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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바티칸은지금] 교황 "노동 착취, 고발하라! ○○는 포기하라!"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1-08-18 조회수 : 612

▲ 8월11일 일반알현장에 들어서며 순례자들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CNS)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근영 / 바티칸뉴스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함께하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바티칸뉴스 김근영 가비노입니다.


▷ 지난주는 성모승천대축일이었습니다. 교황께선 이날 삼종기도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 교황님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마리아가 하늘로 불림 받으신 비결은 바로 ‘겸손’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인간은 화려하고 웅장한 것에 현혹되지만, 하느님은 겉모습을 보지 않으시고 마음을 보신다면서, 인간의 겸손을 보실 때 특별히 하느님께서 크게 기뻐하신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아울러 하느님은 우리의 능력이나 재산이나 우리의 성과 때문에 우리를 들어 높이시는 게 아니라, 우리의 겸손을 보시고 우리를 들어 높이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마리아는 예컨대 ‘성모회장님’ ‘교수님’ ‘장관님’ ‘대통령님’ 같은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주님의 종’이라고 불릴 뿐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마리아가 자신의 나약함과 요구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마음을 비웠다면서, 오직 자기 자신을 비우는 사람만이 하느님으로부터 채워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마리아가 바로 이 겸손 때문에 ‘은총으로 가득’ 찼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 찬 사람은 하느님을 위한 자리가 없다고 지적하시면서, 단테의 『신곡』을 언급하셨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시인 단테는 동정 마리아를 ‘피조물 중에 가장 겸손하고 가장 높으신 분’(「천국편, 33곡」, 『신곡』, 2)이라고 부릅니다. 역사상 가장 겸손하고 가장 높으신 피조물이 최초로 영육과 함께 온 존재가 천국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마리아는 일평생 대부분의 삶을 집안에서 살았습니다. 그녀는 평범하고 겸손하게 살았습니다. 은총이 가득했던 나날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은총이 가득했던 나날은 종종 침묵 속에서, 다른 나날과 똑같이 이어졌습니다. 한마디로 겉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눈길은 항상 마리아를 응시했습니다. 마리아의 겸손, 기꺼이 하려는 마음, 죄로 물들지 않은 마음의 아름다움에 놀라워하시면서 말입니다.”


▷ 지난 12일은 유엔 ‘세계 청년의 날’이었는데요. 이날 교황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유엔은 지난 1999년 사회 발전을 위해 젊은이들의 사회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세계 청년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이번 ‘세계 청년의 날’은 “푸드시스템의 변화: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위한 젊은이들의 혁신”을 주제로 열렸는데요. ‘푸드시스템 변화’와 같은 전지구적 과제는 청년들의 적극적이고 의미 있는 참여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따라 교황님은 지난 12일 유엔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트윗 메시지에서 청년들의 도움과 청년들의 혁신 정신을 통해 형제애적 세상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로 수많은 가정이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면서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기금이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있군요.

▶ 지난해 6월 교황님의 뜻에 따라 로마교구 총대리 명의로 ‘거룩한 노동자 예수’라는 이름의 기금이 조성됐습니다. 코로나19로 소득을 잃은 가정을 돕기 위해 당초 100만 유로의 예산을 설정했는데요. 우리 돈으로 약 13억7000만 원입니다. 하지만 최근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과 개인들이 연합을 만들면서까지 활발히 기금 조성에 동참하면서 최근 22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0억2000만 원의 기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이 기금은 어떻게 사용됐나요?

▶ 당초 소득이 대폭 급감한 1800여 가구를 돕기로 계획했는데요. 최근에는 약 920가구, 그러니까 총 2500명에게 일회성이 아니라 최대 6개월까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구직활동 지원을 비롯해, 자영업자들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이 기금을 받는 조건은 기본적으로 5인 가족이어야 하고요, 3개월 동안 매달 300에서 최대 600유로, 우리 돈으로 41만원에서 82만원까지 경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기상황과 기금의 가용상황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갱신 가능합니다.


▷ 그렇군요. 언뜻 보기에 이 기금은 단순 자선활동 같은데요. 이 기금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 이 ‘거룩한 노동자 예수’ 기금의 특징은 단순히 행정업무에 따른 기본소득 개념이 아닙니다. 교회가 국가나 지자체 대신 재난기본소득을 주는 개념이 아니라, 취약한 가정의 어려움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귀 담아 듣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과정에 기금이 포함돼 있는 것인데요. 쉽게 예를 들면 이러한 개념입니다. 정말로 힘들어 하는 가정이 있다고 하면요. 이 가정이 기금에 대해 문의하려면 로마 시내 곳곳에 배치된 ‘경청의 지원센터’로 가면 됩니다. 이 센터는 본당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카리타스와 각 본당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가정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어주고 그 과정을 동행해줍니다.

