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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문을 활짝 여는 춘천교구 공동체
- 신앙의 해를 살아가는 믿음의 자녀들 -
목자의 감사 인사와 축복
1.1 기쁨과 근심이 교차하는 일상 안에서도 항상 믿음의 희망을 간직한 채 살고 있는 우리 교구의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여러분 한분 한분과 얼굴을 맞대고 그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다해 인사드립니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과 공동체에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2 지난 두 번의 사목교서를 통해 저는 우리 교구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진정한 새 복음화의 길을 걸어가야 함을 강조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요청에 우리 교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답해 주셨고 그 결과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 시작했음을, 특히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 속에 진행된 사목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복음화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하고 계신 교형자매들, 수도자들, 그리고 형제 사제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함께 축복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1.3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복음화의 환경은 여전히 걸림돌들이 가득하고 어둡기조차 합니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께서는 이러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일 년을 ‘신앙의 해’로 지내도록 명하셨습니다. 이에 우리 교구도 이 뜻 깊은 신앙의 해를 올바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년보다 조금 빨리 사목교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해 선포의 의미와 방향
2.1 “이 모든 것에 비추어, 저는 ‘신앙의 해’(Year of Faith) 선포를 결정하였습니다.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하여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끝날 것입니다. 그 첫날인 2012년 10월 11일은 저의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 복자가 신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모든 신자에게 알리고자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반포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진정한 결실로 1985년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임시 총회가 교리 교육을 위한 도구로 요청한 것이고, 가톨릭교회의 모든 주교들이 협력하여 마련된 것입니다. 더욱이 제가 소집한 2012년 10월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정기 총회의 주제도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 복음화’입니다. 이는 온 교회가 특별한 성찰로 신앙을 다시 찾도록 이끄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신앙의 해’ 제정 자의교서 <믿음의 문 Porta Fidei>, 4)
2.2 신앙의 해는 교황 성하께서 당신의 교황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신 새 복음화를 더욱 심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는 우리 시대가 봉착하고 있는 신앙의 위기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합니다. 신앙인은 있으되 신앙은 찾기 어렵고, 교회는 있으되 믿음의 공동체가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대한 회개와 반성의 결과입니다. 동시에 물질과 자연과학이 우선시되고 신앙마저도 개인화되어 버린 우리 시대가, 하루 빨리 심각한 영성적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2.3 그래서 신앙의 해는 우리에게 믿음의 쇄신과 올바른 고백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충만하게, 새로운 확신으로,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신앙을 고백하는 열망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믿음의 문, 9). 신앙이 우리 존재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될 수 있도록,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일상과 타협하며 세상에 대해 소극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복음을 살고 전하는 용기와 기쁨을 회복해야 합니다.
신앙의 해를 살기 위한 실천적 노력들
3.1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해 선포되었습니다. 이는 신앙의 해가 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을 배우고 계승하는 기회이어야 함을 뜻합니다. 반세기 전에 개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중세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현대화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믿음 생활을 규정한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의회는 복음과 믿음의 원천을 회복함으로써 교회가 변화된 세상에 올바로 적응하고, "신앙의 빛이 더더욱 강렬하고 찬란하게 빛나기를 희망하며 영성의 쇄신을 기대했습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메시지). 사실 오늘날 우리의 신앙생활은 모두 공의회의 결과물이라고 말해도 과장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솔직히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혹 안다고 해도 어디에선가 얼핏 들어본 정도일 뿐입니다. 공의회를 모르고는 현대 세계 안에서의 신앙과 교회의 본 모습을 알 수 없고, 신앙의 해를 지내는 올바른 취지와 방향 또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알고 배우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역과 본당 차원에서, 공동체나 단체나 개인들 안에서 공의회와 공의회 문헌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통해 공의회의 정신과 쇄신의 노력이 우리 안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합시다.
3.2 또한 신앙의 해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을 기억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편찬된 공식 교리서입니다. 당연히 가톨릭교회 안에서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모든 교리와 가르침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이 교리서는 신앙 교육을 위한 확고한 규범이며, 교회의 친교를 위해 유효하고 권위 있는 도구이므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에 성령께서 끊임없이 요구하시는 쇄신을 위하여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가톨릭교회 교리서 발행 교황령 <신앙의 유산 Fidei Depositum>, 4). 그러므로 우리는 이 교리서를 통해 우리 믿음의 원천과 내용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교리서와 관련하여 매우 그릇된 관념이 존재합니다. 다름 아닌 교리서는 예비신자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교리서는 예비신자 교육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은 삶의 경험과 함께 끊임없이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므로, 이미 세례를 받은 신앙인들도 지속적으로 교리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리서를 읽고 배워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우선적으로 사목자들의 책임이긴 하지만, 우리도 더욱 열심히 신앙의 진리에 충실하고 믿음의 내용을 깊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3.3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우리 믿음의 내용을 ‘신앙 고백’(Credo)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주님께서 가르치시고 사도들을 통해 전승된 믿음이 신앙 고백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례 때에 고백하고 주일과 대축일에 갱신하는 신앙 고백은 단지 입으로 외는 경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고백이며 영적인 결단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내용을 깊이 묵상하고, 삶을 통해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를 무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특히 신앙 고백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공동체의 행위이므로, 개인적 차원의 신앙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와 한 목소리로 고백하는 신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아가 교회의 공적인 신앙 고백은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인 전례, 특별히 성찬례를 통해 잘 드러나므로,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이나 공동체에서 거행되는 전례가, 진정한 믿음과 사랑의 축제요 교회 공동체의 장엄한 신앙 고백이 될 수 있도록, 준비와 집전에 최대한의 성의와 정성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믿음의 문을 열기 위하여
4.1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출발은 세상을 향해 닫혀 있던 교회의 창문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의 출발은 “믿음의 문”(사도 14.27)을 여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미 열어주셨음에도 우리가 닫아버렸던 그 문을 다시 열고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고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분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신앙의 증인이며 하느님의 종들인 믿음의 선조들입니다. 그분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는 동시에 우리도 그렇게 살겠다는 결심이며 실천이어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해를 지내는 일 년 동안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과 공동체가 언제나 믿음의 문을 활짝 열고 복음의 기쁨에 넘치는 하늘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신앙의 해를 위한 사목 권고를 담은 공지’(교황청 신앙교리성)에 제시된 내용을 잘 파악하여 각각의 환경에 맞는 사목적 노력을 실천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4.2 오늘부터 시작하는 신앙의 해는 우리 모두에게 주신 주님의 은총입니다. 이 한 해가 우리 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들이 믿음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하며, 사랑으로 하나 되어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에게 강복합니다.
2012년 10월 11일, 신앙의 해 개막일 에
춘천교구장 김운회 루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