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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사(告別辭) 주영덕 신부님을 보내 드리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7-11-09 조회수 : 7757

     가을 뜨락의 해바라기처럼   


                                                                          신호철 토마스 신부  청평 주임  


천국의 문이 활짝 열린 지난 2일 위령의 날, 우리 교구 여러 구성원들과 사제단은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를 가슴에 안고, 한 젊은 사제를 주님 품으로 돌려 보내드렸습니다.  


2004년 사제가 되시어, 예수님처럼 3년의 사제 생활을 하신 후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신 주영덕 비오 신부님…. 신부님의 죽음이 너무나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것이기에, 가족들은 물론이며 온 교구민이 느낀 충격과 슬픔은 말 할 수 없이 큰 것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부님의 죽음을, 우리는 신앙의 신비와 부활의 희망으로 받아드리며 신부님을 주님의 품 안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주 신부님은 젊은이의 열정과 사제의 덕성을 지니고, 교회와 자신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사랑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닮으려 애쓰던 참다운 주님의 제자였습니다. 가난한 삶을 기꺼이 선택하고 기도를 통해 주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겸손한 마음으로 사목에 임하면서 언제나 온유함과 사제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하느님의 종이었습니다. 이처럼 신부님의 향기가 너무 진하였기에 하느님께서는 일찍이 그 꽃으로 천상의 제단을 장식하고 싶으셨는지도 모릅니다. 아직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지만, 우리 공동체는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제 주영덕 비오를 오로지 주님의 자비와 은총에 기대어 그 분께 돌려 보내드립니다. 그것은 주 신부님께서 이제 영원한 사제로서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신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으로 주 신부님의 삶은 미완성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지녔던 포부와 꿈들이 이제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활과 신앙의 영원함 앞에서 어쩌면 주 신부님은 새로운 사제의 삶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주 신부님은 생전에 그처럼 바라던 주님 대전에서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들을 마음껏 이루며 영원히 사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 신부님을 여윈 슬픔 속에서도, 천상의 빛으로 위로를 받고 주님께서 직접 주시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주 신부님께서 하느님 면전에 남아 있는 우리들을 위해 언제나 기도해 주실 것을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뜨거운 여름, 오직 태양을 향해 우뚝 서서 오직 그분 만을 바라보다, 단풍으로 아름다운 가을 뜨락에 겸손하게 고개 숙인 해바라기처럼, 언제나 환하게 웃던 주 신부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름다운 청년, 아름다운 친구, 아름다운 사제, 주영덕 비오 신부님…. 우리 모두는 당신을 사랑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주님의 집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