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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방한 소식

작성자 : 홍기선 작성일 : 2014-01-25 조회수 : 2357
프란치스코 교황 8월 방한 때 시복 '선물 보따리' 들고 올까
'윤지충과 123위' 시복 청원 통과 가능성 높아
시복식 직접 집전할 수도
입력시간 : 2014.01.23 21: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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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전주교구 전동 성당(사적 제288호). 윤지충과 그의 외종사촌 형인 권상연은 1791년 어머니 사망 후 위패를 불사르고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이 발각돼 이곳에서 참수됐다. 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가톨릭계가 한껏 고무돼 있다. 무엇보다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등 초기 순교자들의 시복(諡福)이 급물살을 타게 됐기 때문이다. 시복은 가톨릭에서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키거나 뛰어난 덕행을 쌓은 사람을 복자(福者ㆍ성인의 전 단계)로 선포하는 것이다.

"교황이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초청받았으며 방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의 발언 등으로 볼 때 교황이 한국을 찾는다면 대전교구에서 대회(8월 13~17일)가 열리는 8월이 유력하다. 교황 중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 및 순교복자 103위 시성식과 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두 차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한국 천주교의 관계자는 "교황 방한에 맞춰 교황청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 청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시복식도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2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9년 6월 교황청 시성성(諡聖省)에 제출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청원이 지난해 3월 역사위원회를 통과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신학위원회마저 통과했다"며 "'추기경과 주교들의 회의'를 거쳐 교황이 최종 재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복 심의가 역사위원회와 신학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뒤 부결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탈리아 신문 가제타 델 수드도 소식통을 인용해 "교황이 8월 한국을 찾으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을 집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당시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시복식이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가톨릭의 시복은 기해박해(1839년) 이후의 순교자부터 이뤄졌다. 첫 한국인 사제인 김대건 신부 등 기해박해부터 병오박해(1846년)까지의 순교자 79위가 1925년 복자로 추대됐고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 24위는 1968년 시복됐다. 이들 복자 103위는 1984년 성인으로 한 단계 높여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시성식이 열렸다.

이번에 복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124위는 신해박해(1791년)부터 병인박해까지 순교한 천주교 초기 신자들이다. 첫 대규모 박해로 기록되는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가 53위로 가장 많고 기해박해를 전후한 순교자 37위, 병인박해 순교자 20위,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 14위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최초의 천주교 박해인 신해박해 때 순교했다. 실학자 정약용의 외조카 윤지충은 1783년 정약용의 권유로 천주교에 입교했다. 그는 1791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천주교 교리에 따라 위패를 불사르고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이 발각돼 역시 신주를 불살랐던 외종사촌 형 권상연과 함께 전주 풍남문 밖에서 참수됐다.

중국인 신부 주문모와 정약용의 형 정약종은 신유박해 때 순교했다. 주문모 신부는 1795년 조선에 들어와 전도하다가 신자가 잇따라 순교하자 자수해 처형됐다. 정약종은 형제 중 가장 늦게 입교했지만 한국 최초의 평신도단체 회장을 맡는 등 독실한 교인이었고 체포된 뒤 참수됐다.

천주교 관계자는 "이들 124위가 복자에 오르면 다시 성인 심사의 대상이 되므로 1984년 103위의 성인을 배출한 한국 가톨릭에 또다시 경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