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덮인 평창 대관령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인도 출신 사제가 있다. 강원도 유일의 외국인 주임신부 존 케네디 신부 얘기다. 춘천 애막골 성당 보좌신부로 국내 사제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난 9월 평창 대관령 본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아 지역 사목활동에 힘쓰고 있다. 지난 해 춘천교구 경기 포천 내촌성당의 새 성당 봉헌을 위해 성당 500여곳에 손편지를 발송, 1만4000여명의 도움으로 건축비용 45억원을 모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고향은 인도 남부 첸나이 타밀나두. 가야국 김수로왕과 혼인한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고향이다. 2000년의 시간을 넘어 한국의 신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케네디 신부를 최근 춘천 가톨릭회관에서 만났다.
-대관령에 오신지 3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셨나.
=“와 보니 작은 성당이 아니었다. 세컨하우스가 있는 외부 신자도 많고 성당 신자들도 열심히 나온다. 60대 신자들이 주축인데 어린이 신자들이 적어 아쉽다. 작년에 대관령성당 설립 25주년을 맞았는데 내년부터 3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려고 한다. 신자들과 대화도 잘 된다. 강원도 분들이 따뜻하고 호감을 잘 표현해 주신다.”
-한국에는 외국인 주임신부가 드물다. 어떻게 임명됐나.
=“70∼80년 전에는 외국인 신부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국인 신부가 더 많다. 외국 신부가 본당 주임을 맡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이뤄졌다. 아이들이나 교우들에게 “보고싶다” 문자를 많이 보냈다. 처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도 세 번째는 답장이 온다. 이렇게 친절하게 다가간 부분이 마음에 닿은 것 아닐까. 열심히 해 온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인도 인구 14억명 중 3500만명이 가톨릭 신자이고 우리 가족도 그렇다.2000년 전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토마스 사도가 나의 고향에 왔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곳 성당을 다녔다. 나는 말씀의 선교 수도회 소속으로 해외선교 77개국 중 한국, 일본, 미국을 선택했다.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본당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청소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사역을 하고 싶었던 부분이 컸다.”
-고향에 가고 싶기도 했을 것 같다.
=“수도회 규정으로는 3년에 한번씩 갈 수 있는데 개인사정으로 가지 못했다. 동생 결혼식에 한번 다녀오긴 했지만 본당 신부로 발령 받은 후에는 고향에 못 간지 8년이나 됐다.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기도 하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면 동요 ‘섬집아기’를 부른다. 미사 때 이 노래를 부르면 신자들의 울음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어가 유창하시다.
=“2008년에 한국에 온 후 2년간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아직 높임말이 많이 어렵다. 신자들이 ‘밥 드셨어요’라고 물어보면 ‘밥 드셨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강론을 큰 소리로 연습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연습할 것이다. 신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농담이나 속담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된다. 한국어 중 동음이의어 발음이 신기하다. 먹는 배도 있고, 타는 배도 있지 않나. 특히 미사에서 자주 쓰는 ‘인도하소서’라는 말은 제게 ‘인도에 가라’는 뜻으로 들렸다.(웃음)”
-내촌성당 건립 과정이 화제였다.
=“신자가 3000명 넘는 서울, 수원, 의정부 지역 500개 성당에 일일이 손편지를 보냈다. 빚이 많다고 퇴짜를 놓는 성당도 있었고, 외국인 신부가 성당 짓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는 반응도 있었다. 성당 건립 과정은 정말 기적같았다. 본당 104가정 중 40가정이 모금한 6000만원으로 시작했다. 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않나.‘시작이 반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생각은.
=“남북이 지금 당장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갖는것 보다 작은 일부터, 있는 그대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윈윈이다. 힘이 있다고 해서 다른 나라를 함부로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아프간 등다른 국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관령본당에서 해 나가고 싶은 일은.
=“농촌지역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 그분들을 위한 선교활동을 하고 싶다. 지역 신자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목자는 양과 함께 있어야 한다.”
-성탄을 맞아 신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코로나 장기화 속에 예수님이 태어나신 성탄을 맞았다. 새로운 신앙적 시작을 통해 우울함을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성당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라고 하고 싶다. 희망은 있다. 모두가 할수 있는 만큼 노력하면 하느님이 알아서 해주신다. 이 또한 지나간다. 주일에 성당에 갈 수 없다면 아무때나 찾아와도 괜찮다.” 진행·정리/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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