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개신교 선교 단체로 인해 나라가 떠들썩하다. 당국의 방역지침을 위반하여 집단감염을 유발한 것뿐 아니라 코로나 자체를 음모로 여기며 진단검사를 고의로 피하게 하여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켜 뭇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선교’란 과연 어떤 것인지 묻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선교는 매우 예민한 주제다. 종교 이야기로 끝없는 열띤 토론을 벌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지인들 사이에 아예 종교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만큼 종교가 사적인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수 천당! 불신 지옥!" 하고 길에서 확성기로 시끄럽게 외치는 일부 선교 단체의 모습은 많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선교란 무엇인가? 여기서 선교에 대한 신학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선교가 어떤 것인지 물어보자는 것이다. 방역당국의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선교를 하기 위해 모여야 한다면, 그것이 상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해악이 되어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다면, 과연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하느님이 바라시는 선교인지 물어보자는 것이다.
‘선교’로 번역하는 라틴어 미씨오(missio)의 어원은 미테레(mittere)로 ‘파견하다’는 뜻이다. 선교사란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가 받은 사명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예수님이 행하셨던 것처럼, 모든 이의 구원과 행복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온 인류에게 전하는 것이다. 선교사란 예수님의 사랑으로 감화된 사람이며, 그에게 맡겨진 사명은 자신이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말뿐이 아닌 행동과 온 삶으로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종파에만 구원이 있고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으며, 구원을 받기 위해 자기 종파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타 종교인을 자기 종파에 끌어들이는 행위를 선교라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에서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1티모 2,4)
필자가 한 교회 잡지 주간으로 있을 때다. 아시아 지역 교회를 탐방하는 기획으로 캄보디아의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캄보디아는 최근까지 전쟁과 폭력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나라다. 그곳에도 가톨릭 교회가 있는데, 캄보디아 신부는 네 명 정도뿐이었고,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이었다. 선교사들이 하는 일은 상처 입은 캄보디아인을 돌보고 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일들이었다. 직업 학교 혹은 장애인 직업 학교를 운영하는 선교 단체도 있었고, 부모로 인해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는 수녀회도 있었다.
탐방이 끝날 무렵 프놈펜 지역을 담당하는 프랑스 선교사 올리비에 주교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그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주교님은 선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이렇게 답하였다. "그곳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처음엔 낯설고 적대감까지 느껴지는 그곳에서, 그곳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함께 웃고 함께 울며, 친구가 되고 우정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우리가 그곳에 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풍경이 됩니다. 그것으로 선교는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란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이에게 가서 그 종교를 버리고 자기 종파에 들어와 구원을 받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인간의 사고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 어떤 교회 단체도 구원이나 진리를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없으며, 누구는 구원을 받고 누구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겸손하게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와 교리, 윤리적 삶을 실천하며 다른 종교인 혹은 믿지 않는 이들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데 어우러져 살면서, 더욱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썩는 밀알로 내어놓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교가 아닐까 한다.
일부 극단적 개신교 신도들로 인해 부당하게 선량한 대부분의 개신교인이, 나아가 종교인 전체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감염증 위기는 이 사회에서 진정한 종교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묻고 있는 듯하다.
한민택 수원가톨릭대학교 교무처장 겸 대학원장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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