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은 지금] 교황 "무적의 타잔처럼 사도직 수행하지 마라. 영적 세속성 경계하라"
9일 수도회 대표자들에게 조언
▲ 13일 슬로바키아에서 사제와 수도자, 신학생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CNS)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근영 / 바티칸뉴스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함께하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바티칸뉴스 김근영 가비노입니다.
▷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52차 세계성체대회가 지난 12일 막을 내렸습니다. 교황께서도 함께하셨는데, 그 의미와 일정을 먼저 짚어볼까요?
▶ 교황님은 △복음선포 △교회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유럽의 문제 등을 비롯해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52차 세계성체대회의 폐막미사를 집전하시려고 헝가리를 찾으셨습니다.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현대에 들어와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한 세 번째 교황입니다.
지난 주일 헝가리에 도착한 교황님은 부다페스트 미술관에서 세 차례의 만남을 이어가셨는데요.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나신 다음, 헝가리 주교단을 만나셨고요. 끝으로 교회일치위원회 대표단들과 헝가리 유다인 공동체 대표자들을 만나셨습니다. 이어 헝가리의 포프모밀을 타고 영웅광장으로 들어가셔서 ‘스따시오 오르비스(Statio Orbis)’라고 불리는 폐막미사를 거행하셨습니다.
▷ 폐막미사에서 교황께선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요?
▶ 교황님은 이날 약 1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세계성체대회 폐막미사를 거행하셨는데요. 강론은 복음말씀에서 발췌한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9)라는 예수님의 물음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교황님은 이 물음에 우리가 삶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이러한 응답을 세 단계로 설명하셨습니다.
첫 단계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내용이 비록 충격적이더라도 우리가 열려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지만, 이 그리스도는 힘있고 강력한 메시아가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자신을 내어주는 메시아입니다. 교황님은 성체 안에 이처럼 쪼개지고 나눠지고 먹히는 그리스도의 정체성이 드러난다면서, 이러한 충격적인 예수님의 말씀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두 번째 단계는 무엇인가요?
▶ 두 번째 단계는 ‘예수님과 함께 식별하기’입니다. 교황님은 ‘하느님의 방식에 따라 생각하는 것’과 ‘인간의 방식에 따라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가 내적으로 갈등을 겪으며 소위 ‘내적싸움’을 체험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비록 우리가 이러한 내적싸움으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설명하셨는데요. 문제는 누가 신앙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참된 하느님을 택하느냐와 우리가 생각하는 신을 택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성체조배가 요즘에 너무 자주 잊히고 있다면서, 시간을 내어 살아계신 빵 앞에서 우리 마음을 열자고 초대하셨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 단계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여정’인데요. 교황님은 그리스도인의 여정이 성공을 향해 뛰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섬으로써 시작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삶과 ‘내가 생각하는 예수님’에서 벗어나 참된 예수님이 나의 중심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초대인데요. 이를 성체성사와 연관시켜 설명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예수님의 뒤를 따라 걷는다는 것은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만나기 위해 날마다 발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성찬례는 우리를 이 만남으로 이끌고, 우리가 한 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며, 타인을 위해 우리 자신을 기꺼이 쪼개도록 부추깁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찬례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이 우리를 변화시키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 맡깁시다. 성찬례가 여러분이 공경하는 용감하고 위대한 성인들을 변화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스테파노 성인과 엘리사벳 성녀를 생각합니다. 그들처럼 작은 일에 만족하지 맙시다. 반복되는 예식에 의존하는 신앙에 머무르지 말고, 세상에 생명을 주시기 위해 쪼개진 빵이시며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새로움에 마음을 엽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기뻐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기쁨을 전할 것입니다.”
▷ 다른 소식으로 넘어가보죠.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영국 성공회가 공동으로 메시지를 냈다면서요?
