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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허준구의 봉의산 이야기] ⑤모수물길과 말탕개미길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5-09-04 조회수 : 31

[허준구의 봉의산 이야기] ⑤모수물길과 말탕개미길


춘천향교

춘천향교


봉의산을 둘러싸고 있는 마을에 묘한 이름을 가진 지명이 있다. 여러 사람이 뜻이 궁금하다며 물어오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웃하면서 지나치기 다반사다. 지명地名이란 말 그대로 땅이름으로, 사람에게 이름을 붙이는 이유와 비슷하다. 고대로부터 지명을 붙여왔기 때문에 현재 상당한 양의 지명이 축적되어 ‘지명학’이라는 학문 영역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땅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생활에 도움을 주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지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언어·풍속·의식·도덕·종교 등의 특성이 내재하고, 그것을 연구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문화 발달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자산이기도 하다.

전국에 하나뿐인 지명이 춘천에 여럿 있지만, 그 자체로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지명으로는 ‘모수물길’과 ‘말탕개미길’을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모수물길은 강원도청 정문으로부터 소양로1가 소양약국(구 지성병원 자리 맞은편)에 이르는 길을 말하는데, 그 길 중간에 소양로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모수물 지명은 우물(샘) 이름에서 시작된 듯하다. 소양로성당 근처에 비교적 큰 우물이 두 곳 있었는데, 옛 문헌에 근거하면 춘천 이궁 근처에 ‘묘정妙井’에 관한 기록이 있다.

처음에 묘정의 우물물을 묘수물로 불렀는데, 묘수물은 발음이 어려워 모수물로 변형된 듯하다. 모수물의 단어 구성은 역전앞과 같다. 역 앞을 뜻하는 역전驛前에 앞이란 우리말이 덧나서 이루어진 구조로, 신묘한 물을 뜻하는 묘수妙水에 물이란 우리말이 덧나서 묘수물이 되었다가 모수물로 전환된 듯하다.

소양로성당에서 발행하는 주간 소식지(일명 주보) 이름을 ‘모수물’로 정한 점도 특이하다. 첫 번째 발행한 주보에 “우리 성당의 새 도로명 주소는 ’모수물길 22번길 26‘입니다. 여기서 ’모수물‘은 봉의산 밑에 있는 샘이고, 춘천에서는 가장 좋은 샘이라는 뜻이랍니다”라고 적고 있다.

옛 문헌에는 묘정妙井에 대해 “가뭄에도 한 번도 마른 적이 없고 옥빛이며 투명하여 맛이 아주 좋다”라고 설명하고, 그 우물의 위치를 고지도에 표시하였다. 묘정에서 길어 올린 물이 묘수물이었고, 묘수물이 발음의 편리성에 따라 모수물로 변형되어 ‘모수물길’과 ‘모수물고개’ 지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수물길

모수물길

말탕개미길 지명은 어원이나 유래를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다. ‘말탕개미길’은 ‘말탕 + 개미 + 길’이 합성된 듯한데, 이러한 분석만으로는 의미를 종잡기 어렵다. 조선 후기 편찬된 《춘주속지春州續誌》 부내府內 조條에 ‘마승감馬乘監’이란 지명이 그 해석의 단서를 제공해 준다. 마승감은 ‘말을 타다’는 뜻의 마승馬乘과 ‘살피는 이’라는 뜻의 ‘감監’이 결합하여, ‘말을 탔는지 살피는 사람’이란 뜻이다.

말탕개미길은 본래 옛 춘천여고로부터 춘천향교 앞을 지나 교동 ‘큰우물’이 있었던 교동초교 앞을 지나는 길을 말한다. 춘천향교에는 공자와 성현이 모셔져 있어 향교 앞을 지날 때는 임금이라고 해도 말에서 내려야만 했다. 고을마다 향교 앞 하마비는 이러한 역할을 대신하도록 세워진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

춘천향교 앞 하마비

춘천향교 앞 하마비

말탕개미길에서 ‘말탕’은 ‘말을 탄’이란 뜻이고 ‘개미’는 ‘살필 감監’의 감자監字가 ‘감이’로 되었다가 ‘개미’로 변하였다. 마승감은 ‘말 탄 사람을 살피는 이’란 뜻으로 공자님의 존엄한 존재가 마승감이란 직책을 만들었고, 이것이 춘천 지역에만 남아 있는 지명으로까지 나아갔다. 춘천향교의 공자님 존중이 얼마나 지대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지명이기도 하다.

호수와 물로 대표하는 고장답게 춘천에는 진귀한 샘도 많고 우물도 많다. 그중 옛 문헌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지명으로 전해지는 모수물(묘정妙井)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 물의 고장 춘천의 관광콘텐츠로 개발하고 말탕개미 지명과 아울러 춘천을 대표하는 지명콘텐츠로 내세우면 어떨까.

허준구

출처 : 시민언론 <춘천사람들>(https://www.chunsa.kr)

기사원문보기: https://www.chunsa.kr/news/articleView.html?idxno=71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