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신문에서 새 회칙 '신앙의 빛'을 잘 요약해 놓았습니다. 아직 우리말 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 한여름 갈증처럼 목마름을 느끼는 분들에게 도움 될 것 같아 올립니다.
http://web.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62573&path=201307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회칙 「신앙의 빛」은 신앙에 관한 종합 교리서다.
서문은 신앙이 빛임을 말하는 성경구절로 시작한다. 이어 아브라함과 이스라엘 시대의 신앙으로까지 신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뒤, 지금 이 시대에 신앙의 해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신앙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운다. 또한 신앙의 핵심인 사랑과 진리의 관계를 살펴보며 과학과 신앙, 이성과 신앙의 관계 등 신앙에 제기되는 질문에 답을 해준다. 이어 교회 공동체와 신앙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가정과 사회 안에서 신앙의 역할을 분명히 제시한다.
「신앙의 빛」은 앞의 3개 장을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나머지 장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두 교황의 합작품이다. 전임 교황은 2012년 가톨릭교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신앙을 재발견하고 교회를 쇄신하자는 취지로 신앙의 해를 선포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신앙의 해를 지내는 이들에게 지침이 될, 신앙을 주제로 한 새 회칙에 대한 준비 작업도 시작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12월 사랑에 관한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발표한 데 이어 2007년 11월 희망에 관한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를 발표했다. 따라서 신앙에 관한 이 회칙이 나오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덕행의 토대이자 지향점인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덕인 향주덕(向主德)에 관한 가르침을 마무리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회칙 초안을 거의 마련한 상황에서 베네딕토 16세는 올해 2월 교황직을 사임했고, 후임 교황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이어 받아 완성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머리말에서 "그리스도 안의 형제로서 전임 교황의 작품을 이어 받아 회칙을 쓰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대주교는 "두 교황이 작성한 회칙을 보는 것은 행운이다"면서 "회칙을 읽는 누구나 베네딕토 16세 교황 가르침의 연속선 상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교성 장관 마크 우엘레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향주 3덕 회칙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완성한 것은 교회 일치의 상징이다"고 말했다.
▨머리말(1~7항)
회칙은 신앙의 빛이야말로 주님께 받은 크나큰 선물임을 강조한다. 또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신앙의 해를 선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신앙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을 들여 키우고 강화시켜야 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밝힌다.
▨1장(8~22항) 우리는 사랑을 알고 믿게 되었습니다(1요한 4,16 참조)
1장에서는 △신앙의 아버지 아브라함 △이스라엘의 신앙 △그리스도교 신앙의 완전함 △신앙의 구원 △신앙의 교회 형성을 다뤘다.
회칙은 신앙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신앙 선조들이 따랐던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약성경의 인물 아브라함을 소개한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음성을 들음으로써 그분을 믿고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칠 정도의 믿음을 보여준다. 하느님께선 그런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미래를 열어주셨다. 신앙은 이처럼 구원의 역사를 안내해 준다.
이스라엘인들은 하느님을 배반하고 우상을 숭배하기도 했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언제나 용서하며 환대했다.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것은 인류에게 안정과 자유를 준다. 이 같은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는 것이 신앙이다.
신앙의 빛은 우리에게 진리를 열어준 중개자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된다.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셨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듯, 하느님 '전문가'인 예수님을 통해 신앙을 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2장(23~36항)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 7,9 참조)
△신앙과 진리 △진리와 사랑의 앎 △신앙과 이성의 대화 △신앙과 신학 등에 관해 설명하는 2장은 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다.
교황은 신앙과 진리 사이의 긴밀한 연결을 강조하며 "진리 없는 신앙엔 구원이 없다"고 했다. 그런 신앙은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의 열망이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로 머물 뿐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또 공동선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술만능주의를 우려한다.
신앙의 빛은 사랑과 신앙의 관계도 강조한다. 우리를 변화시키고 현실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은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이다. 그러므로 신앙과 진리와 사랑은 분리될 수 없다. 신앙은 가진 이들을 겸손하게 해주며 다른 이들을 존중하게 한다. 다른 모든 분야와 대화를 가능케 한다. 신학은 신앙 없이는 불가능하며, 신학은 하느님 존재를 알려주는 협조자다.
▨3장(37~49항) 나도 전해 받은 복음을 전합니다(1코린 15,3 참조)
신앙과 교회 생활의 관계를 살피는 3장은 △신앙의 어머니 교회 △성사와 신앙의 전달 △신앙, 기도 그리고 십계명 △신앙의 일치와 통합을 다루며 복음화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하느님 사랑에 눈 뜬 사람은 자기 자신만 그 선물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복음 선포를 강조했다. 예수님의 빛은 그리스도인의 얼굴에서 번져 퍼져야 하며, 세대를 이어 전해져야 한다. 신앙과 하느님의 사랑이 언제나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그리스도교를 지금껏 살아있게 했다. 신앙은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는 신앙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십계명은 명령이 아니라 하느님과 대화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으로, 모든 것을 자비로 끌어안으시는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향한 길이다.
▨4장(50~57항) 그들에게 도성을 마련해 주셨습니다(히브 11,16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쓴 4장은 △신앙과 공동선 △신앙과 가정 △사회에서 생명의 빛 △고통 중의 위로와 힘으로 이뤄져 있다. 신앙은 인간관계의 이해를 높여주고, 인류를 강하게 묶어주며 정의와 평화에 봉사하도록 이끈다. 신앙은 모두를 위한 공동선으로, 우리 사회가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도록 해준다.
신앙이 가장 빛나는 곳은 무엇보다 가정이다. 가정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안정된 결합인 혼인으로 맺어져야 하며, 생명을 탄생시키는 사랑의 공동체로 인식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신앙의 기쁨을 증언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은 실망하지 않는 확고한 희망을 얻는 것이다. 신앙은 나약한 이들의 피난처가 아니다.
신앙이 빛나는 곳은 고통과 죽음의 영역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고통이 주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고통과 죽음을 하느님께 맡기는 순간 신앙은 성장한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으시지만,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알려주신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은 희망과 연결돼 있다.
▨맺음말(58~60항)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뤄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참조)
교황은 마지막으로 모든 이들을 신앙의 완벽한 모범인 성모 마리아께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