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홍보국은 2016년 4월 25-26일(월-화)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 자리한 소록도에서 교계와 일간지 종교 담당 기자단의 천주교 현장 취재를 미디어부 주관으로 진행했다. 이번 현장취재는 국립소록도병원 설립과 소록도 한센인 정착 100년을 앞두고 소록도가 고통과 아픔의 땅에서 치유의 섬으로 탈바꿈하는 데에 이바지한 천주교의 역사와 현황을 언론매체에 소개할 목적으로 이뤄졌다. 취재 내용과 사진을 2편으로 나누어 게재한다. <관리자>
마리안느와 마가렛. 20대 청춘에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43년(1962-2005년)을 소록도에서 살다 떠난 두 사람은 소록도 100년 역사에 가장 깊이 기억될 인물이다. 맨손으로 환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졌고, 환자들의 어린 자녀를 성심으로 돌보았으며, 나이가 들고 건강이 약해진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조용히 섬을 떠나 모국으로 되돌아간 이야기는 10년이 넘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그 중에 마리안느 수녀가 최근 소록도를 방문했다. 소록도성당 김연준 주임신부가 오스트리아까지 건너가 몸과 마음이 아픈 한국인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제2, 제3의 마리안느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 결과다. 마가렛 수녀는 지병으로 동행하지 못했다. 마리안느 수녀는 4월 14일 소록도에 들어온 뒤 옛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6월 초 출국할 계획이다.

▲마리안느 수녀가 4월 14일 소록도에 들어온 직후 1번지 성당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마리안느 수녀가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입원 환우와 인사하고 있다. 소록도병원 전 간호팀장 박성이 엘리사벳 씨(가운데)가 마리안느 수녀와 동행하며 국내 일정을 돕고 있다.
‘소록도 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환우들의 상처뿐 아니라 마음과 삶까지 어루만졌다. 두 사람은 환우들이 생일을 맞을 때마다 손수 빵을 구워 선물하곤 했다. 따뜻한 빵과 축하 인사를 통해 그들의 탄생이 저주가 아닌 축복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들은 삶의 길을 찾는 청년들에게 본보기가 되었고, 몸과 마음이 아픈 환우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소록도를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두 사람이 뿌린 사랑의 씨앗은 곳곳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소록도성당 김연준 주임신부(가운데)와 전교수녀들(양옆)이 생일을 맞은 베르나데타 씨의 집에서 축복의 기도를 하고 있다. 소록도 할매들의 생일 축하 인사를 이어받아 하고 있는 것이다. 빵은 손수 굽지 못하지만, 아침 7시 30분이면 김 신부와 수녀들은 생일을 맞은 이의 집을 찾아가 육지에서 사온 빵과 축가를 선사한다.

▲국립소록도병원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간호조무사 서판임 스텔라 씨(56세). 20년 가까운 세월을 소록도 할매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청빈과 겸손을 닮으려 애써왔다.

▲한센인 부부 정봉업 다니엘(70세), 이공순 막달레나(73세). 다니엘 씨는 한센병 치료 도중에 시력을 잃어 차라리 죽기를 원할 때도 있었지만, 40대에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어느덧 20년 경력의 오르간 반주자가 됐다. 손가락이 불편해 화음 연주는 잘 못해도, 그는 기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2번지 성당 반주자로 봉사할 작정이다. 막달레나 씨는 첫 남편과 사별한 뒤, 외아들이 건강하게 자란 것을 감사하며 다니엘 씨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두 사람을 이어준 주인공이 바로 마리안느 수녀였다.

▲4월 24일은 마리안느 할매의 생일이었다. 성당 식구들이 피정의 집 식당에 생일상을 차리고 잔치를 열어주었다. 1번지 성당 사무장과 그녀의 쌍둥이 딸이 마리안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두 소녀는 소록도성당에 단 둘뿐인 복사단원이다.
소록도 할매들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 중에는 소록도에 돌아온 이도, 세상 끝으로 나아간 이도 있다. 현 소록도성당 주임인 김연준 신부는 2005년에 소록도 보좌신부로 할매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육지 성당으로 부임해 사목하던 그는 2014년 소록도에 돌아와 할매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최연정 세실리아 씨는 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로 7년간 일하다가 볼리비아 선교사로 떠났고, 지금은 현지 활동을 준비하고자 언어를 배우는 중이다. 소록도 신자들은 그녀를 제2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으로 여기고 기도와 후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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