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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자비 베푸는 춘천교구 교정사목봉사회 … 춘천교도소에서 성목요일 발씻김 예식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16-04-01 조회수 : 1307
섬김과 사랑의 손길, 수용자들 마음도 깨끗이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자비 베푸는 춘천교구 교정사목봉사회 …
춘천교도소에서 성목요일 발씻김 예식
 
201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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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재 신부가 한 노인 수용자의 발을 씻겨 주고 있다. 임영선 기자



“이곳에서 생활하는 게 많이 힘드시죠? 오늘 발씻김 예식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3월 24일, 강원 춘천교도소 강당. 여성재(춘천교구 사회사목국장, 교정사목 담당) 신부가 미사에 참례한 수용자들의 발을 정성껏 닦아주며 한 명 한 명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여 신부에게 발을 내맡긴 수용자들은 “감사하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뉘우치고 참회하겠다”고 다짐하는 이도 있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맞아 누구보다 하느님의 자비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감옥에 갇힌 이들을 돌보는 춘천교구 교정사목봉사회(회장 이효원)의 활동 현장을 찾았다. 매주 목요일 춘천교도소 강당에서 수용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교정사목봉사회는 24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중 발 씻김 예식을 마련했다. 봉사자 17명과 여 신부, 박순호(춘천교구 다문화 및 새터민 담당) 신부가 함께했다.

이날 여 신부와 박 신부가 공동 집전한 미사에는 40여 명이 참례했다. 신자 수용자는 20여 명이지만 “예식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와도 된다”고 공지를 해 신자가 아닌 이들도 함께했다. 박 신부는 강론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것에서 유래한 발씻김 예식은 섬김과 사랑을 의미한다”면서 “발을 씻겨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섬기고 사랑한다면 싸울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제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수용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줬다. 두 신부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다른 이를 섬기는 마음으로 살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봉사자들은 주전자에 담긴 깨끗한 물을 수용자들의 발에 붓고, 수건을 준비하고, 바닥에 튄 물을 부지런히 닦으며 예식을 도왔다. 수용자 10여 명으로 이뤄진 성가대는 ‘발씻김 예식 노래’를 부르며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봉사자 박영선(프란치스코)씨는 열정적으로 지휘하며 성가대를 이끌었다. 봉사자들은 예식을 마친 수용자들에게 새 양말을 선물했다.

숙연한 표정으로 예식에 참여한 김 요한 마리아 비안네(54)씨는 “좁은 곳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살다 보니 아집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고, 다른 사람을 미워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하며 “오늘 예식에 참여하면서 나 자신을 깊이 성찰했다”고 말했다. 이어 “겸손하고 동료 수용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하느님 자녀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여성재 신부는 “여기(교도소) 오신 분들 대부분이 바깥세상에서 다른 이들에게 존중받지 못했던 분”이라며 “오늘 발씻김 예식이 수용자들이 자신도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하느님의 자비를 느낀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정사목봉사회는 매주 목요일 미사를 봉헌하고, 화요일에는 교리교육을 한다. 수요일에는 수용자 단원으로 이뤄진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주회합을 연다. 현재 춘천교도소에는 880여 명이 수용돼 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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