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노도부대 노도성당 종, 속초 동명동성당에 재설치
구 노도부대(육군 보병 2사단) 노도성당에서 사용하던 종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속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춘천교구 동명동성당에 재설치됐다.
춘천교구 속초 동명동본당은 8월 24일 교중미사 후 종 축복식과 제막식을 갖고, 1978년 헌종된 노도성당 종을 성당 마당에 설치했다. 이어 종을 ‘평화와 희망의 종’으로 명명했다. 행사에는 당시 주임 이기범 신부와 신자, 이병선 속초시장, 방원욱 속초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노도성당에서 사용하던 종을 동명동본당으로 이전하게 된 건 춘천교구 양구본당 출신 이기범 신부가 부대 해체로 방치돼 있던 종을 발견하면서다. 1949년 5월 창설된 보병 2사단은 양구에 주둔했지만 군 병력 감소 등의 이유로 부대 재배치 계획에 따라 2019년 12월 6일 해체됐다. 이후 ‘2 신속대응사단’이 ‘노도부대’란 명칭은 계승했지만, 주둔지는 경기도 양평으로 바뀌었고 노도부대에 있던 성당도 폐쇄되면서 종도 방치됐다.
속초 동명동성당은 6·25전쟁 때 수복지역인 속초에서 1951년 8월 18일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지어진 상징성이 있다. 노도부대는 육군 부대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 그런 중에 이기범 신부가 군종사제 후배인 김창환 신부를 찾았다가 이 종을 발견해 그 상징성을 유지하고자 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부대와 군종교구 협조로 동명동성당으로 이전하게 됐다. 종탑 설치 비용은 서울대교구 해방촌본당 도움으로 해결했다. 이 신부는 “역사적으로 동명동성당과 해방촌성당은 6·25전쟁 피난민들과 관련이 많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조국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노도성당의 종을 옮겨 재탄생시킨 것은 의미가 크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또 “동명동성당은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전국에서 가장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명소로 이 종은 12월 31일 자정 정각 제야의 종소리를 울리는 것은 물론, 성 목요일과 주님 부활 성야에도 울리게 될 것”이라며 “종은 본당의 품격을 높여주고, 본당 주변 난개발의 부당함을 알리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일을 마무리한 이 신부는 교구 사제인사로 8월 28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인공동체 사목을 맡고 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