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교구와 언론
교구와 언론

교구와 언론

도민일보그녀의 미소·기도로 그의 마지막은 행복하다

작성자 : 문화홍보국2 작성일 : 2012-10-17 조회수 : 2250

그녀의 미소·기도로 그의 마지막은 행복하다

[Story &...] 호스피스의 대모 노라 수녀
“마지막 준비 환자 제대로 알고 마음으로 도움줘야”
1988년 춘천 성골롬반의원서 사랑·헌신 활동 시작
‘타인에 피해 될까’ 더 늙으면 아일랜드 귀향 고려

오늘은세계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성골롬반의 원장인 노라 수녀가 침실에 누워계신 어르신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녀는 춘천에서 25년째 호스피스로 활동하며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최원명

지난 2010 1 14. 아프리카의 한 마을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눈물을 보이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지만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영웅을 가슴 속에 묻어야 했기 때문이다. ‘울지마 톤즈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준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다. 아직도 그들 옆에 천사로 남아 있다.

춘천 시민들 곁에도 천사가 있다. 그늘진 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 와이즈맨 하노라(66) 수녀. 주변 사람들에게는 노라 수녀로 불린다. 춘천 동내면 거두리에 위치한 노인전문요양시설성골롬반의집에서 그녀를 만났다.

푸른색 티셔츠에 검정 수녀복, 수수한 모습과 미소는 여전했다. 누워계신 어르신 옆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정답게 이야기를 하던 그녀는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분들이에요. 외로움을 많아 타죠. 기억도 잘 못하는데 옛 기억들은 조금씩 남아 있어서 어릴 적 이야기를 많이 하시죠라며 서툰 한국말환자에 대해 말을 꺼냈다. 늘 그랬듯 그녀의 삶은 자신보다 남이 먼저다.

한국 생활 40년째, 지금도 한국말이 가장 어렵다는 노라 수녀는 1973년 성골롬반외방선교 수녀회 소속 간호사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이후 아일랜드에서 4년간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1988년 춘천 성골롬반의원에서 본격적인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80~90년대에는 암환자들이 크게 증가하던 시기다. 지금과 같은 치료법도 진통제도 없던 시절,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는 커다란 위안이었다.

병원
시설도 열악했다. 당시 그녀가 근무하던 성골롬반의원의 경우 환자를 입원시킬 병실이 턱없이 부족해 주로 가정을 방문해 환자를 돌봐야 했다.

집안에 걸린 사진만 봐도 환자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다는 노라 수녀는환자가 어떤 배경으로 살아왔는지, 가족관계는 어떤지, 환자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그래야 환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덜게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호스피스다. 인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여기에는 환자를 비롯해 가족까지 포함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 노라 수녀의 생각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해요. 단순히 아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도움을 줘야 해요. 사랑으로요.”

성골롬반의집 원장인 노라 수녀는 임종을 앞둔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집이자 일터인 이곳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빵을 굽는다. 요양원에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한 일종의 사업이다. 이런 뜻을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몇몇 지인들과 보호자들이 손님의 전부지만 늘 정성을 쏟는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녀의 이런 헌신적인 삶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이자 행복으로 전해졌다.

노라 수녀는 이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도 늙는데 더 유능한 분이 이런 일을 맡아서 해야죠. 더 늙고 병들면 고향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결코 고향이 그리워 떠나려는 것도, 이곳 삶이 힘겨워서도 아니다. “그때까지 여기 있으면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잖아요. 그럼 천당 못가요”. 노라 수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곳에서 더 시간을 보내며 아픈 이들과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도움을 받는 것보다 베푸는 데에 더 익숙한 노라 수녀. 이런 헌신에 환자들은 그녀와 함께한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여기지만 노라 수녀는 오히려 자신이더 많은 사랑과 선물을 받았다며 환한 미소로 고마움을 전했다.

13
일은 세계가 정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사랑×동행/아픔을 주제로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도내에서는 암센터 완화의료병동이 개소되고 캠페인도 열린다. 호스피스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지만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이 땅의 천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날이기도 하다. 최원명wonmc@kado.net

<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