▶ 교황님을 비롯해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 총대주교,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공동 메시지를 냈습니다. 공동 메시지는 더 이상 이기적인 이윤을 극대화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세상의 가장 가난한 이들을 바라보는 지속가능성의 기준에 따라 자원 관리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메시지는 먼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9)라는 신명기 구절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아울러 편리한 단기적 해법이나 비용이 적게 드는 해법에 안주하지 말라면서, 반석 위의 집을 짓는 방식으로 사회와 경제를 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생물다양성의 손실, 환경파괴, 기후변화는 우리가 탐욕을 부려 지구가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한 행동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동 메시지는 이러한 자원경쟁을 멈추고 교회와 도시와 국가가 함께 방향을 바꿔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오는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하는 한편,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생태적 전환을 이끌도록 부름받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습니다.
▷ 교황께서 글라렛선교수도회 대표자들을 만나셨군요.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 교황님은 지난 9일 오전 일반적으로 ‘글라렛선교수도회’로 알려진 ‘티없으신 성모성심의 아들들의 선교 수도회’ 총회 대의원들의 예방을 받고 이 자리에서 연설하셨는데요. 원고를 보고 연설을 하시다가 원고를 잠시 내려놓으시면서, 주워들은 말만 듣고 아는 체하는 수도자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슬픈지 모른다고 한탄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무적의 타잔처럼 사도직을 수행한다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실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아울러 “갈라진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겉으로는 교회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개인의 안녕과 권력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영적 세속성’을 경고하셨습니다. 여기서 교황님은 복음을 도구나 이념으로 이용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인도되도록 복음을 일종의 지침서로 활용하라고 권고하셨습니다. 끝으로 교황님은 복음에 뿌리를 둘 때라야 선교적 대담함이 나올 수 있다면서, “삶의 노화에 저항하는 노인들과 영혼의 노화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곳, 복음의 빛이 필요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서 나와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초대하셨습니다.
▷ 교황께서는 수요 일반알현에서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 대한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이번이 여덟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나요?
▶ 교황님은 지난 8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는 주제로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 대한 교리교육을 이어가셨는데요. 교황님은 오늘날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현실을 종종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세례 받은 날짜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이 유익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슨 종교를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다’라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기 보다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동참한다는 데에 차별점이 생긴다고 설명하셨습니다.
▷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떠오르는군요?
▶ 네, 하지만 교황님은 더 나아가서 심지어 세례 받은 사람들은 하느님을 아버지, 그러니까 빠드레(Padre)도 아니고, 파더(father)도 아닌, 아빠(abba), 빠빠(papa)라는 친숙한 표현으로 부를 수 있게 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따라서 이러한 자녀됨의 관계 안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한 바를 알아들을 수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곧,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이 온 뒤”에는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져 하느님 자녀의 신분이 되는데, 바오로 사도는 이를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유다인도 그리스도인도 없다”라고 말합니다.
교황님은 바오로 사도의 이러한 극단적인 표현이 한편으로는 이단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우리가 모두 평등하다는 걸 가리키는 것이라고 풀이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남자와 여자를 갈라내고 여성을 차별하는 오늘날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신 다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현실을 일종의 현대판 노예제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러한 일들이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먹을 권리도, 교육받을 권리도, 일할 권리도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노예들입니다. 이들은 변두리에 살면서, 모든 사람에게 착취당합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노예제가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 잠깐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이 사람들의 인간 존엄성을 부정합니다. 이들은 노예입니다. 따라서, 결국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평등이 남녀 간의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여, 그 당시 혁신적이었고 오늘날에도 재확인할 필요가 있는 남녀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을 폄하하는 표현을 얼마나 자주 듣는지요! 우리는 “에이, 그냥 두세요. 그건 여자들이 할 일입니다”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듣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남자와 여자는 동일한 존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심지어 오늘날에도 여성 노예제가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우리는 바오로 사도가 말한 내용을 읽어야 합니다. 곧,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 네.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와 함께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9-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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