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원목담당 최원석 신부의 '힐링 콘서트'
 | ▲ 통기타 클럽 '목련화' 회원들이 힐링콘서트에서 병고에 지친 환자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
지난달 30일 춘천 강원대병원 1층 로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한산하던 로비에 최원석(춘천교구 원목 담당) 신부와 신자들이 나타나 전선을 연결하고 스피커와 앰프를 설치했다. 30여분 만에 휑하던 로비에 근사한 무대가 꾸며졌다. '힐링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힐링 콘서트가 있는 날입니다. 제가 먼저 한 곡 연주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최 신부의 리코더 연주로 공연이 시작됐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중년 여성 6명으로 이뤄진 통기타 클럽 '목련화'가 10여 곡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가요 '만남'부터 가곡 '숲 속의 작은 집', 어르신 관객들을 위한 '울고 넘는 박달재'까지 다양한 노래를 선사했다.
처음에는 관객이 몇 명 없었지만 콘서트가 진행될수록 발걸음을 멈추고 연주를 지켜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도 커졌다. 조용했던 병원 로비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 찼다. 1시간 여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진 공연은 앙코르곡 '소양강 처녀'를 다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지켜본 김군자(68, 여)씨는 "잠시 운동을 하러 내려와서 생각지도 않게 좋은 공연을 보게 됐다"며 "다리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음악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1월 첫째 주부터 매주 수요일 낮에 열리는 힐링 콘서트는 최 신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2011년 병원사목을 시작한 최 신부는 부임 직후부터 환자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음악회를 준비했다.
콘서트가 열리기까지 난관도 많았다. '천주교 신부'가 기획하는 콘서트를 일반 병원 관계자들이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복잡하고 시끄러워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최 신부는 부지런히 병원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그랜드 피아노를 병원 로비 한 가운데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첫 콘서트의 피아노 연주는 기대 이상이었다. "피아노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환자부터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다"며 최 신부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 신부는 "힐링 콘서트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주자와 관객이 될 수 있는 일종의 거리공연"이라며 "힐링(healing, 치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환자들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힐링 콘서트 연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봉사할 수 있다. 공연을 원하는 사람은 이름과 연주곡명, 연주 가능 시간을 최 신부에게 문자메시지(010-6377-2846)로 보내면 된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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