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그리스도교 가족은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이 시기를 기념하면서 우리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기도하고 행동합니다. 이 특별한 시기는 우리가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찬미하는 때입니다. 더불어 창조세계는 계속해서 창조되고 있으며, 그 창조 안에서 우리가 모든 피조물이라는 선물을 사랑하고 돌보는 협력자로 공동의 부름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 때입니다.
이사야서 32장 14-18절에서 영감을 받은 2025년 창조 시기의 주제는 "창조세계와의 평화"이며, 상징은 "평화의 정원"입니다. 인류는 본디 동산을 가꾸는 소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올해 창조시기를 통해 우리는 창조세계를 돌보는 일과 평화를 증진하는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돌아볼 것입니다.
이에 저희 춘천교구는 창조시기 동안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하여 기도하고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에서 배부한 자료와 기도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교우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5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평화와 희망의 씨앗이 되어 주십시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5년 올해 우리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하신 지 10년째를 맞이하며, 교황께서 마지막으로 선포하신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희년은 모든 이가 두려움과 절망을 넘어서 ’희망의 순례자’가 되기를 요청합니다. 특히 기후 위기와 전쟁, 생태계 파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희년을 공동의 집을 위한 회개와 행동의 시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올해 제10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주제를 “평화와 희망의 씨앗”으로 정하시고 담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들도 씨앗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평화와 희망의 씨앗입니다." 이 말씀이야말로 지금의 시대를 위한 강력한 초대이며, 우리가 짊어져야 할 소명입니다. 주님께서는 밀알이 되어 죽는 씨앗의 표상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의 약속을 보여 주셨습니다(요한 12,24 참조). 우리는 이 부르심 안에서, 세상의 고통과 창조 질서의 파괴 앞에 침묵하지 않고, 생명과 희망을 심는 존재로 살아가야 합니다.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은 인류가 하나 되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였던 소중한 약속이었습니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 나아가 1.5℃ 이하로 떨어뜨리려는 목표 아래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하느님을 찬미하여라」, 48항 참조). 그러나 2024년 지구 표면 온도는 이미 1.52℃ 상승하였고, 2025년 현재 남아 있는 탄소 예산은 1,300억 톤 CO₂e(이산화탄소 환산량)로, 이는 3년 안에 소진될 수 있다는 과학적 경고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경고에도, 우리의 대응은 너무 더디기만 합니다. 일부 국가와 기업은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무력화하려 하며, 우리나라는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의 가동,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대규모 공항 신설 계획 등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거스르는 개발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대변되는 현재의 생태계 위기를 불러온 성장 중심의 개발론을 우리는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과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이 실질적인 위험에 놓여 있지만, 정작 그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조물에 대한 정의를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생태적 빚을 남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재이며,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빚으신 우리의 형제자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하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는 인간만이 아니라, 창조 세계 전체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시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 복음의 요청에 따라 고통받는 피조물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을 돌보고 보호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거나 방관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생태 영성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각 교구와 본당, 수도회, 사도직 단체가 생태적 회개의 길을 걷고, 교육과 전례, 실천 활동을 통하여 하느님의 피조물과 올바른 관계를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원지기'로서 소명을 인식하고, 기후 위기 시대의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며, 생명과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구체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듭니다.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소비, 생태적 전환을 위한 시민 참여는 피조물 보호의 출발점입니다. 교회 또한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생태 교육을 강화하며, 생태적으로 건축하고 공간을 운영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평화와 희망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우리의 결단에서 비롯합니다. 죽음의 문화를 넘어서 생명의 문화를 선택할 때, 우리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됩니다. 비록 지금은 작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장차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자라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도우시어, 모든 피조물 안에 하느님의 평화가 깃들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더욱 사랑하고, 함께 보호하며, 희망을 심어 나아갑시다.
2025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50374?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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