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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바다 된 봉헌식 미사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8-12-31 조회수 : 3882










"눈물 바다 된 봉헌식 미사 "






춘천교구 강촌성당 봉헌식



   한 달 전쯤, 신축공사 후 입주 첫 미사가 봉헌된 춘천교구 강촌성당은 눈물바다가 됐다. 잘 참았던 정기원 주임신부는 미사 말미에 신자들을 안수하면서 끝내 눈물을 떠뜨리고 말았다.

 여름 내내 밭일을 다녀 번 돈을 신축기금으로 내놓은 할머니들부터 개구쟁이 아이들까지 성전 완공의 감격 때문에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1962년 건축된 강촌성당은 3년 전 갑자기 몰아친 돌풍과 폭우에 훼손됐다. 가건물인 교육관과 사제관은 폭격을 맞은 듯 폐허가 됐다. 이 참에 성전을 헐고 새로 짓자는 얘기가 조심스레 나왔다.

 하지만 강촌본당은 10년 전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됐지만 신자 수나 재정 면에서 여전히 공소나 다름없는 시골 본당이다. 신자들은 대부분 고령인데다 주일헌금은 20만 원 턱걸이도 힘겹다.

 그런데도 기도의 힘만 믿고 공사를 시작했다. 반세기가 다 돼가는 낡은 건물이라 여름이면 벌레가 들끓고, 겨울이면 냉동고가 따로 없어 더 이상 미루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정기원 신부는 지붕에 천막을 씌우고 그 위에 폐타이어 70여 개를 얹은 피난민 생활을 하며 도시 본당으로 모금을 하러 다녔다. 특히 모금강론 때마다 관심을 끌려 '대머리 총각'과 '강촌(江村)에 살고 싶네'를 불렀다. 정 신부는 정말 이마가 훤한 대머리 총각이다.

 신자들도 이 지역 주산물인 천마와 참마를 팔아 신축기금에 보탰다. 또 도움을 주는 타본당 신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밤새 구리철사로 십자가를 엮었다. 지칠 때면 날품을 팔아 생계를 잇는 노인들의 '과부의 헌금'이 용기를 북돋아주곤했다.

 정 신부는 지난 여름 삼복더위에 신자들과 홍천강 주변에서 돌을 주워다 성전 한쪽 벽의 안팎을 장식했다. 신자들에게 '내 손으로 지은 하느님 집'이라는 주인의식과 성취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주일학교 어린이들부터 공소 노인들까지 예외없이 참여했다.

 옛 성당 바로 옆에 지은 새 성당은 건축면적 863㎡, 연면적 1029㎡에 지상 2층(1층 성전, 2층 사제관) 규모다.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성당과 교육관 2개 건물을 한 지붕으로 덮고 그 사이에 바람 통로를 냈다. 또 주변 산세와 어울리도록 벽체와 지붕을 사선(斜線)으로 처리했고, 강촌유원지 옆에 있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회의실을 팬션식으로 꾸몄다.

 정 신부는 "고령의 노인들은 그동안 성전다운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터라 신축을 더 서둘렀다"며 도움을 준 은인들에게 감사했다.
 강촌본당은 14일 교구장 장익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했다.

    신자들은 이날도 돌풍에 무너진 성전을 피와 땀으로 다시 세운 감격에 겨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원철 기자

2008. 12. 21발행 [9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