로마교구 총대리를 총괄 보좌하는 잔피에로 팔미에리 대주교는 이러한 기금의 운용과 관련해 단순 자선봉사활동 혹은 단순한 수혜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정당한 권리에 속한 것을 자선활동으로 베풀어주는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정부의 재난기본소득이나, 상여금이나 개인이 받는 연금 등등 수입에 관한 수준은 집집마다 천차만별이지 않습니까. 그 가정들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복잡한 관료체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기금의 혜택을 가미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이러한 정당한 권리를 위해 교회가 경청하고 동반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에 실린 소설가의 공개서한에 교황께서 답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소설가는 누구이고 서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 『울새의 용기』라는 소설을 쓴 이탈리아의 소설가 마우리치오 마지아니가 최근 출판업계를 거인 ‘골리앗’으로, 경제 윤리에 의문을 표하는 자기 자신을 여린 ‘다윗’으로 비유하며 교황께 질문을 던지며 공개서한을 보냈는데요. 이 서한은 8월 1일자 이탈리아 일간지 「일 세콜로 XIX」에 실렸습니다. 마지아니는 서한을 통해 출판업계에 고용된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정해진 노동시간이나 권리도 없이 존중을 ‘감히’ 요구하면 발로 걷어차이고 주먹질 당하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평소 노동 착취로 의심되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조심해 왔는데, 고귀한 일로 여겼던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일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불의의 대상이 되고 노예처럼 노동을 착취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에 스스로 부끄러웠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고 업계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쓸데없는 질문처럼 취급됐다며 교황님께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공개적으로 여쭈었습니다.


▷ 그렇군요. 교황께서는 어떻게 답변하셨나요.

▶ 교황님은 지난 9일 개인적으로 마지아니에게 답신을 보내셨는데요. 이 답신이 3일 뒤에 이탈리아의 여러 일간지에 실렸습니다. 교황님의 답변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먼저 교황님은 마지아니가 쓸데없는 질문을 한 게 아니라면서, 그 질문은 오늘날 인간존엄성의 위기를 나타낸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노예 같은 노동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자 꼴찌라고 한탄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 동사로 해법을 제시하셨는데요. ‘고발하기’와 ‘포기하기’입니다.

먼저 교황님은 죽음의 메커니즘과 죄의 구조를 고발하기 위해 이러한 불편한 내용들도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한다고, 다시 말해 펜으로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착취의 메커니즘에 따라 우리의 형제자매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습관과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포기는 더 큰 ‘예’를 위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교황님은 개인적으로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한다고 밝히셨는데요. 도스토옙스키가 “인간 영혼을 읽어내는 문학적 소양이 깊고 종교심도 훌륭하거니와, 그가 가난의 삶, 굴욕과 모욕을 당하는 삶을 소설로 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돈과 이익이 군림하는” 오늘날에는 그 누구도 굴욕과 모욕을 당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는다고 지적하셨습니다.


▷ 교황께서는 수요 일반알현에서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 대한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이번이 네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교황님은 지난 11일 바오로 6세 홀에서 ‘모세의 율법’이라는 주제로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 대한 교리교육을 이어가셨습니다. 교황님은 율법, 곧 모세의 율법의 본질을 설명하셨는데요. 예루살렘에서 열린 첫 번째 공의회를 통해 베드로 사도가 요약한 회의 내용, 곧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에 바오로 사도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모세의 율법, 곧 히브리어로 율법을 뜻하는 ‘토라’는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는 표현이지, 율법이 하느님 계약보다 우선하는 게 아니라고 풀이하셨습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과 먼저 약속을 하셨다고 강조하셨는데요. 그 후 430년 뒤에 율법이 나왔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날 바오로 사도의 서간을 읽으시면서, 직접 한 구절 한 구절 부연설명을 하시는 방식으로 교리교육을 이어가셨습니다. 교황님은 율법에 대해 바오로 사도가 덧붙인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것은 바로 ‘교육자’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율법은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인도하는 ‘교육자’ 혹은 ‘선생님’이라는 건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사랑하는 여러분, 갈라티아 신자들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이러한 첫 번째 설명은 그리스도인 삶의 근본적 새로움을 보여줍니다. 그 새로움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은 성령 안에서 살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율법에서 해방시켜 주시면서 동시에 사랑의 계명으로 율법을 완성시켜 주십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율법은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합니다. 여러분 중에 누군가가 저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부님,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습니다. 제가 ‘신경(Credo)’으로 기도하면 십계명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가요?” 아닙니다. 십계명은 여러분을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이끄는 “교육자들”이라는 의미에서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의 만남을 제쳐두고 십계명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그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근본주의 선교사들이 갈라티아 신자들의 일에 끼어들어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문제였습니다.”


▷ 네.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8-17 17:00

    cpbc 원문보기: http://www.cpbc.co.kr/CMS/news/view_body.php?cid=807799&path=20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