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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춘천교구 홍천본당 가정 방문 천사단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0-01-18 조회수 : 2306
"춘천교구 홍천본당 가정 방문 천사단"

신자가정ㆍ복지시설 등 찾아 성탄 기쁜소식 알리고 기도


▲ 홍천본당 천사단 학생들이 천사방문을 떠나기 전 본당 마당에 꾸며진 성탄 트리 앞에 모여 기도를 바치고 있다. [백영민 기자]

 "저희는 홍천성당에서 온 천사들입니다. 오늘 밤은 이 가정에 주님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는 특별한 밤입니다. 저희는 이 기쁜 소식을 이 집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자 왔습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16일 저녁, 새하얀 천사옷을 입은 어린이 6명이 무의탁노인 생활시설인 홍천 안나노인요양원을 찾아왔다. 천사들의 방문을 받은 노인들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번졌다.

 춘천교구 홍천본당(주임 홍기선 신부)이 성탄을 앞두고 유치부ㆍ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로 구성된 천사단을 꾸렸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천사방문'은 홍천본당만의 특별한 성탄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가정을 방문해 성가를 부르고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치는 등 천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올해는 어린이 50여 명이 조를 짜서 이틀간 42가정을 찾아가 기쁨을 전했다. 하루에 세 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지만 아이들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하얀 옷, 날개, 머리에는 천사링까지 영락없는 천사의 모습을 한 천사단은 성탄 기쁨을 표현한 성가를 부르며 방문을 시작한다. 안나노인요양원을 찾아간 6명의 아이들은 생활성가 '예수님 어서 오세요'를 힘찬 목소리로 합창했다.

 이어 천사 한 명, 한 명의 기도가 이어진다. 가정의 평화,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맑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차분하게 기도를 바친다.

▲ 가정을 방문한 한 학생이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하느님 아버지, 저희 홍천본당 천사들이 당신께 간절히 봉헌하는 이 기도를 온전히 들어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천사 대표 홍진영(요한나잔다크, 초6)양의 기도를 마지막으로 천사들 역할은 끝난다. 이젠 어른들 차례다. 무릎을 꿇고 기도손을 하고 있는 천사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마음을 다해 축복의 기도를 바친다.

 천사들이 떠날 때에는 선물을 한아름 안겨준다. 요양원 직원 한 명이 큼지막한 선물을 들고 나오자 조용히 있던 막내 최종화(요한 사도, 초2)군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와! 선물이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종화군 함성이 끝나기도 전에 맏언니 진영양이 "조용히 해!"라고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주의를 준다. 맏이답게 천사 품위(?)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첫 번째 방문이 끝나자마자 다음 가정 방문을 위해 부리나케 승합차에 몸을 싣는다. 다음 방문은 본당 사목회장 이상재(마르티노)씨 가정이다.

 이씨는 '환영 천사단'이라는 글씨를 커튼에 붙여놓고 성탄 트리까지 예쁘게 꾸며 놨다. 천사들을 맞이하느라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쏟은 게 눈에 보인다. 천사들의 기도와 노래가 끝나자 이씨 아내 이금순(스텔라)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수북이 차린 상을 내왔다. 눈 깜작할 새에 6명이 상 주위를 둘러쌌다.

▲ 선물 꾸러미를 받은 아이들이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약속이나 한 듯 식사 전 기도를 바치고 "잘 먹겠습니다"라고 외친 후 과자를 집어 드는 모습이 의젓하다. 역시 천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2년째 천사방문을 하고 있는 오예지(마리아, 초3)양은 "여러 곳을 돌아다녀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기만 하다"면서 "우리를 보고 기뻐하시는 어른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상재씨는 "마치 아기 예수님이 집에 찾아오셔서 은총을 가득 내려주신 것 같다"며 "추운 날씨에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가정에 기쁨을 전해주는 아이들이 무척 기특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씨는 가정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홍천본당 천사방문은 지난해 부임한 홍기선 주임 신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방문 한 달 전부터 천사방문을 희망하는 신자들의 신청을 받았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방문에 앞서 며칠 동안 천사단 아이들과 함께 노래와 기도 연습을 하며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승합차를 갖고 있는 남성신자들은 차량봉사를 맡았다.

 천사단 아이들이 입을 예쁜 옷은 바느질에 솜씨가 있는 한 신자가 담당했다. 열흘 동안 50여 벌의 옷을 지었다. 천사옷을 만든 신자는 "천사옷을 입은 예쁜 아이들이 가정방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천사들은 가정에서 받아온 선물을 한데 모아 두었다가 성탄대축일 미사 후 모든 주일학교 친구들과 골고루 나눈다.

 홍 신부는 "가톨릭 국가에는 캐럴링(가정을 방문해 캐럴을 부르는 것) 같은 성탄맞이 문화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성탄의 기쁨을 표현하는 문화가 많지 않다"면서 "2000여 년 전 천사가 목동을 찾아가 예수님 탄생을 미리 알려줬던 것처럼 홍천본당 천사단은 가정을 방문해 성탄이 다가왔음을 일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홍 신부는 또 "천사방문은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어렸을 때 성탄절에 관한 소중한 추억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훗날 냉담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성당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천사가 방문한 가정의 어른들이 아이들 머리에 손을 얹고 바치는 축복기도는 천사방문의 의미를 잘 말해준다.

 "오,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 우리 본당의 맑고 깨끗한 이 어린 천사들을 언제나 당신 사랑으로 보호하시어 지금의 이 맑고 순수한 모습을 이 세상 끝날까지 지킬 수 있게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이 세상에 아직도 천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믿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임영선 기자

2009.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