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같다. 사시사철 푸르다. 변함이 없다.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는다. 상록수, 그래서 우리는 소나무를 상록수라 부른다.
장익 주교는 소나무를 닮았다. 뿌리가 깊다. 오로지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바라고 진실하다. 겉치레나 과장된 몸짓은 장익 주교에게 통하지 않는다.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오직 진실한가, 속이 알찬가, 그것이 중요하다.
씨를 뿌리지 않은 곳에서 거두려 하지 않는다. 오직 땀 흘려 일한자만이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척박한 땅 강원도를 16년간 일궈온 장익 주교가 은퇴를 앞두고 입을 열었다.
예순 나이에 부임한 춘천. 하루를 살더라도 이곳에 뼈를 묻으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묵묵히, 참 성실히도 일했고, 그 밭에 알찬 열매가 영글도록 자신을 헌신했다.
개척기 춘천교구의 기틀을 세웠고, 교구 설정 70주년의 은총으로 교구를 이끌었다. 유례없는 인도적 대북지원으로 남과 북은 ‘하나’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경로사목과, 한국 사회 전체의 문화 정체성까지 내다보는 문화사목 등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새로운 사목 도전도 선보였다. 그러나 장익 주교는 겸허히 고개를 숙인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두 손을 모은다.
장 주교는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으로 진실할 것을 누차 강조했다. 짧은 기간 동안 크게 성장한 교회도 이제 안으로 눈을 돌려, 내실을 다질 때라고 했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산세포로 살아 움직일 때에, 교회 공동체가 살아있는 것이라며, 신앙생활의 기본이 되는 ‘말씀’과 가까이 살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 사회 전체를 두고도 깊이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나’와 ‘너’를 가르지 말자.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지 말자.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필요한 말만을 남긴 채 장익 주교가 교구청을 나섰다. 2월 9일 오후 5시, 해가 저물어 가는 춘천교구청 뜰에 비가 내렸다. 커다란 우산을 받쳐든 장주교가 돌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걸어갔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장 주교의 앞길을 포근히 적신다. 봄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