 속에서 교구 출신 사제가 교구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뤘다.사람들이 우리 둘을 보면 닮았다고 한다(웃음).나로서는 영광이다.”

-강원도에 거는 희망은
=“강원도는 우리나라의 심장과 같다.강원도의 맑음은 국가적으로 가꾸고 보호해야한다.강원도의 자랑인 자연환경을 모두가 고마운 마음으로 지켜줘야 한다.큰 자산이 될 것이다.”진행/김여진·정리/김진형

◇김운회 루카 주교 프로필
=△1944년생△서울△가톨릭대△1973년 사제품△2002년 주교 수품△2010년 춘천교구장·함흥교구장 서리 임명△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이사장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도민일보 원문보기: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52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