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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

작성자 : 홍기선 작성일 : 2014-11-01 조회수 : 1811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의 화두는 ‘가난한 교회’와 ‘복음의 기쁨’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의 화두는 ‘가난한 교회’와 ‘복음의 기쁨’

-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천주교 신자 설문조사 토대로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 진단 -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가 변화되기 위해 택해야 할 주제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와 ‘복음의 기쁨을 사는 교회’를 선택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는 주교회의 2014년 추계 정기총회를 앞두고 한국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한국 천주교회 과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총회 첫날인 10월 27일(월) 오후 주교 연수에서 발표했다. 이 조사는 한국 주교단에게 교황 방한 이후 교회의 과제에 대한 논의 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뤄졌다.

조사 문항은 ▲교황 방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교황 연설과 강론에서 감동적이었던 것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떠오르는 단어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가 변화하기 위한 중심 주제 ▲한국 교회 구성원들에게 개선돼야 할 점 ▲교회의 쇄신과 복음적 성장을 위한 과제 등으로 구성됐고, 항목의 중복 선택을 허용했다.

응답자는 총 680명으로, 연구소가 전자우편으로 응답을 요청해 답변한 교회 관계자가 218명(주교 6, 신부 87, 수도자 64, 평신도 61), 주교회의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참여한 신자가 462명(성직자 33, 수도자 23, 평신도 406)이었다. 전자우편 그룹은 성직자와 수도자, 홈페이지 그룹은 평신도의 비중이 높았다. 사목연구소는 설문조사 결과 전자우편 그룹은 교황의 소탈한 태도와 교회 내적 쇄신에, 홈페이지 그룹은 사회 현안에 대한 시선(관점)과 사회 참여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교황 방한 기간 중 가장 인상적, 감동적인 장면으로 전자우편 그룹은 사람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모습(44.0%)을, 홈페이지 그룹은 세월호 유가족 위로(51.9%)를 꼽았다. 약자들과의 만남, 노란 리본 부착, 소형차 이용과 작은 서명 등의 항목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연설과 강론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으로 전자우편 그룹은 ‘기억과 희망의 지킴이, 가난한 교회’를 역설한 한국 주교회의 방문 연설(42.2%)을, 홈페이지 그룹은 ‘고통 앞에 중립 없다’는 발언으로 알려진 로마행 기내 기자회견(51.9%)을 선택했다. 그 다음으로는 ‘부유하게 사는 수도자들의 삶이 교회에 상처를 입힌다’는 내용의 수도자들을 향한 연설이 두 그룹 모두에게 많이 선택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 중 양쪽 그룹 모두가 첫손에 꼽은 것은 ‘공감과 소통’(전자우편 44.0%, 홈페이지 41.8%)이었다. ‘가난’은 전자우편 그룹에서 2위, 홈페이지 그룹에서 3위를 차지했다.


▲주교단이 27일 오후 엠마오 연수원에서 주교 연수에 참석,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중 가장 인상적인 연설로
‘기억과 희망의 지킴이, 가난한 교회’를 역설한 한국 주교회의 방문 연설을 꼽았다.  

한국 교회가 바라는 모습: 가난, 기쁨, 소통, 정의

교황 방한 이후 한국 교회가 변화하기 위한 중심 주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전자우편 그룹 30.3%, 홈페이지 그룹 35.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평신도와 수도자, 여성, 고령 신자들이 이 주제를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복음의 기쁨을 사는 교회’,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교회’가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는데, 전자우편 그룹에서는 ‘복음의 기쁨’이, 홈페이지 그룹에서는 ‘정의와 평화’가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교회 구성원들에게 개선돼야 할 점을 신원별로 조사한 문항도 눈길을 끈다. 한국 주교들에게 바라는 개선점으로 가장 두드러진 양대 과제는 ‘대화와 소통’, ‘사회정의 실천’이었다. 전자우편 그룹에서는 대화와 소통(53.6%)이, 홈페이지 그룹에서는 사회정의 실천(62.7%)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사목 비전과 리더십 부족, 독선과 권위주의,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 등도 함께 지적됐다.

신부들이 개선할 점으로는 두 그룹 모두 ‘독선과 권위주의’(전자우편 46.2%, 홈페이지 48.1%)가 첫손에 꼽혔다. 그 다음으로 전자우편 그룹은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을, 홈페이지 그룹은 사치스런 취미활동, 가진 자 위주의 사목을 지적했다. 수도자들에 대해서는 전자우편 그룹이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40.4%)을, 홈페이지 그룹은 ‘편협하고 일방적인 사고’(31.1%)를 첫손에 꼽았다. 평신도들에 대해 전자우편 그룹은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 사회정의 실천 부족, 분파적 행동(각 35.0%)을, 홈페이지 그룹은 분파적 행동(42.3%), 이웃과의 반목(39.9%)을 지적했다.

교회의 쇄신과 성장을 위한 과제 중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적 분위기 조성’이 전자우편(55.0%)과 홈페이지(63.4%) 그룹 모두에게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지목된 실천 과제는 사회 정의와 평화 실현을 위한 교회의 참여 확대, 사목자 리더십과 인성교육, 신자 영성생활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이었다.

연구소는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한국 교회가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요청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회의 사회적 참여에 관해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 관심 ▲복음적 시선으로 사회 갈등 치유 ▲교회의 복음적 식별 기반과 사회적 가르침 심화가 필요하다. 교회 구성원들과 관련해서는 ▲위에서부터의 변화 ▲작은 실천이라도 실행하는 결의 ▲사제 리더십 등에 대한 제도적 도움과 교육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설하고 한국 신자들도 공감한 ‘가난한 교회’를 위해서는 ▲성직자들의 생활 태도 개선 ▲가난한 이를 위한 실질적 만남과 연대 ▲가난한 이들이 교회의 주체 됨을 체험하는 공동체 구조가, ‘복음의 기쁨을 사는 교회’를 위해서는 ▲(복음) 말씀에 맛들이는 교회 분위기 ▲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지속적 교육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는 2014년 8월 교황 방한 직후 문항 설계를 거쳐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실시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사이트를 통해 설문지를 배포, 수합했으며, 조사 결과와 의미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전원 신부가 주교단에게 보고했다. 전체 응답에 대한 집계, 응답자 특성에 따른 분석, 기타 의견란에 기재된 자유 발언을 수록한 통합 보고서도 함께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