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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춘천교구장 사목교서

작성자 : 문화홍보팀 작성일 : 2025-01-24 조회수 : 305

2025년 춘천교구장 사목교서



사목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후속 권고



우리의 현실


지난해 사목 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발표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가 이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한 해를 새롭게 준비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사목 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기후 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소외라는 현실 앞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인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의 역할을 자문하면서,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를 찾아가 그분의 영광을 드높이도록 권고하셨던 이냐시오 성인의 가르침을 떠올려 보며,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는 말씀과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피조물입니다(「찬미받으소서」 12항)"라는 말씀으로 명료하게 우리를 인도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말씀을 주셨고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심이 바로 기쁜 소식입니다.” 「주님의 말씀」 1항, 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1. 말씀살기 : 말씀으로 우리 곁에 오신 하느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 권고를 통하여, 살아 있는 그리스도교 영성은 교회 안에서 선포하고, 듣고, 기념하고, 묵상한 하느님의 말씀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역설하셨습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백성 전체(목자들, 봉헌된 이들과 평신도들)를 향해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바로 말씀을 살아내는 일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말씀살기’ 여정은 매일의 말씀을 읽는 것에서 시작되며, 무엇보다 공동으로 함께 읽고 선포하는 말씀의 작은 모임들과 전례 안에서 굳건해집니다. 우리 일상 안에서 말씀을 살고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2,15)를 이웃들에게 전할 때,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에게서 벗어나 하느님, 타인, 모든 피조물과 친교를 이루어 살면서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더욱 성장하고 성숙하며 거룩해집니다.” 「찬미받으소서」 240.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2. ‘찬미받으소서 살기’ : 피조물을 통해 드러나시는 하느님


  현대의 기후 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소외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듯 행동하며, 피조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잃어버린 것에 원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교육을 촉구하십니다. 교회는 이러한 위기 앞에 하느님과 피조물의 창조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 관계 회복의 한 가운데에 복음, 곧 말씀이 자리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예수님의 말씀이 실현되어야 하는 곳은 바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공동의 집인 지구입니다. 따라서 ‘말씀살기’는 ‘찬미받으소서 살기’로 이어져야 하고 궁극의 지향점은 한 곳이어야 합니다. 


이 후속 권고를 통해 ‘말씀살기’와 함께 ‘찬미받으소서 살기’의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제안합니다. 


생태를 위한 기도를 봉헌합니다 : 생태를 위한 기도는 상처의 치유와 함께 관계를 회복하고, 하느님과 인간과 모든 피조물의 사랑을 우리 안에서 내면화하는 중요한 실천 사항입니다. 

알고 믿어야 합니다 : 깊이 잠식된 소비와 소유 문화에서 벗어나 이 시대의 요청에 따른 실천적 복음화의 길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말씀과 교회 문헌, 생태적 삶이 어떤 삶인지 알아야 합니다.

알고 나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 생태적 회심과 실천은 기도로 시작하여 공부를 통해 알아가고, 그 앎을 신앙인의 소명 의식으로 실천하며 살아 내는 것입니다. 이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목표입니다. 2023년 한 해는 개인적으로 혹은 소공동체와 본당 차원,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찬미받으소서 살기(기도, 공부, 실천)’ 여정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구에서도 ‘찬미받으소서 살기’ 도움 책자를 발간하여 직간접적으로 여러분의 여정에 함께하겠습니다. 하느님 백성이 모두 모여 기도하고 공부하며 실천하는 이 시간들 속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를 찾아 그분의 영광을 드높이는” 기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말씀은 이 세상 만물을 지탱하는 기초입니다. 인간도 이 말씀으로 창조되었으므로 우리는 말씀을 벗어나서는 모든 것의 완성에 이를 수 없습니다. 언제나 말씀을 중심에 두고 가난한 이들과 생명과 환경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춘천교구 사목 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후속 권고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의 소명을 실현해 나가는 뜻깊은 기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2022년 11월 27일 대림 제1주일에

춘천주교 김주영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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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두 번째 후속 권고



성체와 가난



1. 함께 걷는 여정의 지속

지난 2년,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시작과 함께 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이어진 후속 권고를 통해, 주님의 부당한 종인 저는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들과 영적으로 하나 되어 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 여정에 함께한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은 신앙인의 역할과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무엇보다도 서로 경청과 참여 그리고 친교를 이루는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3,1)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던 ‘말씀’ 의 삶은 끝없는 사랑의 삶이었습니다. 그 사랑의 삶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인 성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그분의 구원 여정은 성체성사 안에서 완성되며, 교회는 이를 미사성제의 거행으로 공동체 안에서 지속하고 있습니다. 


2. 말씀살기 - 성체성사를 사는 삶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성제는 ‘말씀의 전례’ 와 ‘성찬의 전례’ 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말씀이시며 동시에 성체이신 예수님을 동일하게 기념하기에, 이 두 전례의 본질은 긴밀히 이어져 있습니다. 말씀살기의 여정은 곧 성체성사를 사는 이들이 얻어 누리는 은총입니다. 또한 말씀살기의 여정은 성체에 대한 공경과 일치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념이나 느낌이 아니라 살아계시는 인격이십니다. 따라서 본당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미사 거행과 신심 활동, 성체 강복과 현시 그리고 성체 조배 등은 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이어야 할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 5,3) 


3. 찬미받으소서 여정 - 소박한 삶으로 가난의 영성 회복

말씀과 성체를 사는 삶은 주변 이웃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과 함께 걷는 구체적인 여정이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물질적인 가난만이 아니라 마음[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해 말합니다. 여기에서의 마음은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불어 넣으신 생명의 숨결(창세 2,7)이며, 우리의 가장 내밀한 영적인 차원을 가리킵니다. 곧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은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왔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작음과 나약함을 온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은 생명을 주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며 감사와 기쁨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고도화된 기술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며, 기술력과 경제력에 모든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자연의 주인도 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동의 집’ 인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이렇게 죽음을 향해 내달리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회개와 반성으로 생명의 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신앙인들은 깊은 곳으로부터 가난한 존재임을 깨달아 겸손한 자세로 생태적 영성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힘조차도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절망과 무력감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위한 십자가입니다. 하느님 백성은 구원으로 이끄는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희망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삶에는 세상의 시선으로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고귀한 숨결이 함께 합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기꺼이 소박함을 선택하고 불편함을 감수합시다. 우리 삶의 회심을 통한 이웃과 병든 자연을 위해 당당히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걷는 가난의 삶이 말씀과 성체로 힘을 얻고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합니다.


춘천교구의 주보인 예수 성심이여! 저희 마음이 당신을 닮게 하소서.



2023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

춘천주교 김주영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