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짓고 하느님 영 깃든 작품들...
 |
▲ 「주님의 집, 우리의 집」 |
"신앙 공동체가 하느님 집에 모여 하늘나라에 참여하는 지상 전례를 함께 거행하는 곳이 교회당이라면, 그 뜻과 쓸모와 아름다움을 하나로 이뤄보려는 새로운 안목과 진지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1995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주최로 열린 교회미술 세미나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이렇게 강조하고, "교회와 미술가는 서로 필요하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지난해 4월 25일 교구 설정 일흔 돌을 맞은 춘천교구는 최근 뜻깊은 교구 성미술 화보집을 펴냈다. 3월 20일 퇴임한 전임 교구장 장익 주교가 교구 설정 70돌을 기념해 온 정성을 다 쏟아 묶어낸 화보집 「주님의 집, 우리의 집」으로, 교구 미술의 정수를 15×19cm 크기 258쪽 분량의 책에 담았다.
▶의미
'일흔 돌 춘천교구의 새 모습'이라는 부제를 단 교구 성미술 화보집은 춘천ㆍ남춘천과 중부ㆍ서부, 영북ㆍ영동, 경당ㆍ수도원 등 4부로 나눠 죽림동주교좌성당을 시작으로 교구청과 본당 및 공소, 교육관, 수도원, 병원, 사제관 등 40곳을 두루 망라했다. 교구 전반 성미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한 화보집이 나오기는 한국천주교회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본당 차원에선 1996년에 서울대교구 혜화동본당이 본당 설정 70주년을 기념해 성미술 도록 「우리와 함께 머무소서」(전 2권)를 펴낸 적이 있지만, 이번에 교구 차원 첫 성미술화보집이 나옴으로써 춘천교구 내 성미술 작품 보존과 관리, 연구, 복원 등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
 |
▲ 최종태 작 '요셉상'(춘천교구청 소장). |
 |
▲ 조광호 신부 작 '제대'(속초시 동명동본당 소장). |
 |
▲ 마르크 수사 작 유리화(춘천 효자동본당 소장) |
 |
▲ 김겸순 수녀 작 '내부 성당 문'(양양군 글라라 수도원 소장). |
 |
▲ 김형주 작 '성모자화'(양양군 글라라 수도원 소장). |
 |
▲ 나희균 작 '십자가의 길'(포천시 영북면 운천본당 소장). |
 |
▲ 임송자 작 '십자가의 길'(강릉시 초당본당 소장). |
▶내용
화보집은 본당 및 공소, 혹은 교구 시설별로 간략한 역사 및 발자취와 함께 건축 평면도, 미술품 목록, 작품 사진(작가도 병기)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신앙 매개로서 교회미술 작품은 성당 내 중앙 십자가와 제대, 독경대, 감실, 성수대, 주례석 및 좌석, 촛대, 행렬 십자가, 십자가의 길, 성모상ㆍ성모자상ㆍ예수 성심 주보상, 성당 정문 문양 및 부조 등이 대거 포함됐다.
미술 분야로도 회화와 조각, 공예, 유리화 등이 다채롭게 소개돼 있어 교회미술에 담긴 신앙적 뜻과 쓸모, 아름다움, 나아가 교구 미술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새기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다. 어찌보면 화보집이라기보다는 외려 성미술에 담긴 신앙적 신비를 깊이 묵상해 볼 수 있는 묵상집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한정된 지면 사정상 창작품이라기보다 기성품에 가까운 성물은 담지 못했고, 창작품도 교구에 보고가 누락된 경우는 아쉽게 빠졌다.
최종태(요셉, 78) 전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장은 "지난 10여 년간 춘천교구에서는 성당을 짓는데 미술가들이 역할을 하도록 특별한 배려를 해주었다"며 "이 사업이 예술작품에 대한 그간의 소홀한 대접에 대해 반성하고, 교회미술 보존과 보호에 마음을 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익 주교도 인사말을 통해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아 근래 많은 생각과 정성을 쏟아 중창 신축 개비한 성당 건물 자체와 전례공간을 구성하는 종교미술품을 가리어 그 자취를 알아볼 수 있도록 수록한 편람 「주님의 집, 우리의 집」을 엮어 펴낸다"며, "이는 우리가 이루는 신앙공동체의 문화유산을 교회정신에 따라 더욱 소중히 여기는 의식과 안목을 돕는 작지만 의미있는 일이라 여긴다"고 말했다.(기쁜소식/1만6000원)
오세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