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후평동본당 신자들, 순교자성월 맞아 순교극 공연
 | ▲ 후평동본당 신자들이 순교극 '받아주소서'를 공연하고 있다. |
춘천교구 후평동본당 신자들이 순교자성월을 맞아 9월 20일 순교자 이성례 마리아(1800~1840, 최양업 신부 어머니)의 삶을 다룬 순교극 '받아주소서'를 공연했다.
성당 마당에 꾸며진 특별무대에서 열린 이날 공연에는 본당 신자들로 구성된 10살 학생부터 60대 어르신 배우들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신자들이 순교자성월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묘안을 고민하던 용영일 주임신부는 신자들이 직접 순교자의 마음을 체험해볼 수 있는 순교극을 구상했고, 신자들에게 모든 공연 준비를 맡겼다.
한 달여 준비 끝에 막을 올린 공연은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아들 역을 맡은 아이가 희광이(사형집행인)에게 동냥해온 쌀을 주며 "아저씨, 이거 받으시고 내일 우리 엄마 아프잖게 단칼에 베어주세요"하고 부탁하는 장면에서는 관람석 여기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형 당일 죽어가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효도로 물 한 모금과 큰 절을 드리는 장면이 나오자 훌쩍이는 소리는 더 커졌다. 이성례 마리아는 어린 자식들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한 때 배교를 하였으나 하느님을 배반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옥에 갇히고 결국 순교의 화관을 쓰게 된다.
공연을 마친 뒤 350여 명의 관객들은 출연진과 함께 순교자 찬가를 부르며 성당 안으로 들어가 성체조배를 하고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를 큰소리로 바쳤다.
용 신부는 "순교자성월을 맞아 신자들이 직접 순교자가 돼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며 "관람객이 많이 와 출연한 신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주인공 이성례 마리아역을 맡은 최화선(리타)씨는 "첫 연습 때부터 가슴이 뭉클해져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면서 "내 신앙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멀리 양양에서 순교극을 보러온 김재영(헤르메나, 양양본당)씨는 "오늘 순교극을 보면서 이성례 마리아가 최양업 신부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후평동본당 신자들 덕분에 순교자성월에 정말 뜻깊은 작품을 감상했다"고 말했다. 조규성 명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