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지속 가능한 인류를 위한 7년 여정 선포식
‘아직’이라고 하기엔 시간이 없습니다. 실행하여 희망을 일구어냅시다!
“가련한 이들에 대한 핍박과 가난한 이들의 신음 때문에 이제 내가 일어서리라.” 주님께서 이르신다. “그가 갈망하는 대로 나 그를 구원으로 이끌리라.(시편 12,6)”
사랑하는 형제 사제, 수도자, 교우 여러분,
고도로 발달한 산업 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는 아파 신음하고, 그 문명의 이면(裏面)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탄식과 고통스러운 외침이 들려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5년 발표하신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이러한 전방위적인 위기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시며 인류를 향해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셨습니다. 또한 그해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인들의 대응에 대해서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 후 6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의 7년 여정을 시작하시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남기고 싶습니까?”라는 말씀으로 전 세계를 향해 영상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화와 경험, 자신의 계획과 능력을 갖추고 서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우리의 어머니인 지구가 본래의 아름다움으로 돌아가고 피조물이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십시오.”
교황께서는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7년 여정 동안 우리의 지역 사회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며, 통합 생태론의 정신 안에서 온전히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지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지구의 외침에 대한 응답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 △생태 경제 △소박한 생활양식의 채택 △생태 교육 △생태 영성 △공동체 헌신 등 7가지 목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끝없는 탄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산업화로 인한 물 부족 인구가 늘어나 병에 걸릴 것을 알면서도, 타는 목마름을 해소하고 하루, 한 시간이라도 더 생존하기 위해 오염된 물을 마시며 극도의 가난에 시달리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밀림에 불을 놓으면서까지 개발을 추진하는 이기적인 정부와 자본가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원주민들의 울부짖음 또한 세계를 울리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산업화를 이룬 인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탄식과 절규를 뒤로하고 지구의 숲을 빼앗고 물과 땅 그리고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사회와 경제 시스템은 거의 붕괴해 가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된 동물의 서식지 파괴와 인간의 무분별한 접촉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현재 인류가 당면한 팬데믹은, 바이러스보다 기후 변화가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탄소 배출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세계 곳곳에 태풍과 가뭄,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금 속도로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넘어 인류 전체의 멸망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기후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생태 위기에 직면한 것을 직관한 한 소녀의 외침이 가슴을 울립니다. 2018년, 15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온 세계를 향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렸고 세계 각지에서 수백만 명의 관심을 끌어냈습니다. 툰베리는 다음 해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지금 “실행하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고 외치며,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렇듯 수많은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사리사욕이나 편의에 따라 간과되어 버리는 현실에 젊은이들은 낙담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함부로 이용해도 되는 소유물이 아니라 대대로 전해 주어야 하는 유산임을 젊은이들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또한 내일에 대한 희망은 고귀한 감정을 품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과제임을 젊은이들은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이 젊은이들에게 공허한 말이 아닌 현실적인 응답을, 환상이 아닌 행동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해 회칙 <찬미받으소서> 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주년을 보내며 특별 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가정·본당·교구에서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지침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5월 24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명동성당에서의 미사 안에서 통합 생태 영성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7년의 여정을 약속하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사제, 수도자, 교우 여러분,
우리 춘천교구도 교황 주일을 맞아,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7년 여정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성경 창세기 1장은 인간이 하느님 창조의 선물인 것을 말해줍니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좋았다.”고 말씀하시고는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세상의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대로 우리는 아름다웠던 자연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우리는 그 자연과 분리되어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식해야 합니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 전체를 포함하는 온전한 인간 생태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을 듣고, 새로운 사회를 위한 누룩이 되어야 한다.”는 교황의 말씀이 우리에게 주어진 해답입니다.
지금이 바로 실행하고 희망을 일구어 내야 할 때입니다. 가정과 본당, 교구가 합심하여 계획된 실천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환경 파괴를 멈추고 생태계를 재건하는 데 힘을 모읍시다. 세상을 돌보라 하신 하느님께 다시 아름다워진 지구를 봉헌합시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줍시다. 앞으로의 여정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하느님의 자녀로서 또 자연의 일부로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거룩한 일을 해나갑시다.
2021년 6월 27일 교황 주일에
춘천주교 김 주 영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