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가톨릭문우회(회장 전신재) 회원 22명이 삶과 신앙에 관한 얘깃거리를 문집 「주님 보셔요」(도서출판 대희)에 담아 펴냈다. 회원들 가운데 최고령인 이춘선(마리아, 85) 할머니는 일제시대 철도원 관사였던 강릉시 교동의 허름한 집에서 8남매를 키운 얘기를 정감 넘치게 풀어놔 눈길을 끈다. 이 할머니는 8남매 가운데 4명(춘천교구 오상철ㆍ상현ㆍ세호ㆍ세민 신부)을 사제로, 1명(오진복 마리아의 작은자매회 수녀)을 수도자로 하느님께 봉헌한 장한 어머니다. 이 할머니는 철도청 부지 무단사용 문제로 20여년간 공무원들과 씨름하며 지켜낸 이 집을 '주님 은총이 충만한 땅'이라고 말한다. "8남매가 도시 속의 자그마한 자연에서 뛰놀며 컸다. 큰아들 상철이가 14살에 신학교에 가고 나머지 7남매는 저희끼리 학교갔다 와서 보면 엄마 아빠는 돈 벌러 가고 집은 비어 있어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아이들은) 한겨울이면 김장배추 가져다 잘라놓고 물 떠다 놓고, 배추김치 먹으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그래도 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올 때 먹을 것을 조금 사오는 그걸 바라고 또 뛰어논다. 앞마당 큰 감나무 밑에 여기서 낳은 5명의 태를 묻었다. 이 터가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히 내리신 땅인데 후손들이 그 가치를 몰라주어 아쉽다…." "다 부서진 담장에 호박넝쿨 멋대로 뻗어 올라가 전기줄에 칭칭감겨 너덜거리고, 담쟁이는 다 부서진 할머니 이빨 같은 담장에 척 달라붙어 여기저기 휘감기는 집"에 지금도 살고 있는 이 할머니는 "밖에서 보면 얼마나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나 하겠지만 내 마음만은 엄청난 부자"라고 말한다. 문우회의 3번째 작품집인 「주님 보셔요」에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 복음을 전하는 신부와 수녀들의 진솔한 글이 실려있다. 문의: 033-253-8877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