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국립춘천박물관 로비는 시공간을 초월한 지점같았다. 우주의 탄생을 담은 음악과 우주를 마치 여행하는 듯한 음악들이 미디어아트와 함께 흘렀다. 춘천국제고음악제의 개막공연 ‘세계의 조화21’ 이었다.
더뉴바로크컴퍼니가 출연, 첫 번째로 들려준 곡은 바로크 작곡가 장 페리 르벨의 ‘원소’였다. 오래된 악기들이 우주의 탄생과 물, 불, 흙, 공기같은 원소를 음악으로 표현해냈다. 혼돈과 어두움에서 빛, 생명으로 나아가는 우주의 탄생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어 두 번째 파트 ‘행성으로의 여행’에서는 관객들을 우주여행의 동행자로 참여시켰다. 바로크 바이올린, 바로크 첼로, 하프시코드 등 고음악기 연주가 이어졌다. 여기에 따뜻한 음색의 성악과 음악에 어울리는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지자 마치 수성부터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까지 행성을 차례로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신비로운 우주의 밤을 만끽하고 있는 가운데 세 번째 파트 '세계의 조화'에서는 전자 음악이 등장했다. 전자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우주의 소리를 전해주는 듯했다. 이어진 고음악기와 전자음악의 조화로운 연주는 멀게만 느껴지는 우주의 조화에 대해 한번 더 생각케 했다. 공연은 바흐의 '당신이 곁에 있다면'으로 마무리됐다.

개막공연에 등장한 한 음 한 음을 모두 이해하기란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신비하고 또 조화로웠다. 우주는 무한하고 그에 비해 인간은 너무도 미미한 존재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스쳤다. 공연이 끝나고 박물관 한 켠에 붙어있는 포스터에서 오백나한상의 미소를 봤다. 그 미소가 전하는 뜻도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나, 오래된 석상이 주는 묘한 치유의 분위기나 오래된 악기가 주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날 공연의 미디어아트는 국립춘천박물관이 갖고 있는 3층의 메인 스크린과 계단, 1층 바닥까지 이어지는 화면을 활용,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다만 정식 공연장이 아니다보니 2층에 마련된 좌석에서는 연주자들과 미디어아트가 잘 보이지 않아 일부 관객들이 서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사)춘천국제고음악제가 주최하고 강원일보 등이 후원한 올해 축제는 이날 막을 올려 오는 23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춘천시청, 천주교 춘천교구 애막골 성당 등에서 이어진다. 행성으로의 여행을 시작한 음악제가 어떤 여정 끝에 다시 인간세상, 지구로 돌아올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