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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회(루카) 주교님 춘천 교구장 착좌미사 강론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0-03-29 조회수 : 6881

2010년 3월 25일

김운회(루카) 주교님 춘천 교구장 착좌미사 강론 (LK 1, 26 - 38)

 

† 찬미 예수님

형제, 자매 여러분

기쁨과 희망으로 우리가 함께 모인 오늘은 진정 아버지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날이며, 제 7대 춘천 교구장으로 착좌하는 저에게는 가슴 벅찬 감격의 시간입니다.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부족한 저를 춘천 교구장으로 임명하신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착좌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계신 교황 대사님, 서울 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님,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님 그리고 선배, 동료 주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자리하신 내빈 여러분,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과 격려로 저를 반겨주신 장익 주교님과 춘천 교구 사제단 그리고 춘천 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춘천 교구는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이한 전통을 자랑하는 교구입니다. 교구 설정 70주년을 은혜로이 지내고, 희망 가득한 첫 발자국을 내딛는 이 시간에 교구장으로서 임명받은 저는 무한한 영광과 책임을 실감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고장 그래서 그 누구보다 선한 심성을 가진 춘천 교구 하느님 백성들의 목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청합니다. 춘천 교구의 오늘을 일군 역대 교구장님들과 모든 교우들의 사랑과 열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총을 청합니다.

 

2010년을 시작하며 전임 교구장이신 장익 주교님께서는 당신의 사목 모토인 요한복음 17장 11절의 말씀 "하나 되게 하소서"를 교구 사목 교서로 선포하셨습니다. “자비로우신 아버지께서 애당초 우리를 당신 모상으로 지으신 것도, 아드님께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어 죄와 죽음에서 구하신 것도, 성령께서 우리들을 하느님 생명으로 들어 높이신 것도, 모두 다 우리가 하느님과 그리고 서로서로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라는 사목 교서는 제가 주교서품을 받으며 선택한 필리피서 2장 2절의 말씀 “같은 사랑을 지니고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이루어,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 주십시오.”에 근거한 사랑으로 하나되어(UNANIMES CARITATE)’라는 사목 표어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닌 하느님의 섭리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전임 교구장님의 사목 모토에 저의 사목 모토가 완전하게 결합되어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춘천 교구의 커다란 결실을 희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솔직히 주교로 임명되는 순간에도, 춘천 교구장으로 임명되는 순간에도 기쁨에 앞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그 누구보다 부족한 저 자신의 모습을 잘 알고 있기에 두려움이 먼저 저를 엄습했습니다. 그러나 착좌미사를 봉헌하는 오늘을 기념하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의 복음 말씀인 루카 복음 1장 26 ~ 38절의 말씀은 저에게 커다란 위안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갈릴래아의 나자렛이라는 작은 고을에 있는 초라한 집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앳된 여인 마리아에게 나타나 인사하고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예고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한계를 고백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질문에 천사는 예수 그리스도 육화(肉化)의 신비를 더욱 깊이 밝혀 줍니다.

마리아가 생명의 원천이신 성령의 활동에 의해 아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사실 즉, 성령께서 마리아 위에 내려오시고, 기적을 행하시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마리아를 감싸주실 것이라고 천사는 말합니다. 그 아기는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된 분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신비를 전합니다.

메시아를 갈망하던 유다인들 중 어느 누구도 하느님의 메시아가 가난한 백성 가운데, 평범한 한 여인에게 일으켜질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성경은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계시면서 그들의 간청을 들으시고, 그들 가운데서 기대하던 구원 즉,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셨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방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생명의 주인이시며, 우주의 주인이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머리로 이해하고, 만들어낸 하느님을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분은 우리의 이성을 뛰어 넘는 지극히 위대한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구원 사업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당신만의 방법으로 완성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방법과 그분의 뜻을 깨닫고 겸손한 마음으로 순명하는 삶입니다.

 

제가 느낀 두려움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부르심과 그분의 섭리에 온전히 순명하지 못하는 저의 부족함일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복음 말씀은 저와 우리 춘천 교구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커다란 용기와 격려를 북돋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꼈던 두려움의 감정이 아닌, 아버지 하느님의 부르심과 섭리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 맡길 수 있는 겸손의 은총을 기도합니다. 또한, 선한 마음과 굳은 신심을 가진 춘천 교구 사제단과 교우들을 저의 동반자로 주심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오늘,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교구장의 소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 안에서 우리 춘천 교구가 ‘사랑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로 완성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노력합시다.

 

다시 한 번 오늘의 기쁨을 나누고자 이 미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같은 사랑을 지니고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이루어,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