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수단의 가톨릭 주교 대표단이 지난주 살바 키르 마야르디트 대통령을 예방하고 지금 진행 중인 공식 평화협상에 참여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대표단은 이 요청이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수단의 스티븐 아메유 마틴 물라 대주교는 동아프리카 주교회의협의회(AMECEA)의 공식 홈페이지에 발표한 글에서 “재생된 평화협정 조인 이후, 남수단의 주교들로서 우리는 대통령을 방문하지 않았었는데, 그를 방문하여 우리가 평화 실행 과정을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현재 평화협상 과정에 종교 지도자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방문에는 아메유 대주교를 비롯해 말라칼 교구의 스티븐 응요도 아도르 마족 주교와 토리트 교구의 파리드 타반 은퇴주교가 참여했다.
아메유 대주교에 따르면, 이들이 키르 대통령을 만난 이유는 남수단의 갈등 해소에 관한 재생된 협정(R-ARCSS)의 실행 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연대 방문이었다.
남수단은 내전 끝에 2011년 7월 수단으로부터 독립했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나중에 생긴 나라다. 당시 독립으로 남수단은 전쟁으로 고통받은 국민에게 새 미래가 약속된 것처럼 보였으나 지난 10년간 내전과 부패, 폭력, 그리고 엄청난 인도적 위기를 겪었다.
정부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2013년 전쟁이 일어나 지금까지 약 40만 명이 죽었고, 약 800만 명이 구호에 의존해 살고 있는데, 이들 상당수는 피난민이다.
정전협정이 수없이 이뤄졌다가 깨졌지만, 지난 2018년 맺은 평화협정은 대체로 지켜지는 편이다.
협정에 따라 전쟁 당사자들은 2020년 연립정부를 구성했으며, 키르가 대통령을 맡고 반대파 지도자인 리엑 마차르가 제1 부통령을 맡아 함께 나라를 이끌어 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협정 실행은 수없이 지체됐는데 대부분은 주를 몇 개 둘 것이냐, 치안을 어떻게 할 것이냐와 같은 기술적 문제들이었다.

남수단의 가톨릭교회는 내전이 터진 뒤로 중재자이자 평화 중개자로서 적극 움직여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좋아하는 이른바 신운동 단체인 이탈리아의 산에지디오도 로마에서 협정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많은 피정과 모임을 주최해 다음 단계를 토의하도록 도왔다.
남수단의 주교들은 전에 로마를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남수단의 지위와 평화 과정을 토의한 바 있지만, 산에지디오가 만든 자리에 정치 지도자들과 토의하는 대표단으로서 로마에 온 적은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본인도 남수단의 상황을 긴밀히 파악하면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평화를 호소했으며, 남수단에서의 분쟁을 끝내기 위한 기도와 단식 모임을 열기도 했다.
그는 2019년 4월 키르 대통령과 리엑 제1 부통령을 바티칸에서 열린 한 피정에 초대했고, 이 자리에서 평화를 호소하며 두 사람의 발에 입을 맞춰 큰 화제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수단의 지도자들이 7년에 걸친 분쟁을 끝낼 수 있다면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스코틀랜드 교회의 페어 총회장과 더불어 남수단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고, 세 사람은 2020년에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은 연기됐다.
이에 세 사람은 2020년 12월 남수단 지도자들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평화협정을 더욱 빨리 실행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협정에 참여한 각 정파가 구체 조건에 관해 서로 다투면서 협상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린 가운데, 지난 몇 달 새에는 키르와 리엑 둘 다 사퇴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웰비 대주교, 페어 총회장 세 사람은 지난 7월 9일 남수단 독립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서한에서 그동안 이뤄진 작은 진전들을 칭찬했지만, “하느님의 나라, 즉 모든 이의 존엄이 존중되고 모두가 화해한 나라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수단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 더욱더 많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아메유 대주교를 비롯한 가톨릭 대표단은 키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산에지디오가 주최하는 로마 회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에지디오는 최근 7월 15-18일 로마에서 여러 그룹이 참여하는 또 다른 토론 모임들을 주최했다. 다음 모임은 권력 분점과 같은 아직 토의 중인 여러 중요 문제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아메유 대주교는 “평화를 얻고 총을 내려놓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갈등 당사자들 간의 평화와 화해 노력에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가 이뤄지면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살고 행복할 기회가 생긴다”면서 “반정부파도 여러 해 동안 고통당해 온 남수단 국민들의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정에 따라 평화를 실행하는 것이 비록 거북이걸음만큼 느리다 해도 정부는 계속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그리하면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유 대주교는 키르 대통령이 주교들의 방문뿐 아니라 협상에 참여시켜 달라는 요구도 높이 평가했다면서, 로마의 여름휴가 기간이 끝난 뒤 열릴 것으로 보이는 다음 번 로마 회담부터는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이태석 신부가 활동하던 톤즈는 지금은 남수단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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