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를 맞아 아름다운 산과 강, 바다를 벗 삼아 사는 친애하는 강원도민 여러분에게 큰 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올해는 토끼해입니다. 저는 토끼를 생각하면 김광섭 시인의 헌신이라는 시가 생각나 여러분과 먼저 그 시 내용을 나누고자 합니다.
“불심(佛心)이 선 것을 자랑하려고/ 여우와 원숭이와 토끼가/ 제석님을 찾아갔다.// 어쩌나 보느라고/ 시장기가 돈다 하니/ 여우는 잉어새끼를 물어 오고/ 원숭이는 도토리 알을 들고 왔는데/ 토끼만 빈손에 와서/ 불 속에 폴싹 뛰어들며/ 익거든 내 고기를 잡수시라 했다.// 제석님이 그 진심을 가상히 여겨/ 유해나마 길이 우러러보라고/ 달 속에 옮겨놓아/ 지금도 토끼는/ 헌신과 진심의 표상으로/ 달 속에 살고 있다.”(김광섭 ‘헌신(獻身)’ 전문)
우리는 한 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일을 한다는 생각에 부푼 기대감도 있고 마음이 혼란스럽고 걱정이 앞서 주저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선지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올해 6월에 우리 강원도는 과도한 규제 해소와 국가 균형 발전 실현이라는 필요성에 의해 강원특별자치도로서의 새로운 자치법을 입법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법이 경제와 편리함, 관광이라는 사람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지구를 지켜온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강원의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평화로운 땅 강원도의 새로운 모습을 지향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천주교 신앙인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올해도 적극적으로 지내고자 합니다. 기후위기는 신앙인 여부를 떠나 우리 인류에게 닥친 급박한 문제임으로 우리 강원도민 모두가 검소한 삶으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구의 아름다운 옛 모습을 찾기 위한 탄소중립의 여정을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지만 예언자의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 논리를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모든 창조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강원도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는 사회인으로서의 감각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서두에 김광섭 시인의 헌신이라는 시를 여러분과 나누었습니다. 토끼처럼 자신을 불 속에 내놓는 헌신의 삶은 오늘날, 물질의 풍요로움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락함에서 뛰어나오고 개인주의를 벗어나는 것이며, 서로를 보듬고 존중하며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는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보편적 형제애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보편적 형제애는 친척관계나 가정의 연결 고리를 넘어 출신과 국적, 인종, 종교를 초월한 모든 인간의 형제적 관계를 뜻합니다. 저는 이 형제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헌신(獻身)의 자세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 속으로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고자 그들의 고유한 활동 속에서 그들에게 다가가는 사람”(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4항)이 바로 보편적 형제애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친애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새로운 한 해에는 서로서로가 희망을 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참 행복을 일구는 기쁨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보편적 형제애의 실천으로 우리가 사는 이 아름다운 땅이 평화롭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곳이길 빕니다.
입력 : 2023-01-05 00:00:00 (19면)
강원일보 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page/view/2023010113062477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