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행 : 천주교 춘천교구 사목국 (☎ 240-6049)
발행일 : 2006. 11. 1
페이지 : 123
만든곳 : 기쁜소식

'좋은 이웃'에 4년 넘게 실렸던 '공소탐방'이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창간호(2001년 5월)부터 묵묵히 지켜봐주신 교우분들께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여기 언급된 54개 공소는 우리 춘천교구 가톨릭 신앙의 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죽림동 주교좌 성당의 씨앗이 고은리 공소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춘천교구 공소 하나하나를 알갱이로 하는 포도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포도나무인 예수님께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저희 편집자들은 매달 '공소탐방'을 통해 그 지역의 믿음의 뿌리를 캐내고 다듬어 교우 분들께 선보이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와 돌아보니 처음 기대했던 탐스런 포도송이는 잘 보이지 않고, 알갱이 일부는 떨어지고, 일부는 깨뜨려진 포도송이를 그리고 말았지 않나 하는 느낌입니다.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부분에 치우쳐 전체적인 균형감이 떨어진 점도 있을 것입니다. 변명 같지만 편집자들 각자가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취재에 나섰다는 점을 교우 여러분이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편집자들이 취재를 하며 특히 유의했던 점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고령자들의 증언을 모으기 위해 애썼다는 것입니다. 54개 공소 건물의 사진을 하나의 책자에 모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실린 글들의 기준 시점은 공소를 취재할 당시로 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예를 들어 2002년 11월호에 실린 두촌 공소의 경우 이미 4년이 지났지만 그때 주임신부(정 비오)를 그대로 두었으며 54가구 113명의 공소 소속 교우 숫자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신 각 본당신부, 공소회장, 교우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신앙이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자라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좋은이웃 편집부
공소 탐방기를 반기며
그동안 『좋은이웃』에 연재되어 온 춘천교구 쉰네 곳 공소 탐방기를 하나로 엮은 알뜰하고 예쁜 책자가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매우 뜻있고 값진 일입니다.
이백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이 땅에 천주신앙을 들여오고부터 말하자면 '공소'가 교우 공동체의 원형이랄까 모태가 되어왔습니다. 공소야말로 교우들이 같은 주님을 모시고 실제로 한 가족으로 오붓하게 기쁜소식을 함께 살아낸 요람이었습니다. 공소회장님을 비롯 공소가족 모두가, 심지어 가혹한 박해 아래서도, 서로를 아끼고 기도하고 일하면서 그 식구 하나하나가 혹 어려움에 놓였는지 서로 살피고 거두기도 하고 혹 하느님 자녀답지 못하게 살고 있으면 마음을 돌리어 도로 주님 가정 품안으로 돌아오도록 돕기도 하였습니다. 초대 교회의 모습처럼,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서로 섬기고 서로를 책임지며 한 몸으로 뭉쳐 살았습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아들을 보태어 주셨다.
(사도 2,42-44. 46b-47)
근래 들어 교회에서는 소공동체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에 따라 우리 사회가 원튼 원하지 않든 점점 이름없는 대중화에 밀리면서 동시에 매우 심한 개인화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맞아, 우리 모두 교우 공동체의 뿌리 같고 고향 같은 공소의 산 모습을 다 함께 마음에 되새기면 얻을 바가 많으리라고 믿습니다.
많은 공소를 일일히 찾아가 그 내력과 현황을 훌륭하게 정리한 『좋은이웃』편집진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이 좋은 책자가 한갓 기록이나 추억에 그치지 말고,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산 거울이 되어 이 시대에 더욱 은혜로이 함께하는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6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춘천교구 주교 장 익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