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려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 선교 ” 2014. 10. 26발행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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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강원도 인제군 상남공소를 찾았을 때, 공소 안에서 풍채 좋은 아저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어서 오세요!”하는 그의 굵은 목소리엔 ‘반가움’이 묻어 있었다. 이상덕(이사악, 59, 한국순교성인 평신도 선교회) 선교사다.
이씨는 1년 10개월 전 상남공소에 온 28년 차 베테랑 선교사다. 주님 말씀을 세상에 전하러 전교 여행을 떠난 바오로 사도처럼, 인생 절반을 주님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다. 상남공소는 신자를 다 합해도 40명이 될까 말까 한 작은 공동체.
이씨는 동네에서 마음씨 좋은 뚱보 아저씨로 통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신자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이웃집에 자주 방문한다는 점이다. 적적한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돼 주고, 이야기를 나누다 눈이 맞으면 막걸리도 한 사발 들이킨다. 농번기에는 일꾼이 된다.
“요즘은 가을걷이 철이라 자주 밭으로 불러내세요. 오늘도 오후에 콩 꺾으러(수확하러) 가기로 약속했어요. 허허허~”
특별해 보일 것 없지만, 친아들처럼 살갑게 이웃을 대하고, 만날 때마다 웃음꽃을 피우게 하는 그를 시골 어르신들이 싫어할 리 없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보고 마음이 동한 어르신들이 공소에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예수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는데 어르신들 스스로 공소를 찾아올 정도로 마음이 열린 것이다. 이렇게 김정만(베드로, 70)씨 등 3명이 하느님 자녀가 됐다.
특별한 신앙체험, 회심으로 이어져
“선교사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복음의 기쁨’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결론은 최초의 선교 대상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나부터 기쁘게 살 때 이웃들이 ‘저 사람은 왜 항상 기쁘지?’‘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하는 마음이 들지요. 이것이 복음의 기쁨이자 선교라고 생각해요.”
그가 선교사가 된 것은 특별한 사연 덕분이다. 군 복무 중 생긴 허리 통증으로 하느님을 찾은 것이다. 병원에서도 병명을 알 수 없었고, 침을 맞아도 낫지 않았다. 당시 이씨 누나가 “세례받으면 낫지 않을까”하고 조언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1979년 세례받았다. 하지만 요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직장 일 때문에 일본에서 1년간 지냈는데, 어느 날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난생처음 묵주를 쥐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묵주기도 27일 만에 허리 통증이 사라지는 체험을 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동안 방탕했던 삶을 뉘우치는 진정한 회심이 일어났던 거예요.”
이러한 신앙 체험은 30대 초반 직장인이던 그를 가톨릭교리신학원으로 이끌었다. 직장도 아예 그만뒀다. 교리신학원에서 2년간 공부하면서 발견한 신앙의 기쁨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선교 실습을 나간 청주교구 화성공소와 광주대교구 하의도의 몇몇 공소에서 시골 어르신들이 보여준 정이 그를 선교사로 이끌었다.
내 얼굴이 선교지라는 마음으로
“공소에서 한 달간 머물렀을 뿐인데 떠나는 날 할머니들이 떡과 부침개 보따리를 싸주시고는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때 ‘누군가 저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제가 가르친 것보다 이분들께 배운 게 더 많았어요. 나누는 행복과 기쁨이었죠.”
그는 교리신학원 졸업 뒤 정식 선교사로서 하의도를 다시 찾았다. 이후 진도ㆍ은곡ㆍ강촌공소를 거쳐 현재 상남공소에서 복음의 기쁨을 전하고 있다. 하느님을 제대로 알고 싶은 열망으로 선교회 담당 유병일(서울대교구) 신부 도움으로 유학가 교황청 우르바노대학에서 선교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는 주일에는 공소 신자들을 가르치는 교리교사이자 춘천교구 사목국 선교위원회 위원으로서 교구 복음화율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전국 본당이나 단체 초청 강의에도 나선다.
그는 선교에 대해 “평신도는 세례성사로 이미 선교사이기에 내 얼굴이 선교지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자들이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나를 통해 구원에 초대할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줘라. 또 줘라”(신명기 15장 참조). 공소 문 옆에 나무 현판에 그가 새긴 선교 비결이 눈에 띄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원본링크: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535581&path=2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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